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
"일차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는 한계"
지역 의료기관끼리 연계해 환자 돌봐야
"진료 내용과 범위, 규정 의료계가 정립해야"

비대면진료 논의에 빠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보조수단으로서 재진에 한해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말할 수 없는 단어였던 비대면진료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면서 이 불문율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은 대학병원이 비대면진료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컨센서스(consensus)'인 일차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는 한계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장 발언인 만큼 파장이 일었다. 공감과 비판이 엇갈렸다. '어쨌든 느슨했던 비대면진료 공론장에 긴장감을 줬다'는 말도 나왔다.

백 원장은 "반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면서도 "의사로서 평소 하던 생각을 정리해 말한 것뿐"이라고 했다. 비대면진료를 통한 대학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일차 의료기관) 연계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진료하며 느낀 한계와 고민 속에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재활 환자는 대학병원에 머무는 기간이 짧다. 2~3주면 퇴원한다. 재활치료는 매일 받아야 하지만 환자들이 담당 의사를 다시 찾는 건 3개월 뒤, 6개월 뒤, 1년 뒤 꼴이다. 그 사이 환자가 훈련을 잘하고 있는지, 다치진 않았는지 의사가 알 방법도 없고 알아볼 시간도 없다.

외래 진료일도 문제다. 재활프로그램은 30분 단위로 짜여 있지만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가 대면하는 시간은 고작 3분이다. 3분을 위해 환자는 '주차만 1시간'인 일정을 견디고 의사는 그 안에 3개월 치 관리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 백 원장은 "이게 정말 진료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빈 3개월을 "환자를 내팽개친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백 원장은 환자는 가까운 지역 의료기관에서 관리받고 대학병원은 그 '백업'이 돼 협진하는 체계를 돌파구로 보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그 기반이자 환자와 의료기관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일차 의료기관은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3차 의료기관은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패러다임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그만큼 의료계도 비대면진료를 미래의료의 필수요소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쓸지 논할 때라고 했다. 우려가 큰 의료진 책임 소재와 의료윤리 문제 해결은 의료계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진료 가능한 질환과 처방 약물을 고르고 대학병원 비대면진료 범위를 제시하는 것도 의료계여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진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안 된다'는 말에 의지해 파도를 버티다 국민에게 이기적이라고 오해받아도 안 되고 정부 뜻 따라 억지로 해도 안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대학병원형 비대면진료 모델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고안해 운영 중인 중환자실 비대면협진 시스템 'eICU'가 대표적이다. 병원 내 8개 중환자실(ICU)과 권역 내 협력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안성병원 중환자실을 묶어 비대면협진 체계를 만들었다. 조만간 병상에서 화상으로 담당의와 대화하는 비대면 회진도 시작할 예정이다.

"미래를 말하고 기술 발전을 논해도 의료 본질만큼은 그대로다. 환자를 더 충실히 돌보고 의사로서 보람된 진료가 가능한 도구로서 비대면진료를 보면 좋겠다."

청년의사는 지난 18일 백 원장을 만나 비대면진료 도입 과정에 의료계가 놓쳐선 안 될 논점을 짚어봤다. 백 원장은 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은 지난 18일 청년의사와 만나 더 좋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계가 비대면진료를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사).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원장은 지난 18일 청년의사와 만나 더 좋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계가 비대면진료를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사).

-최근 맡은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 반향이 컸다. 찬성 측은 이 시점에 필요한 이야기라 하고 반대 측은 의료계 '암묵적 룰'까지 건드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다. 비대면진료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다뤄달라고 해서 평소 생각을 정리해 갔을 따름이다. '하자, 말자'를 떠나 의료계가 먼저 비대면진료의 제도·윤리적 문제를 고민하자는 뜻이었다. 결국 찬반 논쟁으로 귀결된 것 같다.

- 의료계 우려보다 환자는 '똑똑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고 한 점이 인상 깊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해 지금까지 비대면진료 이용 흐름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환자들이 정말 똑똑하게 의료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는 당뇨 환자 스스로 혈당 모니터링하고 '나는 과일을 먹으면 수치가 올라간다'. '이정도는 괜찮다'고 판단하는 시대다. 이런 환자들이 진료받으러 오는데 1시간 기다려서 '별일 없죠' 묻고 피 검사하는 수준에 머물면 안 된다. 병원도 환자를 더 잘 돌볼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 진료 질을 높이려면 비대면진료가 필요하단 뜻인가.

그렇다. 질병과 진료 패턴이 변하고 있다. 입원에서 외래 중심 재택의료(homecare)로 간다. 미국이 그렇게 바뀌고 있고 보수적이라는 일본의사회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한국만 계속 3분 진료하고 그 외 시간은 환자를 내버려두는 의료를 할 순 없다.

-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높아 도입이 필요 없다는데.

의사는 앉아서 오는 환자 맞이하니 그렇게 보인다. 환자 입장도 그럴까. 아이가 아파도 부모는 직장을 못 쉰다. 재활 환자는 대문 나서는 게 일이다. 차에 '실려' 왔다가 병원 복도에서 넘어져 다친다. 노인들은 입원은 고사하고 앉아 있는 것조차 고역이다. 모든 환자가 같은 환경, 같은 수준에서 의료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다.

- 의사 책임 부담은 물론 의료소송 걱정도 많다.

지금은 안 그런가. 초진부터 모든 환자 질환을 100% 완벽하게 아는 건 대면진료도 불가능하다. 비대면진료가 진 위험은 대면진료도 비슷하게 품고 있는 문제다.

경증 신환 중심 모델 매력 없어

지역 연계 '케어'로 역할 분담을

비대면진료 비중 2~3% 머물 것

- 비대면진료를 도입해도 병원급 의료기관 참여는 제한해야 한다는 게 주류 의견이다. 대학병원들이 '콜센터'를 두고 환자를 전부 흡수할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콜센터하는 병원도 있을 거다. 하지만 새 환자는 안 받을 것이다. 원래 보던 환자한테 쏟을 시간도 부족한데 대학병원 의사들이 새 환자 전화 받을 시간이 없다.

- 경영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가.

얻을 게 별로 없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기준이 중증도 향상에 맞춰져 있다. 중증도 낮은 환자가 늘어나길 원치 않는다. 병원이 모든 환자를 안고 갈 수는 없다.

- 바람직하고 매력적인 모델이 있다면?

환자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모델이다. 협력하는 지역 의료기관에 퇴원 환자를 보내고 의료진은 원격 모니터링과 컨설팅으로 팔로업하면서 1년 주기로 대학병원이 검사하는 모델이 자리 잡아야 한다. 환자들이 방치되는 '3개월 공백'을 없애야 한다.

- 지역 의료기관과 환자의 든든한 백업 역할이 되자?

환자들은 혹시 모를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믿고 찾을 연고를 마련해두고 싶어서 대학병원을 드나든다. 혈압약, 당뇨약 받으려고 대학병원에 오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꾸준히 처방받고 재활하고 관리받을 때는 가까운 병원이 훨씬 편하고 좋다. 이렇게 환자 부담도 줄이고 의료기관 부담도 나눠 지자는 것이다.

- 이런 방식이면 의사들이 많이 참여할까.

대부분 하던 일 계속할 거다. 진료 시간 10%만 할애해도 적극 참여자다. 대학병원은 10% 이상 할 의사가 없다. 그래도 외과계보다는 재활의학과나 노인내과, 재택의료와 연계된 진료과 참여율이 높을 것이다. 비대면진료 비중은 전체 2~3% 수준에 머물 거라 본다. 최대 5%다. 비대면진료 100%는 우주시대나 도달하지 않을까.

- 그런데도 비대면진료 도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그런데도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어서다.

원격 중환자실 모니터링과 비대면 협진 시스템(eICU) 실제 활용 모습(사진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원격 중환자실 모니터링과 비대면 협진 시스템(eICU) 실제 활용 모습(사진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비대면진료 피하면 끌려갈 수밖에

부작용 예방법 의료계가 만들어야

"대학병원 비대면진료 이끌겠다"

- 반대 속에서도 대학병원 참여를 주장하는 이유는.

대학병원이 참여해야 관련 시스템과 기술 개발이 용이하다.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현장 적용을 위해 임상시험도 하고 법제도 검토도 이뤄진다.

의료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너무나 명백한 미래고 비대면진료는 중요한 일부분이다.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순간인데 반대만 하는 것은 의사 윤리에 어긋난다.

- 그래도 대학병원 참여에 따른 부작용 걱정이 크다.

규제하면 된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총진료 대비 비대면진료 비중 상한선을 두거나 대학병원은 퇴원 환자만 적용하도록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의료계가 먼저 고민하고 정립해야 할 기준이 상당히 많다. 재진만 허락한다면 초진과 재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비대면진료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에게 과도한 책임이 돌아가지 않으려면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지, 기형적인 진료 행태를 예방하고 의료윤리는 어떻게 지켜나갈지 먼저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야 한다.

- 의료계가 원론적 입장을 고수한다면?

정부는 이미 내년 6월로 제도화 기한을 잡았다. 앞서가지 않으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 의료계도 선제 대응은 계속 강조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공공 플랫폼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공 플랫폼하자는 건 공공 전자의무기록(EMR)하자는 논리와 똑같다. 공공 플랫폼을 만들면 유지보수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건가. 시간이 지나면 플랫폼도 EMR 업체처럼 정리되고 의료기관 필요에 따라 '제품'을 고를 것이다. 대학병원은 자체 개발하거나 개발 도구를 구매해 만들어 쓰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 분당서울대병원은 디지털병원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앞으로 비대면진료 시대도 선두에 설 계획인가.

당연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선도해야 하고 선도할 것이다. 우리가 하는 비대면진료는 일차 의료기관 환자를 흡수하고 지방 의료 수요까지 모두 차지하는 의료가 아니다.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는 비대면진료고 퇴원 환자를 돌보는 재택의료로서 비대면진료다. 또한 지역거점병원이자 배후병원으로서 공공의료 차원의 비대면진료를 할 것이다. 그게 대학병원이 하는 비대면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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