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형 교수 "비대면진료 새로운 제도 아닌 진료 수단일 뿐"
"'비대면은 보조' 원칙 지키면 입법 없이 현행법으로 충분"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는 비대면진료를 '전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의료행위의 한 수단으로 규정하고 의사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사).

비대면진료를 미래사회 필수요소로 만들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비대면진료는 지금도 의사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진료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의료계가 관련 논의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는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비대면진료 관련 논의 흐름을 짚고 "의료계가 미래사회로 가기 위한 비대면진료를 가로막았다는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대면진료 논의는 4차 산업과 디지털 헬스 맥락에서 경제적 성과를 내세운 산업계가 주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비대면진료를 지금까지 의료행위와 다른 새로운 제도로 규정하고 법·제도 마련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료행위 실행자인 의사가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새로운 기술 제도 도입에 저항하는 집단'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현재 비대면진료 진로 도입을 논의하는 국가 중 비대면진료를 완전히 새로운 제도 도입 관점에서 다루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나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별도 입법을 추진하는 나라는 없다. 의사의 의료행위로서 비대면진료 활용에 일부 제한을 두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행 제도에서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주지하고 "대면진료가 기본, 비대면진료는 보조·예외 수단"이라는 원칙에 따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비대면진료에 대한 과잉 기대는 물론 과잉 우려도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읍·면지역조차 당일 바로 진료 비율이 78.9%에 이른다. 객관적으로 국민과 의사는 일상에서 비대면진료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면서 "예외적 상황에서 이용이나 디지털 헬스를 위해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지도 않다. 현재 법에서 허용한 비대면진료인 의료인 간 비대면협진은 사실 법에서 규정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했다.

박 교수는 "새 법·제도를 만들자고만 하지 현행 법·제도에서도 가능한 실행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의료취약지에서 비대면진료(비대면협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길 제안하자"면서 이를 통해 비대면진료를 "의사 의료행위와 IT기술이 접목한 진료 수단"으로 규정하고 주도권을 다져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가 바라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고 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비의료기관의 디지털 기기로 구축한 진료 데이터베이스(DB)가 환자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의료윤리에 어긋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업계가 바라는 비대면진료는 결국 플랫폼 사업이고 이를 통해 진료 DB 센터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플랫폼으로 사이버 병원을 세워 환자와 의사를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한 진료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용권리를 원하고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환자 진료 기록을 (비의료)기관이 전산으로 대규모 축적하는 행위 자체부터 진료 정보 누출로 볼 수 있다. 의협과 의료계가 나서 국민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개인진료정보보호법'을 제안하고 사회적 관심과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낸다면 비대면진료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를 압박하는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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