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의학회 "노인·소아 비뇨의학과 진료 대란…대책 강구"
병원별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지정, 수가 인상·확대 요구
노인 배뇨장애 해결 위한 자가도뇨 교육료, 정책 지원 강조

대한비뇨의학회는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아비뇨의학과 질환과 노인의 중증 배뇨장애 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청년의사).
대한비뇨의학회는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아비뇨의학과 질환과 노인의 중증 배뇨장애 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청년의사).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소아의료체계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소아비뇨의학과 의사들도 인력 부족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현재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을 전담으로 보는 전문의는 총 9명으로 그마저도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된 상황이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지난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인의료&소아 진료대란, 대한민국 양대 의료위기 해법을 위한 비뇨의학과의 제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울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성철 교수는 발제를 통해 소수인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수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소아비뇨의학회에 등록된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수는 29명이며 5년 후인 2028년에는 23명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성인과 노인을 제외하고 소아 환자만 치료하는 전문의 수는 현재 9명(서울 7명, 경남 2명)으로 5년 후에는 6명(서울 5명, 경남 1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적인 불균형도 심각하다고 했다.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29명 중 11명(38%)은 서울에서 진료하고 있으며, 또 다른 11명은 경상도권에서 진료하고 있다. 그 외에 ▲경기 2명 ▲인천 1명 ▲강원 1명 ▲대전 1명 ▲충남 1명 ▲광주 1명 등이다. 또 소아비뇨의학과 전문 수술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울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성철 교수에 따르면 현재 소아비뇨의학과 질환만을 진료하는 전문의 수는 9명으로 오는 2028년에는 6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청년의사).
울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성철 교수에 따르면 현재 소아비뇨의학과 질환만을 진료하는 전문의 수는 9명으로 오는 2028년에는 6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청년의사).

양산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재민 교수는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수가 워낙 적어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몇 달 동안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영유아 검진 때 소청과 의사들이 1차로 진료를 보며 그중 이상이 있으면 전문적인 진료를 보라고 권유한다. 문제는 소아 환자가 올 곳이 상급종합병원뿐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경미한 기형까지 상급종합병원에서 모두 진료하다 보니 진료 대기 시간이 기약없이 길어진다. ‘괜찮다’는 말 한 마디를 들으러 다른 지역에서 오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소아비뇨의학과 진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전문의 수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 병원마다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을 보는 전문의를 지정하고 이를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과 경상도를 제외하고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이런 추세는 더 악화될 전망“이라며 ”각 병원 별로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를 의무로 지정하고 정부에서 소아비뇨의학과 치료와 수술에 대한 병원별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울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성철 교수는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유지를 위한 지원책 마련 강구 요청' 발제를 진행했다(ⓒ청년의사).
울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성철 교수는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유지를 위한 지원책 마련 강구 요청' 발제를 진행했다(ⓒ청년의사).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의 치료와 수술에 대한 수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6세 미만 아동에게 적용되는 진료 수가를 18세까지 확대하고 잠복고환 등 생식 기능 보존과 관련된 질환 치료에 대한 수가 인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은 진료와 수술의 난이도가 더 높다. 이에 현재 정부에서도 그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해 6세 미만 아동을 진료할 경우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성 발달이 진행되는 7~18세의 소아·청소년의 경우 수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추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잠복고환은 고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양쪽 잠복고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75% 확률로 무정자증에 걸릴 수 있다. 수술하더라도 42%로 감소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 만큼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일차 진료를 맡고 있는 소청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지원해달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의사와 환자의 정보 부족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으로 수술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소청과 전문의가 소아비뇨의학과 질환을 올바르게 진료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비뇨의학회 한준현 보험이사(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노인 환자의 중증 배뇨장애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청년의사).
대한비뇨의학회 한준현 보험이사(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노인 환자의 중증 배뇨장애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청년의사).

비뇨의학과 의사들은 노인의 중증 배뇨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준현 보험이사(한림대 동탄성심병원)는 발제를 통해 노인의 중증 배뇨장애에 대한 비뇨의학과 전문의 개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 이사는 “요양병원 노인환자의 배뇨장애, 요실금 요로 감염 등은 존엄성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한 문제다. 이는 요양의료 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돼 있다”라며 “이에 약물치료와 간헐적 자가 도뇨를 포함해 요도 유치 방광 카테터 삽입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저귀 패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는 그 이유로 지난 2008년 요양병원 수가제도가 일당 정액제로 변경된 것을 짚었다. 일당 정액제가 적용된 이후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을 낮추려는 경향이 생겨 요양병원 노인 환자의 배뇨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 이사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중증 배뇨장애 환자 중 83%는 전문적 진료를 받지 않은 채 관리되고 있으며 7%만 비뇨의학과에 의뢰해 치료한다. 현재는 요로감염, 요폐신부전, 요로결석 등 비뇨기계 합병증 발생률이 20.2%에 달하며 욕창 및 피부염 발생률도 18.8%라고 했다.

이에 중증 배뇨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 환자의 관리와 치료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수가 가산을 강조했다.

한 이사는 “노인 증중 배뇨 장애를 관리하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간헐적 자가 도뇨에 대한 주기적·반복적 교육이 필요하다. 당뇨병 교육료처럼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자가 도뇨 교육료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인 중증 배뇨장애와 요로감염 치료와 관리를 위한 상치골 방광 카테터 삽입술·교환술 등에 대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며 “요양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중증 배뇨, 요로감염 합병증 해결을 위한 '노인 배뇨 감염 관리센터' 설립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