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한 교수 "소아의료 논의서도 소아외과 소외"
분과별 전문의 20명 안팎…'빅5'도 수술 어려워
"수가 인상만으로 해결 안 돼…근본적 전환 필요"

소아 의료 위기 담론에서조차 소아외과가 소외됐다는 비판이 나왔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소아 의료 위기 담론에서조차 소아외과가 소외됐다는 비판이 나왔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소아 환자를 수술할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의사는 떠나고 지원이 끊기면서 이제 '씨가 말랐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소아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손에 꼽고 전문의는 분야별로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수십년 간 소아외과 위기를 외면한 결과다.

서울대병원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지난 8일 서울의대 건강사회개발원이 주최한 '소아의료체계 혁신과 위기탈출' 포럼에서 "소아 의료 위기를 말하지만 소아외과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분과별로)소아외과에서 수술하는 전문의가 전국에 20여명밖에 안 된다. 세부 전문의 제도인데도 대학병원급 어린이병원만 유지되는 수준이다. 안면기형을 다루는 소아성형외과나 소아비뇨의학과가 20명인데 소아만 진료하는 의사는 그 보다 더 적다.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도 10여명에 불과하다. 흉부외과에 소아 분과 전문의 제도가 있는데도 독자적으로 수술 가능한 전문의가 15명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15년 간 소아흉부외과 의사가 필요하면 서울대병원에서 펠로우를 마친 사람이 전국으로 갔다. 서울대병원은 계속 펠로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년 들어 펠로우 씨가 말랐다"면서 "지금 소아심장수술 부분은 빅5도 못 하고 겨우 빅2다. 단 2개 병원만 살아남았다. 심장 수술 하면 3일 밤샘하는데 교수들이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성인보다 낮은 의료 수요와 저수가 겹치면서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소아외과가 소수 병원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소아외과가 극단적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수가 인상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돈 못 벌면 과가 폐쇄되는데 소아 환자 진료만으로 안 되니까 전문의들이 성인 진료를 병행한다. 90%가 성인 진료다. 소아 진료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소아외과 사정이 이런데도 (의료) 시장은 무시하고 국민은 무관심하다. 소아 분야 학회조차 소아외과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 사이 소아외과는 지역별 센터를 넘어 몇 개 병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자들이 1년을 기다려서 찾아온다"고 했다.

김 교수는 "(소아심장 분야)수술 환자 50%가 수가가 없다. 그냥 수가 없는 수술을 한다. 다른 수가 참조해서 적용하면 다 삭감된다. 기본적인 외과 수가 자체도 너무 낮다. 올라봤자 보상이 안 된다"며 "스위스는 소아 기도부 내시경 검사가 2,000만원이고 수술은 2억원이다. 우리나라는 미숙아 기도 내시경도 30만원 정도다. 소아외과는 지금 수가로 (문제 해결을) 이야기할 수준을 넘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책가들이 정말 냉정하게 평가할 때다. 단순히 한때 이슈거리로 두면 안 된다. 의료진은 아이들을 대변해야 한다. 이제 일시적인 대책으론 한계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소아외과는 무너졌고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대신 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포럼을 앞두고 건강사회개발원이 진행한 '소아 의료 위기' 설문조사에도 비슷한 의견이 이어졌다. 소아외과를 비롯해 소아 의료 전 분야가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성형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도 소아 분야 지원자 씨가 말라가고 있는데 높은 지원율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소아를 전문하는 외과 분과가 소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수는 "소아 중환자 진료에는 소아외과와 소아비뇨의학과·이비인후과·흉부외과 등 소아 중재 시술이 가능한 다양한 전문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수도권 병원을 제외하면 병원이 이런 인력을 운영할 재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외래나 입원, 수술 외에도 소아 진료에 필요한 마취·영상의학·진단검사·병리과도 사람이 부족하다. 소아 의료와 관련된 모든 진료과가 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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