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 사건 언급한 대통령 “형사 리스크 완화해야”
의협 공제조합, 의료배송책임보험 상품 연구 중
빈번한 10억대 소송에 보상한도 상향도 고민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가 ‘사법 리스크’다.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로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다반사다.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아도 ‘죄인’으로 낙인찍힌 뒤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그랬다.

형사뿐 아니라 민사 소송도 이어진다. 의료 현장에서 10억원대 손해배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일수록 수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법적 부담 완화 조치를 담기도 했다(관련 기사: 政,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의료 강화…의대 증원은 “OECD 수준”).

윤석열 대통령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언급하며 책임보험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충북대에서 주재한 필수의료 혁신전략 회의에서 “의사가 환자 치료 관련해 늘 송사에 휘말리고 법원·검찰청·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면 돈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필수의료를 하겠느냐)”며 “정부가 책임보험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형사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왼쪽)과 김재왕 대의원회 의장은 출범 1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왼쪽)과 김재왕 대의원회 의장은 출범 1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했다(ⓒ청년의사).

의료계도 책임보험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자동차보험을 토대로 의료배상책임보험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책임보험제도 논의한다.

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의협 상근부회장)은 지난 18일 의협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 책임보험 상품을 기본으로 의료배상책임보험을 연구하고 있다”며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고 가정하면 공제조합과 손해보험사의 사업비 절감과 계약건수 증가에 따라 대수 법칙으로 인한 손해율 안정 등을 고려하면 현행 요율보다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상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공제조합 상품 중 최고 보상한도는 5억원이다. 다른 손해보험사는 일부 전문과에 대해서만 최고 보상한도 3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억원대 손해배상 판결이 이어지면서 상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제조합 대의원회 김재왕 의장은 조합원 가입 선호 변화와 고액 배상 판결 등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향후 5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보상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타 손해보험사보다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보상한도액 상향에 따른 공제료 인상 등도 필요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6월 보상한도 5억원을 신설한 후 3년간 운영했지만 가입비율은 2% 정도로 미비하기도 하다.

김 의장은 “재보험사와 협의 결과 현재 기준으로 보상한도액을 상향했을 때 과도한 고액 배상 지급이 발생하면 조합 전체 손해율에 악결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경우 해당 손해를 전체 조합원의 공제료 인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반대급부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고액 판결에 따른 고액 상품 필요성을 주시하고 있으나 보험계리 원칙을 지킬 경우 소수 가입자에게 보험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고액 상품이 배상액 인플레이션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의원과 300병상 미만 병원에만 판매하는 의료배상공제 상품을 종합병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재보험사와 협의해 종합병원 대상 의료배상공제상품 개발과 도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협의, 논의하고 있다”며 “최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로부터 병원 응급실 근무 의사의 의료분쟁과 폭행 등에 대비하는 단체의료배상공제 상품 개발과 가입 요청이 있어 이 부분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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