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공의 3년차 지난 14일 사직서 제출
매일 당직에 전공의 생활 중 2번 소송 휘말리기도
“국민 생명 담보로 파업한다는 비난 받으며 의사하기 힘들어”

전공의 생활 중 2번의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을 묵묵히 받아왔던 3년차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가기 힘들다고도 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전공의 생활 중 2번의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을 묵묵히 받아왔던 3년차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가기 힘들다고도 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심장이 멈춰 병원에 실려 온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에 흉부외과를 지원했던 3년차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 생활 중 2번의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버텨왔지만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한다”는 비난에 청진기를 내려놓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 메디톡'에는 흉부외과 3년차 전공의 A씨가 전공의 수련 1년을 남겨 놓고 사직서를 제출하며 남긴 글이 공개됐다. A씨는 지난 14일 근무하고 있는 대학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내며 3년 전 흉부외과를 지원했던 날이 생각난다던 A씨는 “흉부외과 인턴 시절, 새벽 응급 심장수술에 참여하게 됐고 8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에서 나와 바깥바람을 쐬는데 상쾌했다”며 “심장이 멈춰 병원으로 온 환자가 2주 만에 걸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고 흉부외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특별법으로 주당 80시간 이내 수련이 명시됐지만 ‘기피과’ 전공의 였던 A씨는 3년 간 매일 같이 당직을 섰다고 했다. 근무 시간이 아니라 수당도 받지 못했지만 환자 상태가 좋아져 퇴원할 때 건 낸 감사인사 하나만으로 큰 보람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사들을 옥죄는 정책에 더해 의사들을 향한 비난에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A씨는 “환자의 건강과 회복을 최우선으로 했다. 많은 환자의 삶과 죽음을 봤고 많은 감사도 받아봤으며 많은 증오도 받아봤다”며 “많은 것을 느꼈고 3년 동안 정말 힘들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함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최근 의료정책 패키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하며 언론을 통해 의사를 악마화하고 일에 지쳐 떠나는 전공의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한다”며 “대부분 마이너스 통장으로 원룸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전공의들을 세무조사 하겠다고 한다. 적게는 주 80시간, 많게는 비공식적으로 주 120시간 이상 일했던 전공의들에게 적폐세력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낮은 수가로 인한 적자에 병원에서는 찬밥 신세고 억대 소송 위험도 도사린다. 늘 재판을 달고 살며 새벽에 잠을 못자는 날이 자는 날보다 많은 나날들을 보낼지라도 개인의 사명에 의지해 흉부외과를 선택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 자식이 대한민국에서 의사를 한다면 절대 흉부외과는 택하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돈이 안 되고 밤에 잠 못 자는 것은 당연히 알고 (흉부외과를) 선택했다. 심장이 멎었던 환자가 살아가는 기적을 평생 경험하고 싶어 선택했다”며 “하지만 최저시급조차 받지 못하고 근무일이 아니라 당직비조차 받지 못하고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에서 밤을 지새웠던 지난 세월들이 부정당하고 적폐세력으로 몰아세워지며 비난받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잃었던, 보내줘야 했던 환자 가족들의 한 맺힌 눈물을 닦아주고 그 분노에 멱살을 내어주는 의사가 될 수는 있지만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의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지금까지 노력했던 20대 세월들이 부정 받으면서까지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며 “3년 동안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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