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하다는 수련병원…과잉 여전하다는 개원가
지원율 상승세…적정인력 조사 '전문의 부족' 예측도
이상돈 회장 "10년 후 내다 보며 정원 문제 공감대 형성할 것"

'기피과'로 어려움을 겪던 비뇨의학과가 오랜만에 웃었다. '2023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정원을 100% 채웠기 때문이다. 전공의 정원 미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 사이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인구 고령화로 비뇨질환 진료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희망적'이다. 2·3차 병원과 개원가 모두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10년 만의 '전공의 지원 100%'라는 지표는 비뇨의학과에 새로운 고민을 안겼다. '전공의 증원' 문제다.

비뇨의학과는 지원율이 하락하자 자체 용역조사를 통해 인력이 '과잉공급'됐다고 판단하고 지난 2017년 전공의 모집 정원을 120명에서 78명으로 약 30% 감축했다. 여기에 비뇨의학회 차원에서 정원을 50명까지 제한해 모집해 왔다. '100%'라는 수치도 이 자체 정원이 기준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 지원율 상승이 '반짝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과잉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수련 현장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장기간 지원 미달에 이제 인원 감축이 겹치면서 극심한 전문 인력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인 '빅5'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련병원이 전공의 1~2명으로 과를 꾸려가야 한다. 지원이 늘었는데 정원 제한으로 '뽑고 싶어도 못 뽑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비뇨의학회는 지난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적정의료인력 수요추계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8일 통합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결과는 '10년 만의 반전'이었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연구위원이 진행한 조사가 이번에는 전문의 '공급부족'을 예측했다. 현재 전공의 정원 규모를 유지하면 오는 2035년 비뇨의학과는 최대 6~11% 수준의 인력 부족을 맞게 된다.

발표 후 청년의사와 만난 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전공의 정원 증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조사가 '감축'으로 이어졌다고 해서 이번 조사 결과가 반드시 '증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수련병원이 직면한 '인력 부족'과 개원가가 고민하는 '과잉 경쟁'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의 소리만 듣고 문제를 풀어나가지도 않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 정원은 비뇨의학과의 미래는 물론 국민 건강과도 직결된다. 내년, 내후년 식으로 1~2년만 보고 결정하거나 5년마다 정책을 바꾸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번에는 최소 10년은 내다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루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앞으로 올 10년을 바라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두가 100% 만족하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결정은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거나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서 비뇨의학과 내부의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사태는 막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은 지난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통합학술대회 현장에서 청년의사와 만나 전공의 증원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이야기했다(사진 제공: 대한비뇨의학회).
대한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은 지난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통합학술대회 현장에서 청년의사와 만나 전공의 증원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이야기했다(사진 제공: 대한비뇨의학회).

- 지난 2014년도 이후 두 번째 조사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비뇨의학과 지원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지난 2008년부터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 이런 경향이 심화됐고 2014년과 2016년에는 지원율이 30%를 밑돌았다. 국회 공청회까지 했던 시기다. 2014년도 전공의 충원율이 26.1%로 최저를 기록하자 학회에서 적정 인력 추계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 조사를 위탁했다. 객관적인 기본 자료도 없이 인원을 조정하자고 설득할 수는 없었다.

조사에서 '공급과잉'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당시 전공의 정원을 123명까지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전공의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 당시 정부 측에서는 비뇨의학과 적정 정원이 30명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 정원을 25% 수준으로 줄이라는 뜻인데 근거가 뭐였나.

미국 상황과 비교해 나온 수치였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이나 의료이용량과 경향, 성별 비율 등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인구 수로 나눠서 '100만명 당 비뇨의학과 의료기관 몇 개'식으로 단순 비교해 30명이 적정선이라는 논리였다. 학회에서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반응이었다. 전문과의 '적정 인력'은 그렇게 무 자르듯 잘라낼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런 말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80개 수련병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없어져야 한다.

30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인력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원을 50명으로 자체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와 공청회를 거쳐 확정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많았다. 수련병원의 우려도 컸다. 공청회만 12번을 거쳤다. 그만큼 과 내부 고민이 깊었다.

- 그 후로 비뇨의학과 지원율이 반등하는 추세다.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원을 다 채웠다. 희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장 내년도 모집 상황도 봐야 한다. 의대생이나 인턴은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수련하던 시절은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던 때였다면 이제는 '이것저것 해보고' 무엇이 더 잘 맞을까 고민하고 선택하는 시대다. 전공의 지원에 정말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지금 예측으로는 내년도까지는 지원율이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후년도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과의 앞날을 그리려면 이를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했다.

- 지난 조사는 '공급과잉'이라고 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0년 후 비뇨의학과 전문의 '공급부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건가.

조사 결과만 보고 가지는 않는다. 발표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전국 모든 비뇨의학과 상황을 조사에 담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줄이겠다, 늘이겠다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정한 50명을 다시 78명으로 되돌리는데 제한은 없다. 다만 연말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에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련 현장과 개원가의 의견을 모두 들을 생각이다. 그렇다고 당장 내년만 보고 결정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를 생각하며 논의해나가겠다.

- 학회 수련위원회에서는 전공의 증원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그런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는 뜻이다. 사실 수련병원 입장을 생각하면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병원 수련 실태조사를 하면 비뇨의학과 지원을 희망하는 인턴이 늘어나는데 정원이 없어서 뽑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 또 전공의 인원이 많지 않으니 각자 업무량이 많아 제대로 수련하기 어렵다. 전공의 근무가 80시간으로 조정되면서 그만큼 필요한 전공의 수도 바뀌었을 것이다. 수련 환경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수련위원회로서는 증원에 무게를 싣는 게 당연한 이야기다.

- 수련병원의 전공의 정원 증원 요구가 큰가.

지난해부터 전공의 정원을 증원해달라는 요구가 두드러지게 나왔다. 수련병원은 80개인데 서울의 몇몇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1~2명 정원으로 과를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공의 수가 적으니 스텝들의 부담은 커졌고 젊은 스텝들부터 차례로 그만두는 사례가 늘었다.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자리가 났다'고 하면 옮겨가는 현상도 생겼다. 그러면서 비수도권은 스텝이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수련병원에서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진료과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병원이 많다.

- 반대 의견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금은 여전히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공급과잉' 상태인 것으로 나온다.

그동안 수요와 공급을 조율해서 그나마 환경이 나아지고 전공의 지원이 늘었는데 여기서 다시 증원하면 예전처럼 돌아간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필드에 나가 있는 경우 '공급과잉'이 더 체감되는 듯하다. 두 입장 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서 어떻게 맞춰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이번 조사가 필요했다.

전공의 정원 증원은 단순히 우리 학회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일이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듯이 폭넓게 보며 결정하겠다.

- 전공의 모집 정원을 조정하는 것 외에 수련 기간을 '3년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내과와 외과가 시행 중이고 소아청소년과도 전환에 들어갔다. 비뇨의학과에서도 전환 논의가 있었나.

보건복지부도 비뇨의학과가 3년제로 전환한다고 하면 승인하겠다고 했다. 회원 의견을 수렴했는데 '제대로 가르치려면 4년도 빠듯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4년도 부족한데 3년제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내과와 외과는 비뇨의학과와 달리 세부 분과 제도가 있었으니 3년 동안 기본 과정을 가르치고 이후 세부 전공에서 심화 과정을 더 익히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비뇨의학과는 세부 분과 제도가 없었다. 내과와 외과를 함께 하면서 수술도 해야 하는 과인데 3년 안에 모든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봤다. 우리가 역점에 둔 '수련 역량 강화'와도 배치되는 일이었다. 전공의를 그저 배출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회원의 뜻이었다.

- 이번에 구체화를 선언한 '신뢰가능한 전문 역량(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EPA)' 평가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것인가.

그렇다. EPA는 비뇨의학회 차원에서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당시는 전공의 모집에 더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그렇더라도 전공의를 한 사람의 전문의로서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추진했다.

환자를 몇 명을 보고 검사를 몇 번 하고 수술을 몇 건을 진행하고 하는 식으로 '건수만 채우면 되는' 정량적인 평가를 벗어나서 정말 뛰어난 술기와 높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자는 것이다. 복지부 승인을 통해 오는 2024년 전문의 시험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업무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4년 간의 시간 동안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전공의 지원율 상승은 물론 비뇨의학과 미래에 더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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