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자리의원 노동훈 원장(대한비뇨의학회 홍보위원)

거동이 불편해 방문 진료(왕진)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방문 진료를 마치면 의사가 찾아와 상담, 진료, 약 처방, 서류까지 발급하니 고맙다고 한다. 보호자들은 뭐라도 하나 주려 한다. 먼 길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다음 진료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폐렴으로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와상 환자인데, 지속적 복부 불편으로 진료 요청이 왔다. 현장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김00 과장을 만났다.

편한자리의원 노동훈 원장
편한자리의원 노동훈 원장

장기요양 등급판정에서 봤던 선생님을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월 500~800건 이상의 등급판정이 진행되고,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위해 폭염과 한파를 뚫고 대상자를 만나러 간다. 등급판정을 하면서 현지 조사 선생님들의 수고가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 등급판정을 마치면서도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분들의 수고 덕분에 대상자들의 정확한 사정과 등급판정으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위한 공단의 장기요양보험 현지 조사는 힘들고 애로사항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마실을 다닐 정도로 건강한 80대 여성은 6차례 등급을 못 받았다. 7번째 방문은 남자 직원과 함께 나갔다. 이번에도 등급을 못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대상자의 60대 아들이 몽키 스패너로 남자 선생님의 뒤통수를 때리려 했다. 소리지르며 60대 아들을 밀쳤지만, 남자 선생님은 폭행을 당했다. 외부로 피신한 남자 선생님과 달리 여자 선생님은 60대 아들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폭행을 당했다.

몸이 불편해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지 못하고, 거주 환경이 열악한 분들도 많다. 왕진을 하면서 악취와 벌레가 있는 곳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방에 앉으면 정체 모를 끈적한 액체가 있는 곳도 있다. 미혼의 여자 선생님이 현지 조사를 간 곳은 입구부터 악취가 났는데 현지 조사 후 가려움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니 흡혈 기생충에 감염 됐다고도 한다. 현지 조사 선생님은 하루 평균 4건 이상 방문을 하니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요양원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의 노고로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님, 가족은 혜택을 받는다. 장기요양 기관의 노고로 보호자는 생업과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 생태계에 속한 공무원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요양원, 주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이들의 노력으로 대한민국 고령자 복지 시스템이 돌아간다.

지난 2016년부터 요양원 촉탁 진료를 했다. 요양원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올해 일차의료 방문진료를 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개선하고,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개선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됐음을 느낀다. 설문조사 결과 장기요양보험의 소비자 만족도는 매우 높다. 꾸준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고령자 복지를 위해 애쓰는 장기요양 공무원과 종사자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