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추진
“수술할 의사 인력이 없는데 무슨 소용?” 비판

보건복지부는 응급심뇌혈관질환자의 지역단위 대응역량을 강화해 치료시간을 단축하는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청년의사DB).
보건복지부는 응급심뇌혈관질환자의 지역단위 대응역량을 강화해 치료시간을 단축하는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청년의사DB).

정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지적이다.

뇌동맥류 결찰술(Cerebral aneurysm clipping)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의료공백을 이송 체계 개편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기대했지만 ‘역시나’라는 실망감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응급 심뇌혈관질환자가 치료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역 네트워크 단위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안’을 마련해 지난 8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병원 전 단계에서 구급대원이 응급심뇌혈관질환자를 선별해 복지부 지정 권역센터 의료진에 공유하고 환자 상태와 시술 가능 여부를 파악해 이송병원을 선정한다. 환자는 신속치료팀이 구성된 병원으로 이송돼 재관류 시술 등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도 이같은 방식으로 응급 심뇌혈관질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문제는 응급 시술이나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상시 대기 중인 병원을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권정택 교수는 “지금 서울에서도 1339가 그런(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이송하는) 일을 한다. 응급실에 전화해서 수술 가능한 의사가 있는지, 중환자실 병상 여유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뇌동맥류 수술이 가능한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대한신경외과학회 차기 이사장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뇌동맥류는 응급 질환으로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 암처럼 진단받고 진료 일정을 잡아서 수술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절차를 밟는 것도 중요하지만 응급 상황은 다르다”며 “서울아산병원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상당수가 뇌동맥류 수술이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인력 양성이 더 큰 문제다. 환자를 병원에 보낸다고 해도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운 수술을 많이 한다고 해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밤에도 일하고 주말도 없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한국 뇌동맥류 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정도다. 수술 환경이 다르지 않고 시설과 수술 방식도 같다. 그런데도 수술 비용은 차이가 있다”며 “그런 부분이 제도 개선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차원에서 전문 인력 양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권 교수는 신경외과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에 뇌동맥류 결찰술이 포함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응급의학계도 복지부가 제시한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부정적이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은 “환자 이송체계가 없는 게 아니라 이송할 병원이 없는 게 문제다.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는데 어떻게 이송을 적기에 하겠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뇌동맥류 등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빠르게 찾지 않겠느냐”며 “특정 병원을 정해 놓고 환자를 받으라고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까지 역할을 분담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갖추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병원 한 곳에서 모든 수술을 다 하는 방식보다는 그 기능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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