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 필수의료행위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을 도입하기 위해 법적으로 형사면책이 가능한 의료행위를 규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김필수 법제위원장(본플러스병원 이사장)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학회지 '의료법학'에 게재한 '형사면책이 필요한 외과계 필수의료행위의 범주화'에서 이같이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형사면책 범위 설정 기준을 제시했다.

외과계 필수의료 전담 병원(Smart Essential Surgeries, SESH)은 외과계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제안한 모델이다(관련 기사: “365일 외과계 수술만 하는 전담병원 설립하자”). 전문과를 넘어 5인 단위 융합팀을 구성하고 응급 당직의가 365일 24시간 대응하는 체제다. 김 위원장은 "집도의 여러 명이 한 팀이 돼 진단과 수술을 수행하므로 확진에 실수가 개입할 가능성이 낮고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외과계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사면책 적용은 이런 전담 의료기관 운영에 꼭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필수의료 인력난은 저수가는 물론 법적 책임 부담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조건 없는 적용보다 합리적인 기준에서 형사면책 범위를 설정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형사법은 명확성이 중요한데 필수의료 범위와 진료행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규정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면책이 가능한 수술 영역을 규정하고 고의와 중과실을 가를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면책을 적용할 범위를 구체화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법제화를 이루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대한 부담이 감소하고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면책에 드는 행위는 시급성(골든타임)과 신체 부위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시급성에 따른 분류는 ▲대량 출혈이나 급성호흡곤란 등 현장에서 즉각적인 외과적 시술이 필요한 경우 ▲지속적으로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류 공급이 차단돼 감염과 괴사가 일어나는 경우 ▲응급 상황은 막았으나 수술 치료가 이어지지 않으면 생명이나 장애 위험이 있는 경우로 나눴다.

신체 부위별 분류는 ▲뇌신경·척추 ▲흉·복부 등 내부 장기 ▲비뇨·산부인과 ▲사지골절 등 중증외상외과 4개 영역으로 구별했다. 기존의 전문과별 분류는 복합적인 처치가 필요한 응급 상황을 규정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가르는 '과실'에 대해서도 의료 측면에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의 5인을 기준으로 하는 외과계 필수의료 전담 기관에서 오진 같은 과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발생하더라도 '경과실'로 분류해 형사면책해야 한다고 했다. 실수로 발생한 의료행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위워장은 "외과계 필수의료 상황은 당직 응급 상황과 유사하다. 경과실은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긴급한 상황에서 소신 있는 의료행위를 하려면 형사면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도 응급 필수 상황에서 펼친 의료행위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돼도) 대법원까지 가면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상처뿐인 영광일 뿐 무죄를 받는다고 해도 의사들은 필수의료를 떠나고 만다"면서 "사전에 형사면책이 되는 의료행위와 상황을 명확히 규정해 입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과계 필수의료 의사 부족 형상을 극복하고 한국 외과계 필수의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