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는 복도 양측으로 여러 방들이 있다. 방문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렸고 구멍에는 쇠창살이 달렸다. 방 안에는 침대 하나와 세면대, 양변기가 있다.

감옥을 묘사한 것 같지만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TV 드라마에 나오는 정신병원 병실 모습이다.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에 나오는 정신병원 모습.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황제전 비서팀장 민유라(이엘리야 분)가 황제인 이혁(신성록 분)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민유라가 입원한 곳은 정신병원이라기보다는 교도소 독방 같은 모습이다. 민유라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에 수감된 셈이다.

물론 드라마에 나오는 얘기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입헌군주제인 대한민국 황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그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멀쩡한 사람’을 ‘수감’시키는 장면은 드라마라고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하다. 이 드라마만 정신병원을 감옥처럼 다룬 게 아니기에 더 그렇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정신병원을 아무나 가둘 수 있는, 어두침침한 곳으로 표현해 왔다.

‘픽션’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여도 그걸 본 사람들에게는 정신병원 입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기 마련이다.

정신병원 입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게 만든다. 임세원 교수 피습 사건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분위기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어두운 병실에 갇혀 있는 환자, 침대에 묶여 있는 환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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