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분석ⓛ
수도권 54.6%, 비수도권 45.4%로 조정
빅5 빼면 수도권 수련병원 정원 더 적어

보건복지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 수련병원별 2024년도 전공의 정원을 발표했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 수련병원별 2024년도 전공의 정원을 발표했다(ⓒ청년의사).

정부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늘리자 수도권 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기준 자체가 대형병원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수도권에 배정되는 전공의 정원을 60%에서 55%로 줄이고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40%에서 45%로 늘린 ‘2024년도 전공의 정원’을 확정했다. 26개 전문과목 학회별로 조정 과정을 거친 전공의 정원은 지난 10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서 확정된 뒤 16일 전국 수련병원에 통보됐다.

청년의사가 수련병원별 2024년도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분석한 결과, 기본 정원 3,204명 중 54.6%인 1,750명은 수도권에, 45.4%는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미충원 별도정원 64명과 정책적 별도정원 240명을 더하면 전체 전공의 정원은 3,508명으로 늘고 수도권 비율도 55.2%(1,957명)으로 소폭 증가한다(비수도권 1,551명 44.8%).

26개 전문과 대부분 수도권 55%, 비수도권 45%로 전공의 기본 정원 비율을 맞춰 조정했다. 비뇨의학과와 신경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는 정원 조정 초기 복지부가 요구했던 ‘50대 50’으로 배정했다.

반면 성형외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예방의학과는 수도권 배정 전공의 수를 줄였지만 그 비율을 55%에 맞추지는 못했다. 성형외과는 수도권에 65% 배정되던 전공의를 59.7%(43명)로 줄이고 비수도권은 40.3%(29명)로 늘렸다. 비수도권에 전공의를 더 배정하고 싶어도 수련병원이 없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흉부외과는 별도정원을 활용해 비율을 맞췄다. 흉부외과는 기본 정원 48명 중 58.3%(28명)를 수도권에, 41.7%(20명)를 비수도권에 배정했다. 여기에 별도정원 15명 중 11명을 비수도권에 배정해 그 비율을 49.2%로 올렸다(수도권 32명, 50.8%). 예방의학과 전공의 정원은 수도권 57.8%, 비수도권 42.2%로 조정됐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수도권 56.4%, 비수도권 43.6%로 배정됐다.

정원 조정 타격 없는 빅5…수련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 커져

이번 조정으로 정원이 준 수도권의 경우 대형병원인 ‘빅5병원’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정원이 빠지면서 전문과별로 빅5병원이 전공의 수련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이같은 현상은 26개 전문과목 중 가장 많은 전공의를 뽑는 내과에서 두드러진다. 내과는 전공의 정원을 30명 더 늘려 2024년도에는 총 633명(기본정원)을 모집한다. 이 중 55.1%인 349명을 수도권에, 44.9%인 284명을 비수도권에 배정했다. 정원 자체를 늘렸기 때문에 수도권 전공의 수는 전년도(360명)보다 11명 줄고, 비수도권은 41명 늘었다.

특히 빅5병원인 삼성서울병원(18명), 서울대병원(16명), 서울성모병원(13명), 서울아산병원(25명), 세브란스병원(18명)은 내과 전공의 정원이 한명도 줄지 않았다(자병원 정원 제외). 빅5병원에 배정된 내과 전공의 정원은 90명으로 수도권 전체 349명의 25.8%를 차지한다.

빅5병원을 제외한 다른 수련병원 정원이 줄면서 내과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평균 전공의 수가 역전됐다. 내과 수련병원은 총 128곳으로 수도권 68곳, 비수도권 60곳이다. 2023년도에는 빅5병원 정원 90명을 제외하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1곳당 평균 내과 전공의 4.3명이 배정됐고 비수도권은 1곳당 평균 4.1명이었다. 하지만 정원 조정으로 2024년도에는 빅5병원을 제외하면 수도권 수련병원 1곳당 전공의는 4.1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4.7명으로 더 많다.

빅5병원을 제외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도전문의 수 격차도 거의 없다. 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빅5병원을 제외한 수도권 수련병원 1곳당 지도전문의 수는 39명, 비수도권은 33명이다. 빅5병원 지도전문의 수는 1곳당 평균 167명이다.

다른 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수도권 전공의 정원의 31.3%를 빅5병원이 차지했으며 성형외과 30.2%, 영상의학과 32.9%, 이비인후과 26.3%가 빅5병원에 배정됐다. 기피과 전공의 수련교육의 빅5병원 의존도도 높아졌다. 산부인과는 수도권 전공의 정원의 29.5%, 소아청소년과는 33.3%, 흉부외과는 50.0%. 외과는 31.8%가 빅5병원에서 수련교육을 받는다.

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아주대병원)는 “복지부가 제시한 배정 기준 자체가 대형병원에 유리하다. 내과의 경우 빅5병원은 정원이 한명도 줄지 않았다. 복지부 기준대로면 작은 수련병원들이 피해를 본다”며 “정원 10명에서 1명이 줄면 10% 감원이지만 2명에서 1명이 줄면 50% 감원이다. 복지부 기준은 빅5병원을 살리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전공의 정원 배정 기준에는 진료실적과 지도전문의 수가 들어간다.

​2024년 전공의 1년차 정원 전문과목별 분석 결과. 기본 정원이 0명인 결핵과는 분석에서 제외했다(ⓒ청년의사).
​2024년 전공의 1년차 정원 전문과목별 분석 결과. 기본 정원이 0명인 결핵과는 분석에서 제외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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