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과학 방역이 아니라 ‘침대 방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과학 방역’을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말에 빗대어 그 실체가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때부터 전문가들은 재유행을 예고했다. 그리고 재유행이 시작됐다. 두 달 가량 대응체계를 정비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재유행이 시작된 지금, 현장은 더 혼란스럽다.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다시 코로나19 환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진료를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관련 지원 대부분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중환자용으로 지정했던 병상도 해제하고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금 지원도 끊었다. 일반 의료체계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도록 관련 수가를 별도로 마련한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되자 병원들은 의료자원을 일반 진료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하는 공사도 마무리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취소한 지 한 달 만에 정부는 다시 병상 확보에 나섰다. 상급종합병원 45개소에 코로나19 병상을 재가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병원은 또 공사판이 될 판이다. 당부로 시작해 ‘행정명령’으로 마무리했던 일련의 과정도 떠오른다.

발전은커녕 퇴보한 분야도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PCR 진단시약이 표적하는 유전자 부위를 2개 이상으로 규정해 돌연변이에도 민감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이 기준을 삭제했다. 진단기기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변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자충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다중 유전자를 검출하도록 PCR 검사를 설계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코로나19 대응은 ‘과학 방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책이 있기는 한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에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는 지난 11일에야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3개월 째 공석이고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질병관리청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2년 6개월 동안 경험해 봤으니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게 이번 정부의 방침인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과학 방역이 아니라 침대 방역”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형이다. 컨트롤타워만 제대로 수립해도 과학방역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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