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가 높은 투표율 속에 끝났다. 강민구 후보가 71%, 주예찬 후보가 29%를 각각 득표했다. 두 번째 출마한 주예찬 후보는 지난해(42.7%)보다 훨씬 낮은 지지를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에서 미확인 생명체가 발견됐다’거나 ‘팍스로비드 안에 마이크로칩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백신 접종 전면중단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는 소규모 의사 단체(코로나진실규명의사회, 코진의)에서 주 후보가 활동한 이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직후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에서 원색적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던 것도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청년의사는 주 후보의 ‘코진의’ 활동 이력을 최초로 보도했다. 모든 전공의의 대표자가 되겠다고 출마한 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이었다. 원래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의 공약보다는 후보자들의 과거 언행이 더 중요하다. 공약은 누구나 꾸며낼 수 있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지켜질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공약보다는 후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살피는 것이 해당 후보의 진면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의사의 주 후보 관련 보도에는 아무런 거짓이나 왜곡이 없었고, 본인의 해명이나 주장도 충실히 반영됐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로서 겸허히 유권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주 후보는 기사가 게시되자마자 해당 기사의 삭제를 요구했다. 기사를 삭제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그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자 주 후보는 난데없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과거에 쓴 기사를 문제 삼았다. 청년의사가 지난 6월에 보도한 헝가리 의대 관련 기사들이 ‘스폰’을 받아 쓰인 기사라는 의혹이 있으니 ‘알고 있으라’고 했다. 적어도 기자에게는 ‘본인에게 불리한 기사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들렸다. 이에 기자는 주 후보에게 해당 기사 작성을 위한 출장은 회사의 경비로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고, 당연히 기사는 삭제되지 않았다.

청년의사의 사실 확인에도 불구하고, 이후 주 후보는 회사 비용으로 취재를 갔다는 사실을 증명하라며, 항공비, 호텔비, 식비, 관광비용 등을 증빙하는 서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이를 자신의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거짓말도 했다. 기자가 ‘관광차 갔다가 취재했다’고 해명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 고전적인 정치 전술이며, 수많은 정치인들이 사용해 온 나쁜 습속이다. 정치인도 아닌 주 후보는 정치인들의 나쁜 습관부터 배운 듯하다.

주 후보는 관련 자료를 선거 기간 중인 11일까지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본지는 그에 응답하지 않았다.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해서였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혹시라도 청년의사에 대한 주 후보의 음해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기에, 이렇게 진실을 밝힌다.

헝가리 의대 취재 경비는 청년의사가 부담했다. 당연히 항공료나 식비 영수증은 남아 있다. 짧은 출장이라 관광은 전혀 하지 않았기에, 관광비용 관련 서류 같은 건 당연히 없다. 호텔비 영수증은 없는데, 이는 기자가 해당 의대 기숙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원래는 호텔에서 숙박할 예정이었지만, 헝가리 의대 측에서 기숙사에 빈 방이 있으니 그것을 사용해도 좋다고 제안했고, 기숙사 시설을 살펴보는 것도 취재의 일환으로 판단하여 그 정도의 편의는 제공 받았다. 청년의사는 헝가리 의대로부터 ‘스폰’을 받은 것이 아니라 ‘취재 협조’를 받았을 뿐이다. 청년의사가 현지 취재를 결정한 것은 헝가리 의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여러 논란이 있는 헝가리 의대의 실체를 독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였다.

주 후보는 기자의 구두 해명을 믿지 않았으니, 이 글도 믿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언론사에서 이 정도 사안으로 금세 들통 날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며, 항공권 등을 제공한다고 해서 공짜 관광을 겸한 출장을 얼씨구나 떠나지도 않는다.

청년의사는 주 후보의 음해를 접하고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주 후보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또한 주 후보가 아직 수련 중인 전공의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그렇게까지 대응하지는 않기로 했음을 독자 여러분에게 밝힌다.

주 후보는 선거에서 드러난 대다수 전공의의 생각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또한 선거 기간 중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청년의사를 음해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기를 바란다. 선거에는 기한이 있지만, 명예에는 기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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