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병원들 대책회의 등 분주…“대체인력 없어 방법 없다” 난감
병원들, 전임의로 이어지는 ‘연쇄 사직’ 우려…“진료공백 불가피”

빅5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19일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병원 근무를 중단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어두고 병원을 나서는 모습(ⓒ청년의사).
빅5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19일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병원 근무를 중단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어두고 병원을 나서는 모습(ⓒ청년의사).

‘빅5병원’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내고 오는 20일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병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더라도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없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16일 새벽 5시경 개인 SNS를 통해 빅5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를 통해 오는 19일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 이후 병원 근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빅5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현원 기준 약 2,000명으로 서울대병원 480여명, 서울성모병원 290여명, 서울아산병원, 520여명, 삼성서울병원 520여명, 세브란스병원 500여명 등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전공의들의 개별적인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이어져 왔으나 단체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들의 이같은 행보에 빅5병원도 내부 대책회의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공백에 따라 진료과별 전공의 치프와 과장 간 업무 조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는 게 병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제출된 사직서가 없는 상황으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는 오는 20일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했을 경우에 대비해 진료공백이 없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환자 안전과 진료 지속성 유지를 최우선 방향으로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인력으로는 진료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20일 이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마 대다수가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병원은 이에 따라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 유지를 최우선 방향으로 운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 인력이 없다보니) 교수들이 당직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진료나 수술도 축소가 될 수밖에 없어 다음 주 정도 병원 내 이런(전공의 사직서 제출) 상황에 대해 죄송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20년 파업 상황과 비슷한 추이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응도 그 당시 했던 것과 유사하게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더라도) 대체 인력이 없어 (대책 마련도) 어렵다”며 “아직까지 인턴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단체행동에 나섰을 때 진료공백이 없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대책회의는 계속 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의료 환경 속에서 대책회의를 한다고 대책이 나올 수가 없다”며 “어떻게든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받쳐줄 인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단체 사직이 전임의로 이어지는 ‘연쇄 사직’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응집력이 크기 때문에 주시할 수밖에 없지만 병원에서는 전임의나 간호사 등 다른 직군으로 번지게 됐을 때도 우려하고 있다”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전임의들이 병원을 나갔다. 이번에도 전임의 사직으로 이어지면 아무리 빅5병원이라도 문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 사직이 일종의 트리거가 되는 것이지 절대 끝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너무 강경 기조다. 이렇게 강대 강으로 가면서 서로를 자극하게 되는 일만 생기고 있다”며 “최악으로 가는 시나리오다. 병원 차원에서 전공의들을 설득할 명분도 없다. 정부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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