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의학회 "장기간 전공의 미달에 의료 시스템 붕괴"
수가 인상, 전공의·전문의 활동 지원 등 대책 수립 요구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70% "비뇨의학과는 남자만"

대한비뇨의학회는 진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수가 인상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진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수가 인상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기간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은 비뇨의학과가 인프라 붕괴를 겪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정부에 수가 인상 등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은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필수의료과로서 비뇨의학과 위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비뇨의학회는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비뇨의학과 지원율이 지난 10년 평균 50% 이하를 머물면서 비수도권 비뇨의학과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상황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하다"며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불균형과 쏠림 현상 문제 해결을 막고자 하는데 비뇨의학과 상황도 상당히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비수도권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은 교수가 당직하고 그 다음날 수술·외래를 보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환자 안전과도 직결된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면 수련병원 체계도 없어진다"고 했다.

따라서 비뇨의학과 전공의와 수련병원 전문의 수당 보조금 등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행위 30% 가산, 경요도 내시경 수술 수가 100% 인상, 요양노인 관련 처치 수가 200% 상향 등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전문의들이 병원에 있을 수 있도록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 또 가산을 통해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와 수술전담전문의를 채용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비뇨의학과 어느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전체적인 시스템 회복을 위해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관중 보험이사는 "복지부에서는 단순히 수가를 높인다고 전공의가 많이 들어오고 의료 인프라가 확대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흉부외과가 수가 가산 등 지원을 계속했지만 (전공의 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전문의와 전공의를 지원하고 과도한 업무량을 줄여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의 일환으로서 수가 인상 필요성을 이해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자체 제한했던 전공의 정원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지원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증원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관련 기사: 수련 못하는 수련병원, 전공의 증원 고민 속 비뇨과 위기는 '진행형').

박관진 수련이사는 "비수도권 문제는 물론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들이 수련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 정원 증원을 타진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게 전체 회원의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비수도권에서 전공의를 뽑아도 이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수련을 강화하고 전문의가 개원가나 2차 병원에서 충분히 역할할 수 있도록 전문의 역량 강화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박 이사는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의견 조사에도 76%가 전공의 증원에 반대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전원(100%)이 반대했다"며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당분가 전공의 증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향후 4~5년간 전공의 지원율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민 70% "비뇨의학과는 남자만"…더 적극적 인식 개선 나서야

비뇨의학과에 대한 국민 인식도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의학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진행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국민 70.7%가 '비뇨의학과는 남성환자만 본다'고 알고 있었다. 남녀노소 불문 비뇨질환 진료가 가능하다고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여성 72.9%가 남성 진료과라는 인식 때문에 비뇨의학과 방문이 어렵다고 답했다. 요실금으로 진료가 필요해도 비뇨의학과가 부담스러워 산부인과에 간다는 응답이 70%였으며 요로감염 진료도 비뇨의학과보다 산부인과를 선호했다(68%). 같은 이유로 여아 배뇨장애도 비뇨의학과보다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43.7%였다.

또한 남성 55.7%가 성과 관련된 이미지 때문에 비뇨의학과 방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실제 성기능 진료가 필요해도 비뇨의학과 방문이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39.2%였다.

전립선암 선별검사인 전립선 특이항원 검사(PSA)를 '들어본 적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20.1%에 불과했다. 50대 이상 남성으로 한정해도 27.1%에 그쳤다. 또한 PSA 검사를 알고 있어도 실제 검사까지 받은 남성은 30.0%였다.

송채린 기획이사는 "남녀 모두 과반수 이상이 성과 관련된 이미지 때문에 비뇨의학과 방문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남녀노소 모두 비뇨의학과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이사는 "다만 설문 과정에서 비뇨의학과와 비뇨질환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 경우 인지 정도가 20%p 이상 상승했다. 앞으로 비뇨의학과와 비뇨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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