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55대 45 조정 여파
동탄성심 외과, 지원자 4명인데 정원 2명으로 줄어
A국립대병원 외과 "인기과도 늘어 외과 지원자 없다"

정부가 추진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조정 정책으로 인해 외과 지원자를 확보하고도 뽑지 못하는 수련병원이 생기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추진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조정 정책으로 인해 외과 지원자를 확보하고도 뽑지 못하는 수련병원이 생기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필수의료 분야 인력 유입을 위해 추진된 정책으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가 강행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조정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차원에서 비수도권에 배정되는 전공의 정원을 40%에서 50%로 늘리겠다고 했다. 학회들은 무리한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복지부는 한발 물러서 비수도권 배정 비율은 40%에서 45%로만 늘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학회에 전공의 정원 감원과 증원 기준을 제시했다(관련 기사: 갑자기 전공의가 사라졌다…수도권-비수도권 정원 조정 '파장').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학회들은 ‘55대 45’라는 수치를 맞춰 정원을 조정해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강제로 조정된 정원으로 인해 ‘황당한 상황’에 놓인 곳들이 생겼다.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로 꼽는 외과도 그 중 하나다. 전공의 한명이 아쉬운 외과인데 이번 정책으로 있는 지원자를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전공의 모집 당시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수도권 77.0%, 비수도권 40.3%다.

외과 지원자 4명이던 동탄성심병원, 정원 줄어 '황당'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외과 전공의 지원자 3명을 확보했다. 배정된 정규 정원은 1명이지만 별도 정원과 탄력 정원을 적용해 뽑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여기에 최근 한명 더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와 탄력 정원을 더 배정 받을 방법을 고민하던 차였다.

‘행복한 고민’을 하던 동탄성심병원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뽑을 수 있는 정원이 최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동탄성심병원에 배정됐던 별도 정원 1명이 이번에 감원된 것이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은 탄력 정원도 1명까지만 배정하도록 제한됐다.

‘귀한’ 외과 전공의 4명을 확보할 꿈에 부풀었던 동탄성심병원은 허탈함을 넘어 분개했다.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더니 오히려 있는 지원자도 날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동탄성심병원 외과 신동우 교수는 10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그동안 외과 전공의 수련교육에 들인 공을 수포로 만들었다며 허탈해 했다. 동탄성심병원 외과는 ‘한림대의료원 동탄시뮬레이션센터’에서 전공의 대상 복강경과 내시경 관련 교육을 별도로 진행한다. 또 충북 오송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센터와 인천 송도 올림푸스 트레이닝센터를 이용해 추가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개원한 지난 2013년부터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는 전공의법이 시행되기 전이다.

신 교수는 “그동안 외과 전공의를 모집하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어떻게든 매년 정원을 채워 왔다. 지금도 1년차 전공의가 3명”이라며 “올해도 이미 지원자 3명을 확보했으며 최근에 다른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고 있는 의사가 외과를 하고 싶다며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정원 조정 정책으로 외과 전공의 정원이 탄력 정원 포함해 최대 2명으로 줄면서 상황이 꼬였다. 신 교수는 “기존에 배정돼 있던 별도 정원 1명을 줄이고 수도권 병원이어서 탄력 정원도 1명만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결국 최대 2명을 뽑을 수 있다는 의미다.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있어도 뽑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신 교수는 “정원이 유지된 곳 중에는 매년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던 곳도 있다. 그런 상황도 감안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식 정책으로 숫자만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문과목 전공의를 늘리려면 기존 제도를 개편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도 했다. 대표적으로 전공의 정원 탄력운영제를 꼽았다.

신 교수는 “탄력 정원으로 전공의를 뽑으려면 전기와 후기, 추가 모집까지 다 끝나야 한다. 추가 모집까지 전공의를 뽑지 못한 수련병원의 정원을 다른 수련병원에 배정해 뽑을 수 있도록 한다”며 “지원자가 있어서 탄력 정원으로 뽑으려도 해도 그 지원자를 한 달 이상 붙잡아 놔야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간에 다른 과로 가는 지원자들도 많다”고 했다.

정원 증가한 국립대병원 외과도 '고민'…"인기과로 쏠릴 듯"

정원이 느는 지방 국립대병원 외과도 고민이다. 소위 ‘인기과’ 정원도 함께 늘기 때문에 오히려 외과 지원자가 주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방 소재 A국립대병원 외과는 이번 정부 정책으로 전공의 정원이 2명에서 3명으로 증원된다. 하지만 예년보다 지원자를 찾기 힘들어졌다. A국립대병원 다른 과들도 정원이 늘어 인기과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 외과장인 B교수는 “매년 지원자가 1~2명씩은 꼭 있었지만 올해는 씨가 말랐다. 외과를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의사가 없다”며 “외과만 정원이 는 게 아니고 마취통증의학과나 정형외과 등 인기과 정원도 함께 늘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수련교육현장에서는 혼란 커지고 있지만 복지부는 10일 수평위를 열고 전공의 정원 조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정된 정원은 다음 주 중 수련병원별로 안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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