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수련병원 소청과 사직 전공의 입장문 발표
"저수가·저출산에도 소청과 선택"…"의대 증원으로 희망 사라져"
2000명 증원 재검토, 필수과 특성에 따른 정책 요구

18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정부를 향해 필수의료과를 소생시킬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18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정부를 향해 필수의료과를 소생시킬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병원을 떠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기 위해 사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근본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18개 병원 소청과 전공의들은 27일 호소문을 통해 “현장 의사로서 국민에게 현 실정과 문제점에 대해 용기 내 말씀 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명에는 강북삼성병원·건양대병원·고대구로병원·대구파티마병원·부산대병원·분당제생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순천향대천안병원·아주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울산대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대목동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한림대성심병원 소청과 사직 전공의들이 동참했다.

전공의들은 소청과를 선택하기 전부터 낮은 수가로 전문의가 진료를 포기하고 상급종합병원도 전문의 고용을 줄이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소아를 치료한다는 보람으로 소청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소청과 오픈런’ 사태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정책을 보고 희망을 가졌지만 의대 증원 2,000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오히려 좌절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소아과 오픈런’은 원가보다 낮은 수가와 환자 수 감소로 소청과 의원이 폐업하며 예견된 사태였으나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았다”며 “이후 발표된 정책을 보며 개선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으나 2,000명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는 ‘낙수과’라는 오명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희망과 자긍심마저 잃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청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소청과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 때문”이라며 “소아 진료는 장시간과 많은 인력, 기술을 요하지만 현재의 수가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반면 나날이 증가하는 소송으로 대부분 소청과 전문의들이 뜻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진료과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좌절감으로 사직을 선택하게 됐다고도 했다.

이들은 “필수의료 붕괴를 앞당기는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지만 정부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의사들을 '밥그릇을 뺏길까 두려워하는 집단'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이대로 나아가면 소청과는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기에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감으로 깊은 고민 끝에 사직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명 의대생 중 일부가 소청과 전문의가 되어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이들 중 (소청과에 지원할) 극소수를 기다리는 것 보다 저평가된 수가를 개선하고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전문의 유입을 시도하는 게 더 효율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필수의료 패키지도 ‘고질적인 의료계 문제를 지속하는 패키지’라는 명칭에 걸맞다. 문제에 대한 성숙한 협의 과정 없이 막대한 세금으로 1년 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허황된 꿈”이라며 “생명을 살릴 의료비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깊은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소청과와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진정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환자와 보호자, 교수와 간호사 등 현장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들은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집하는 것 보다 증원의 필요성을 전면 재검토해 더 이상의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단발성 정책이 아닌 소청과를 비롯해 붕괴를 앞둔 필수의료과의 특수성에 맞는 정책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정책을 논의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현 사태로 우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사직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환아와 보호자에게는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님과 전임의 선배들, 간호사 등 병원 가족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움직임으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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