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 예방의학회 심포지엄서 의료인력공급 추계 발표
"의대 정원 증원해도 30년간 ‘의학 전공-타 학과 전공’ 격차 발생"
예방의학 전문가들, "의사 공급 과잉" "비합리적" 등 우려 한목소리

대한예방의학과는 15일 오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의사인력 추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동계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예방의학과는 15일 오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의사인력 추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동계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부안대로 연간 2,000명씩 의과대학 정원이 증원될 경우 고등학교 3학년 교실 한반에 의대생이 한명씩 배출되는 ‘의대 블랙홀’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향후 30년간은 의학 전공과 타 학과 전공의 수입 격차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추계도 공개됐다.

대한예방의학회는 지난 15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의사인력 추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024년도 동계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천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학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인력공급 추계 및 미래 건강보험 진료비 예측과 정책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지 않고 현 의대 정원으로 의사를 배출할 경우 2039년에 약 14만명의 의사가 활동할 것으로, 정부안대로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2060년에 활동의사가 20만명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또한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을 증원할 경우 3.5명에서 3.7명으로 추계했으며, 이는 의대 정원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보다 0.6명 정도 늘어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 후 대학입시를 치르는 18세 인구 1,000명당 의대 정원도 추계했는데,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2041년이 되면 18세 인구 1,000명당 의대 정원이 2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는 매우 중요한 수치인데, 의대 정원 증원이 미래 의대 블랙홀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며 “1,000명당 20명이면 2%인데, 전국 고3 교실마다 의대입학생이 한명 정도 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래 총 건강보험 진료비 예측과 관련해서는 활동의사 1인당 건강보험 총진료비를 중요 지표로 봤는데, 의대 정원 증원 시 활동의사 1인당 건강보험 총진료비 감소효과는 10년차 5.1%, 20년차 14.9%, 30년차 22.9%로 추계했다.

또한 실질 GDP 상승률과 총진료비 증가가 동일해지는 시점은 증원 시 2055년, 현행 유지 시 2059년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실질 GDP 상승률이 의사 1인당 건강보험 총진료비 상승률을 상회하는 시점은 증원 후 30년 이후가 될 것”이라며 “의학 전공과 타 전공의 상대적 격차는 정원 증가 시에도 30년 간 계속 확대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 교수는 의대 증원이 실시되더라도 정원 감축을 위한 장기적 논의가 필요하며 의대 쏠림, 필수의료 위기 해결을 위한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불제도 개편, 의료 패러다임 전환 등 단기적이고 효과가 더 큰 정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발표에 이은 패널토론에서도 대부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 후 장기적으로 공급과잉된 의사 수를 줄이는 방안, 한의사 등 의사 외 직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부터 향후 10~15년간은 의사 부족이라는 정부 의견에 동의한다. 문제는 2035년부터 2040년을 타깃으로 의사 수를 늘렸다가 2070년도에 남아도는 의사를 줄이는 문제”라며 “개인 연구결과 2070년이되면 의대 정원을 1,500명 줄여야 하는데, 그래도 의사 과잉상태가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때문에 의대 정원 증원 5년 후 (의사인력 추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의사 1만명 부족하니 1년 2,000명씩 5년간 증원하는 직선적 접근이 아니라 그 후 일어나는 의대 교육문제 등 다양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국대 예방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소아과 오픈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필수의료 분야를 포기하는 의사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영국과 일본 사례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영국이 일본보다 많지만 실제 국민들의 의료대기시간은 영국이 길다며 의사 수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비유하면 큰 건물에 불이나서 당장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하수를 끌어다 불을 꺼야 하는데, 저수지를 만든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게 합리적인 태도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전 대한의사협회장)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확정된 정책이라고 공개했지만 절대로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대표 역시 소아과 오픈런 문제를 지적했는데 15세 미만 소아인구 수가 2000년 990만명에서 2023년 540만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같은 기간 소청과 전문의 수는 3,400명에서 6,200명으로 늘었다며 의사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또한 의사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상위 0.1% 소득이 연 14억원, 1% 소득이 2억1,700만원인 상황에서 의사의 연소득이 3억 정도인 것이 큰 잘못은 아니라고 했다. 인턴, 전공의 등의 연봉까지 고려하면 3억이 안된다고도 했다.

주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의사들이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하에서 저수가로 고강도 업무를 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외국과 비교해 의사 수 부족을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 당시 ‘허위‧선동 거짓 뉴스가 디지털‧모바일과 결합해 진실을 왜곡하는 반지성주의는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것이 저의 믿음이고 의사들 전체의 생각”이라고도 했다.

또한 “대한민국 의사들이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집단이 아닌데 일부 정치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매도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가능하지도 않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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