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홍준표 대선후보 “CCTV 설치보다 입증책임 전환이 합리적”
관련 발언 빼고 보도자료 배포했던 의협, 뒤늦게 유감 표명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오른쪽)은 지난 8일 오전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예비후보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오른쪽)은 지난 8일 오전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예비후보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됐다. 대한의사협회가 처한 형국이다.

의협은 8일 오전 10시 30분경 용산임시회관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예비후보와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홍 후보는 의료계가 반발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홍 후보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 의료과실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의료과실 입증 책임만 (의사나 의료기관으로) 전환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상 의료과실 입증 책임은 피해자인 환자에게 있다. 입증 책임이 전환되면 의사가 의료과실 소송에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과실 입증 책임을 의료기관이 지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정청래 의원)이 발의돼 있다. 입증 책임 전환 문제는 오래된 이슈로 의료계에서는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의협은 홍 후보의 ‘입증 책임 전환’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의식한 듯 이날 오후 3시경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관련 발언을 뺐다. 그리고 홍 후보가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비판했다는 내용만 담았다.

하지만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홍 후보의 입증 책임 전환 발언은 언론 취재가 허용된 ‘모두 발언’에서 나왔고 곧바로 기사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의협은 뒤늦게 홍 후보에게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7시가 넘어서였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홍 후보가 정책간담회에서 의료사고 입증 책임 전환에 대한 개인 의견을 피력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의료행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의사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불법행위법은 손해를 주장하는 자(환자)가 상대방의 고의‧과실 등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에 따라 의료과오 소송도 본래는 다른 일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마찬가지로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며 “입증 책임 주체를 의사로 전환할 경우 어려운 진료를 기피하게 되고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켜 새로운 의술의 적용을 기피하는 등 방어 진료를 조장하게 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의료과실 입증 책임 전환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쟁점이 됐다.

대선주자 간담회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문제점을 알리려 했던 의협은 오히려 ‘입증 책임 전환’이라는 혹을 하나 더 붙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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