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단체와 2차 협상 종료...24일 재정소위서 벤딩 결정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2차 수가협상에서 공급자단체들은 여느 때와 달리, 많은 말을 해야 했다. 확 달라진 공단의 태도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신호를 찾기 위해서다.

공단은 지난 19일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상을 시작으로 22일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와 2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공단이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추가재정소요액(벤딩)을 받고 2차전을 치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4일 오후께나 재정소위가 열릴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공단은 이번 2차 협상에서도 말을 아끼며, 내년도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된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2일 대한치과의사협회를 비롯한 공급자단체와 2차 수가협상을 가졌다.

공급자단체들에 따르면, 이날 공단은 보험료율 동결로 인해 보험료 수입이 크게 늘지 않은 점과 진료비 급증, 새 정부의 보장성 강화 등의 영향으로 건보 재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결과는 도출되지 않았지만, 올해 협상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통상 1차에서 공급자 입장을 들은 뒤 2차에서 공단 상황을 듣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 공단은 불과 20~30분 만에 이같은 재정 상황을 전달하고 말을 아꼈다.

이런 분위기는 마지막 한의협과의 협상에도 이어져 “표정을 못 읽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8,134억원의 벤딩을 받았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평균치도 쉽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공급자들은 타 유형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파이를 가질 수 있도록 유형 간 형평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의협은 건보재정 파탄 때 가장 많이 힘들었다던 과거를 거론하며 생존의 기로라고 어필했고, 병협은 정책변화 때문에 더 많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변태섭 단장은 “1차 의료를 살리는 길은 환산지수 밖에 없다. 환산지수 의존도가 타 유형보다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유가 있을 때 재정을 투입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병협 박용주 단장은 “환자안전과 질 향상을 위해 병원들은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진료비 수입보다 비용증가가 더 가파른 만큼 이를 수가 인상폭에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보장성 강화에서도 제외된 약국의 사정을 토로하며 고정비용 등 이중고를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은 “그간 보장성강화 방안으로 몇가지 건의를 했지만 채택된 것이 없었다. 건보재정에서 보장성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데 약국은 혜택이 없다”면서 “보장성 혜택은 못보면서 벤딩이 축소되면 수가에도 영향을 준다. 3차에서는 인상수치를 제시하고 건보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과는 고가장비로 인한 개원가의 어려움, 보장성 강화로 인한 진료비 증가 현상을 재차 강조했다.

치협 김영훈 부회장은 “1년새 치과의 콘빔CT 구입건수가 23.9%가 증가했다. 지난해 1,049개소가 개원한 데 비해 콘빔 CT 1,471개가 구입됐다는 것은 신규기관이 거의다 구매했다는 의미로 고가장비 구입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부회장은 “특히 치과는 기관간 진료비 편차가 크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산지수에 반영이 돼야한다”면서 “비급여의 급여화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는 만큼 보장성을 제외한 실제 진료비 증가분은 타 유형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아예 적은 포션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며 단순히 인상률을 볼 것이 아닌 지급되는 재정액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초진 등 진료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한방의 특성을 고려해 적정 보상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공단은 공급자단체의 주장에 일부 공감한다는 표현은 하면서도 벤딩에 대한 희망의 여지도 주지 않은채 자리를 마무리해 각 단체 협상단에 애를 먹이고 있다.

한편, 공단은 24일 재정소위를 갖고 26일 의협부터 3차 협상을 가지며 공급자가 요구하는 수치를 들을 예정이다. 벤딩의 규모나 접점 인상률은 빨라도 31일경쯤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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