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과 3차 수가협상 종료...‘이대로는 의미없다’ 문 박차고 나오기도

유형별 수가계약 완전 타결, 사상 최고의 수가인상률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6일 가장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3차 수가협상을 한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29일 계속된 다른 공급자단체들도 연신 ‘어렵다’와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회)’이라는 단어를 쓰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협상을 마친 공급자단체에 따르면, 공단은 각 단체에 수가인상률을 제시하면서 재정운영소위원회의 분위기를 솔직하게 전달했다. 동시에 수가인상이 쉽지 않은 근거를 내세워 공급자를 압박했다.

내년부터 건보재정의 8,000억원 단기 적자가 예상되지만 진료비 증가율은 급증했고, SGR 연구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수가 인상은커녕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급자단체가 주장하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일자리 창출의 동기부여 또한 가입자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고 공단은 전했다. 되레 가입자들은 그동안 수가를 인상해줬지만 국민들에게 돌아온 혜택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공급자단체들은 인상률 갭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중 한두 곳은 건정심행을 선택하는 상황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3차 수가협상에서 "더이상 협상의 의미가 없다"며 20분만에 자리를 떴다.

약사회, 협상 20분만에 자리 떠...간극 크다 한목소리

하지만 수가협상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용기를 보일 만큼 공급자단체의 태도 역시 만만치 않다.

대한약사회는 29일 이례적으로 협상 시작 2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협상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인데, 이대로라면 건정심행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번 3차 협상은 공단과 약사회 등 단체들이 서로 인상률을 내미는 자리로, 추가소요재정액(벤딩)을 예측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약사회는 자리를 뜨며 “공단과 수치를 교환했는데, 갭이 상당이 커서 수용하기 힘들 정도라 논의하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은 “재정소위가 재정지출에 대해 엄격한 보수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더라. 기본적인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협상 자체가 의미없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4차 협상 자체도 의미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상황에 변화가 없으면 오늘부로 협상을 종결하고 건정심에라도 가야한다”며 “보장성 강화와 상대가치점수 개편 등에서 약국이 받는 불이익을 환산지수로 조정해줘야 하는데 수용이 안되고 있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약사회는 협상 종료일인 31일 재정운영소위원회 회의 이후 공단의 협상 논조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전략을 구상하기로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시간 동안 공단과 긴 대화를 거치면서 수치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으나 절망적인 반응이다.

이날 오전 협상을 치른 뒤 한의협 김태호 이사는 “최근 5년 들어 가장 힘든 협상이 될 것 같다”면서 “공단은 수가인상보다는 오히려 감소요인이 더 많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제시한 인상률과 차이가 큰 수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이사는 “공단이 제시한 수치에서 벤딩을 추정해보면, 한의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도 힘든 정도의 금액”이라며 “건보 40주년이 되는 데까지는 공급자들의 희생과 동참이 있었는데 이렇게 적은 벤딩이라면 앞으로 한의는 공급자의 한 축으로서 해왔던 역할을 하기도 어려워 질수 있다”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 등 공급자 희생 반영도 안돼

이같은 분위기는 마지막 대한병원협회와의 협상으로까지 이어졌는데 공급자들의 요구대로 보장성 강화나 비용증가 등의 반영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수진 보험이사는 “재정소위에서 가입자들은 공급자들의 수가가 적정하다며 내려야 한다, 보장성확대도 잘 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보장성확대로 인해 치과가 희생하고 있으며 공급자들은 올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협 역시 몹시 실망스럽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협상의 진척을 위해서는 공급자들의 희생과 노력이 반영돼야 함을 강조했다.

병협 박용주 단장은 “진지한 자세로 실효성 있는 합의과정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공단이 제시한 수치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시설, 환자안전 등을 위한 비용증가가 높은 것도 전혀 고려가 안되고 있어 실망스럽다. 이러한 상황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자들은 협상 마지막날인 31일 공단과의 4차전에서 또다시 인상률 제시할 예정이다.

공단은 이날 오후 공급자단체와의 회의 직후 6시경 재정소위를 열고 인상률을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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