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뒤흔든 이중의 전 원장 경영 방식
"일 하든 안하든 월급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늘어"
안태영 의무부원장 “사사건건 분열과 반목…평생 처음”

성남시의료원 전경(사진출처: 성남시의료원 홈페이지).
성남시의료원 전경(사진출처: 성남시의료원 홈페이지).

성남시의료원이 혼란에 빠졌다. 독단적인 경영으로 의사들과 갈등을 빚던 이중의 전 의료원장 사임 후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수개월 째 이어진 리더십 부재로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그 사이 공공의료에 열의를 갖고 성남시의료원에 둥지를 틀었던 의사들의 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성남시의료원에는 의사직 총원 99명 중 36명이 떠나 63명만 남았다. 퇴직을 예고한 의사들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의료원 내부 혼란과 갈등은 진료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성남시의료원 외래환자 수는 총 1만2,338명으로 하루 평균 561명에 그쳤다. 의사 63명 기준 1명당 하루 평균 외래환자 8명을 본 셈이다.

내부에서는 이대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면 성남시의료원도 조만간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남시의료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의사 인력부족을 정상화 걸림돌로 꼽고 경영공백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원을 떠나는 의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남시의료원 뒤흔든 이중의 전 원장 경영 방식

성남시의료원을 떠난 의사들은 이 전 원장의 ‘경영 실패’는 사임 이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의사직 연봉체계를 이 전 원장이 일방적으로 바꾼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전 원장은 기본연봉을 50%로 줄이고 나머지 50%는 진료실적에 대한 정량평가와 근무평정에 대한 정성평가로 바꿔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정성평가의 경우 구체적인 평가지표도 없었고 원장 주관적 평가가 오롯이 반영되는 구조였다. 병가를 쓴 의사의 경우 정성평가 항목 중 ‘건강상태’ 점수를 0점 받거나, ‘주인의식 함양’ 항목도 객관적 지표로 평가되기보다 원장의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되는 식이었다.

이같은 평가방식은 이 전 원장이 떠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의료원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남시의료원 의사 A씨는 청년의사와의 통화에서 “이 전 원장이 만든 정성평가 시스템은 열심히 일한 의사들이 보상 받는 시스템이 될 수 없다”며 “이 전 원장이 떠난 후 남은 의사들끼리 의기투합 했다면 좋았을 텐데 일을 하든 안 하든 월급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된 직원들은 안타깝게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래환자가 의사 1명당 5~10명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그마저도 많다며 당일진료는 받지 않고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의사도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할 당시 진료시간을 늘릴 수 없다는 핑계로 쓰였다"며 "근태도 엉망이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환자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환자들이 의료원에 와도 불친절하고 진료도 제대로 안 되니 오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니 의사들 사이에서 ‘성남시의료원 가면 꿀 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성남시의료원이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공공병원의 산실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뭉친 의사들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 전 원장의 경영 폐단으로 이들이 병원을 떠나고 나서는 ‘희망’도 사라졌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는 대학병원 위탁경영도, 인력충원도 지금 상황에서는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성남시의료원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컨설팅 최종보고'에서도 나타났다(관련 기사: 의사들이 성남시의료원을 떠나는 이유…“비전이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료원 외래환자와 입원환자의 만족도는 4점 만점 기준 각각 평균 3.31점, 3.80점으로 '만점'에 가까웠다. 반면 성남시의료원 개원 이후 4년 동안 시행된 직원 만족도조사는 매년 하향곡선을 그렸다. 첫 해인 2020년 69점에서 2022년 57.5점으로 떨어졌다. '비전'과 '조직문화'가 낮게 평가됐다.

그는 “초기 30명 정도 우수한 인력들이 있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정말 잘 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걸 (이 전 원장이) 말아먹은 것”이라며 “내부 도덕적 해이부터 해결해야 한다. 환자도 없는데 의사를 더 뽑아서도 안 된다. 의사를 더 뽑는다 하더라도 ‘오염’된다. 열심히 하겠다고 들어와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원도, 성남시민도 사랑하는 마음이다. 애정을 갖고 잘 되는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쓴 소리”라고도 했다.

안태영 의무부원장 “진료 할 수 있는데도 놀고 있는 게 문제”

성남시의료원 안팎에서는 단순히 의사 인력 채용만으로는 의료원 내부 깊숙이 곪아 있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태영 의무부원장은 지난 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79회 임시회’에서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았다. 안 의무부원장은 이 전 원장 사임 이후 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안태영 의무부원장은 지난 1일 성남시의회 '제279회 임시회'에 참석해 일부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사진출처: 성남시의회 캡쳐).
성남시의료원 안태영 의무부원장은 지난 1일 성남시의회 '제279회 임시회'에 참석해 일부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사진출처: 성남시의회 캡쳐).

안 부원장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성남시의료원에 올 때 공공의료나 나름 주관을 갖고 왔겠지만, 간혹 적당히 근무하고 편히 지내다 와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의사들도 있는 것 같다”며 “(생각이 다른) 의사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결국 나가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 의사다. 그렇게 의사들이 나가는 걸 드물지 않게 보고 있다. 그런 의사가 모두는 아니겠지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무부원장은 “기존 의사들만 해도 충분히 진료를 볼 수 있는데도 안 본다는 입장”이라며 “대학병원에서는 외래 진료가 없을 때 수술 환자나 연구하는데 시간을 뺏기지만 성남시의료원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에 시간을 덜 뺏긴다. 남는 시간에 환자 진료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 일주일에 진료 세션이 4번이라고 우리도 4번 해야 하는 건 아니니 (의료진에) 노력해 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의사가 퇴직하면 그 자리에 의사를 뽑아 달라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의사를 뽑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진료할 수 있음에도 더 안 하고 놀고 있는데 자연 퇴직자가 생겼다고 무조건 의사를 뽑아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안 부원장은 성남시의료원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 큰 실망을 안게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성남시의료원에 올 때 병원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의사에 달린 것이니 힘내보자는 분위기를 기대하고 윤활유 역할을 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지만 평생 처음 보는 많은 것들을 목격하게 됐다”며 “사사건건 갈등과 분열, 반목하며 상생과 화합은 뒷전이다. 같은 의사끼리 소송까지 하는 걸 보면서 좌절한 면도 있다”고도 했다.

한편, 성남시는 성남시의료원장 채용을 위한 행정적 절차 준비에 돌입했다. 원장 선발을 위한 법적 소요기간을 고려하면 4월 초 원장 선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남시 안성근 공공의료정책과장은 “4월 초 정도면 원장이 선임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그 사이 의료원 내에서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의료원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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