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임총 열고 비대위 구성 의결…위원장 선출 남아
박성민 의장 “끓어오르는 분노, 일치단결해 전진해야”

대한의사협회는 7일 저녁 온·오프라인으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는 7일 저녁 온·오프라인으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청년의사).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밝힌 다음 날 대한의사협회는 즉시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전환하고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7일 오후 8시 온·오프라인으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비대위원장 선출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했다. 운영위는 설 연휴 안에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박성민 의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직후 의협 이필수 회장과 집행부가 총사퇴한 일을 거론하며 “의협 역사에 정부 정책 강행으로 협회 수장이 사퇴하는 참담한 상황이 닥쳤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참담함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치욕스러운 시간”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지금의 안정되고 우수한 의료체계가 과연 정부가 이룬 성과인가. 지역·필수의료 붕괴, 응급환자 진료 시스템 부실이 의사가 만든 재앙인가. 어린아이가 진료실을 찾아 전전하는 현상이 의사가 만든 환경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장은 “의료인들이 부여받은 면허로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갈아 넣어 만든 훌륭한 의료생태계에서 의사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한순간에 65%가 넘는 의사를 늘리겠다는 무모한 발상을 현실화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이어 의사 회원들이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의협 역사에 닥친 가장 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비상 상황에서 출범하는 비대위가 우리 투쟁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알리고 회원의 분노를 녹여 강철 같은 투쟁으로 회원 권익을 반드시 지킬 수 있게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장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투쟁할 때 우리가 정한 목적지에 다 같이 도착할 것”이라며 “선후배가 따로 없고 직역이 따로 없으며 우리는 다 같은 의사이며 동반자,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어떤 시련이 닥쳐도 일치단결해 전진, 또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의원들은 이날 “비대위에 투쟁 전권을 부여하고 전면적이고 강력하게 대정부 투쟁에 몰입할 것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의원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전 회원의 동참과 의협 전 조직의 역량을 집중한다”며 “비대위가 투쟁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투쟁 수단에 관한 결정 권한을 위임한다”고도 했다.

(왼쪽부터)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정운용 인의협 부산경남지부 대표. 박인숙 전 의원은 이날 임총에는참석하지 않았다(ⓒ청년의사).
(왼쪽부터)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정운용 인의협 부산경남지부 대표. 박인숙 전 의원은 이날 임총에는참석하지 않았다(ⓒ청년의사).

의협 회장 후보들, 비대위 협력 강조…정운용 대표, 파업 부정적

한편,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를 무기한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의협 회장 연기 문제는 대의원총회 의결 사항이 아니다. 그런데도 안건으로 올린 이유는 대의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라며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안건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의원들이 안건 철회에 반대했고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자 좌훈정 대의원(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장)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쓰고 정부는 형사처벌하겠다고 한다. 후배들이 이렇게 절박하게 나서고 있다”며 “우리가 다 같이 뭉쳐도 힘든 판에 또 선거 때문에 분열되고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결국 이날 임총에 참석한 의협 회장 후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이 안건은 마무리됐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는 임총 전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 5명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비대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의협 회장 선거 연기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보들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운영위에서 위원장을 선출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정부가 의협을 패싱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강력 저항하겠다”며 “사면초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비대위와 함께 하겠다”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후배들이 큰 난관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은 아주 명확하다. 모든 것을 던져 후배들을 외롭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들 중 유일하게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운용 부산·경남 지부 대표는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하지만 총파업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적정 증원 규모를 300~500명 선으로 생각한다며 “4월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겨냥해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 여론전부터 해야 한다. 대규모 파업부터 하면 여론전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인숙 전 의원은 간담회에는 참석했지만 다른 일정으로 임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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