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분석②
정책정원 240명으로 늘려 158명 수도권 배정
서울아산 등 수도권 상종 5곳 정원 감원 0명
학회들 “별도정원 늘릴 거면 왜 줄이라 했나”

보건복지부는 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55%로 줄이고 비수도권 비율을 45%로 늘린 '2024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확정했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는 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55%로 줄이고 비수도권 비율을 45%로 늘린 '2024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확정했다(ⓒ청년의사).

정부가 강행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조정에서 기본 정원 외로 책정된 ‘별도정원’이 변수로 작용했다. 수도권 수련병원 중에는 ‘빅5병원’을 비롯해 감원된 기본 정원 상당수를 별도정원으로 ‘보전’받은 곳이 많았다. 별도정원이 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완충 지대 역할을 한 셈이다. 이에 수련교육 현장에서는 “정원 조정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전공의의 45%를 비수도권에 배정하고 수도권 정원은 65%에서 55%로 줄인 ‘2024년도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확정했다. 이를 토대로 오는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수련병원별로 전기 모집을 진행한다. 후기 모집 기간은 오는 12월 27일부터 28일까지다.

청년의사는 수련병원별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4년도 전공의 기본 정원 3,204명 중 54.6%인 1,750명은 수도권에, 45.4%인 1,454명은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여기에 정원 외로 뽑을 수 있는 별도정원을 총 304명 배정해 수련병원들이 뽑을 수 있는 전체 전공의는 3,508명으로 늘었다.

특히 별도정원은 전년도(314명)보다 10명 줄었지만 수도권에 배정되는 비율을 더 늘렸다. 전체 별도정원 304명 중 68.1%인 207명이 수도권에 배정됐으며 비수도권에는 97명(31.9%)만 배정됐다. 오히려 전년도 수도권(174명)과 비수도권(140명) 간 별도정원 비율이 55대 45였다.

또한 정책적 별도정원이 240명으로 전년도(177명)보다 63명이나 늘었다. 반면 미충원 별도정원은 전년도(137명)의 절반인 64명으로 줄었다. 정책적 별도정원은 말 그대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맞춰 필요한 전공의를 추가로 뽑을 수 있도록 배정한 인원이다.

미충원 별도정원과 정책적 별도정원을 더하면 전체 전공의 정원은 3,508명으로 늘고 수도권 비율도 55.2%(1,957명)으로 소폭 증가한다.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은 44.8%(1,551명)로 소폭 감소한다.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 비교 분석 결과(ⓒ청년의사).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 비교 분석 결과(ⓒ청년의사).

수도권 상급종합 94명 감원…종합병원 이하 154명 줄어
수도권에 더 많은 별도정원…서울아산 등 5곳 정원 안줄어

2024년도 전공의 기본 정원은 전년도(3,197명)보다 7명 늘었지만 이번 조정으로 수도권 정원은 전년도(1998명)보다 248명 줄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2곳에서 94명이 줄었고 나머지 154명은 그보다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에서 감축됐다.

별도정원을 포함하면 수도권 전공의 감원 규모는 215명으로 준다. 수도권에 배정된 별도정원 207명 중 98명은 상급종합병원 22곳에, 109명은 종합병원급 이하에 배정됐다. 이에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감축된 정원은 71명이며 종합병원급 이하에서는 144명이 줄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2곳 중 건국대병원을 제외한 21곳이 전공의 기본 정원이 전년도보다 줄었다. 별도정원을 포함하면 전공의 정원이 감소한 상급종합병원은 17곳으로 준다. 건국대병원은 전년도보다 전체 정원(별도 포함)이 1명 늘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인천성모병원, 길병원, 인하대병원은 전년도 정원 규모를 유지했다. 특히 길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중 기본 정원이 가장 많이 감원(9명)됐지만 별도정원을 전년도보다 2배 이상(16명) 배정받아 전체 전공의 정원이 줄지 않았다.

반면 비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3곳은 모두 정원이 늘었다. 별도정원을 포함해 전공의 정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전남대병원으로, 전년도보다 14명 늘었다. 반면 동아대병원은 기본정원은 1명 늘었지만 별도정원을 포함하면 전년도와 동일했다.

[표로 보는 뉴스] 전공의 감원된 상급종합병원은 어디?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 비교 분석 결과(ⓒ청년의사).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 비교 분석 결과(ⓒ청년의사).

빅5병원도 별도정원으로 감원 규모 20→12명으로 줄여
서울아산 0명, 삼성·서울대·서울성모·세브란스 3명씩 감원

빅5병원도 별도정원으로 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여파를 최소화했다. 빅5병원은 이번 조정으로 전년도보다 기본 정원이 총 20명 줄었지만 배정된 별도정원이 13명에서 21명으로 늘면서 감원 규모가 12명으로 줄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110명(별도정원 포함)으로 정원이 한명도 줄지 않았다. 별도 정원을 포함하면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3명씩 전공의 정원이 줄었다.

이는 수도권 소재 다른 상급종합병원 평균 감축 인원보다 적다. 빅5병원을 제외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은 1곳당 평균 전공의 기본 정원 4.4명, 별도 포함 총 정원 3.5명이 줄었다. 반면 빅5병원은 1곳당 기본 정원은 평균 4.0명, 별도 포함 총 정원은 2.4명 줄었다.

서울성모병원은 가정의학과와 산부인과, 안과, 재활의학과에서 전공의 정원이 1명씩 줄었다. 외과 전공의 정원도 7명에서 5명으로 줄었지만 별도정원 2명이 배정되면서 감원을 피할 수 있었다. 반면 피부과는 오히려 전공의 정원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과는 정원이 유지됐다.

서울대병원은 외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전공의 정원이 1명씩 줄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별도정원이 1명 더 배정돼 기존 9명에서 10명으로 늘었으며 정신건강의학과는 기본 정원이 1명 추가돼 5명이 됐다.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는 1명이던 별도정원이 빠지고 기본정원만 각각 8명, 5명으로 유지됐다. 이와 다른 과는 전공의 정원 변화가 없다.

세브란스병원은 안과와 외과 전공의 정원이 1명씩 줄었으며 병리과에서도 별도 정원 1명이 빠졌다. 반면 가정의학과와 산부인과는 기본정원이 1명씩 줄었지만 별도정원이 1명 추가돼 최종 정원에는 변화가 없다. 세브란스병원도 이외 다른 과는 정원 조정이 없다.

삼성서울병원은 가정의학과와 성형외과, 피부과에서 정원이 1명씩 줄었으며 외과는 기본정원이 7명에서 5명으로 감원된 대신 별도정원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 최종 1명만 줄었다. 반면 소청과과는 별도정원이 1명 더 늘었다. 그 외 다른 과는 전년도와 정원이 같다.

서울아산병원은 가정의학과와 외과 전공의 정원이 1명씩 줄었지만 안과 정원이 2명에서 3명으로 늘고 소청과에 별도정원 1명이 배정됐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는 총 110명(별도정원 포함)으로 유지됐다.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 비교 분석 결과(ⓒ청년의사).
2023년도와 2024년도 전공의 1년차 정원 비교 분석 결과(ⓒ청년의사).

학회들 “수도권 별도정원 늘릴거면 정원 왜 깎으라고 했나”

복지부는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과 별도정원 배정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책 별도정원도 기존 기준에 맞춰 배정했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정책 별도정원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처럼 정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 필요하면 추가로 배정하는 정원”이라며 “이번에도 기존과 같은 기준으로 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작업을 한 학회 수련이사들은 정책 별도정원 배정 기준을 모르겠다며 “복지부 마음”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정원 조정 자체가 "숫자놀음에 불과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 송경준 수련이사(보라매병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을 55대 45로 맞추라고 해서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별로 정원을 깎더니 정책 별도정원으로 수도권에 22명을 배정했더라”며 “그렇게 할 거면 뭐라고 정원을 깎았나. 정책 별도정원을 수도권에 더 많이 배정할 거면 애초에 줄이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응급의학과는 수도권 전공의 기본정원이 102명에서 90명으로 줄고 비수도권은 62명에서 7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책 별도정원이 26명에서 33명으로 늘고 그중 66.7%인 22명이 수도권에 배정됐다. 증원한 정책 별도정원 7명을 모두 수도권에 배정한 것이다. 비수도권 정책 별도정원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1명이다.

전공의 정원을 50명에서 60명으로 늘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비율을 50대 50으로 조정한 대한비뇨의학회도 정책 별도정원 배정에 황당해 했다. 학회도 모르는 사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5곳에 정책 별도정원이 1명씩 총 5명 배정된 것이다.

비뇨의학회 박관진 수련이사(서울대병원)는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5곳에 비뇨의학과 정책 별도정원을 1명씩 줬더라. 학회와 상관없는 결정이어서 당황스럽다”며 “비뇨의학과 정원을 50대 50으로 맞추면서 정원이 준 수도권 수련병원에 정부가 정책 별도정원을 배정한 듯하다”고 했다.

박 이사는 “정책을 수행하려면 예측 가능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학회도 이를 감안해 기준을 정하고 정부와 논의해 정원을 조정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뒤에서 정원을 가져가는 수련병원이 생기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 학회가 추진하는 정책도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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