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박지현 위원장 “절차적 정당성 위해 세 차례 투표”
향후 협상권 쥔 박 위원장 “결정 따라 달라”

전공의들이 12시간이 넘도록 밤샘 회의를 한 결론은 ‘파업 유지’였다. 세 차례 투표를 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오후 SNS를 통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긴급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무기한 파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파업을 중단하려다가 재투표로 그 결과가 뒤집힌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전협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0시부터 시작된 긴급회의에 1차 투표 안건으로 '합의문을 채택하고 단체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을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에 상정한다'를 올렸다. 국회, 범의료계와 협의한 사항을 토대로 파업 중단 여부를 논의하는 안건이다.

투표 결과, 전공의 대표자 193명 중 96명(49.7%)가 파업 중단에 반대했으며 49명(25.4%)만 찬성했다. 기권은 48명(24.9%)이었다.

대전협 회칙에 따라 이 안건은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대전협 비대위는 두번째 안건을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 대리가 긴급 제의한 안건으로 두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대의원은 이후로 7일 동안 모든 단체행동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대의원의 의견을 수렴한 비대위원장에 위임한다'였다.

이 안건은 찬성 97명(50.3%), 반대 77명(39.9%), 기권 19명으로 가결됐다.

대전협 비대위는 30일 오전 5시 휴회를 선언한 후 오전 9시 속개했다. 속개된 회의에서는 첫 번째 투표 안건이었던 '합의문을 채택하고 파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에 대한 대의원 의견수렴 과정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찬반 논의가 진행됐고 파업 지속에 대한 분명한 의사결정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박 위원장은 '2020년 8월 30일 대전협 비대위 총회 회의 결과에 따라 합의문 채택 및 단체행동을 중단한다'는 안건을 직권 상정했다.

전공의 대표자들은 더 강경해졌다. 투표 결과, 파업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134명(72.0%)이나 됐으며 파업을 잠정 중단하자는 의견은 39명(21.0%)이었다(기권 13명).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회장)은 30일 긴급 회의 결과 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회장)은 30일 긴급 회의 결과 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첫 번째 안건을 뒤집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안건을 추가로 올려 투표를 한 것”이라며 “첫번째 안건은 지금까지 협의한 사항과 보건복지부 안으로 파업을 중단할지를 물었지만 과반을 넘지 않아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두번째 투표에서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희생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지가 주요 논점이었다”며 “투표 결과, 합의안을 받지 않고 단체행동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134표로 과반을 넘었다”고 말했다.

회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전공의 대표자들의 자유 발언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일주일 동안 의사결정권한을 위임받았다고 강조했다. 위임받은 권한에 대해 박 위원장은 “대의원총회 투표 없이 합의안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결정 사항은 대표자와 논의된 것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라 달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단결을 강조했다. 대전협이나 비대위 집행부가 사퇴한 일도 없다며 “허위 사실이나 악성 루머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국면을 맞았다. 복지부는 ‘우리가 양보하고 잘해줬는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결같았다”며 “우리가 믿고자 하는 옳은 가치를 위해, 존중받고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협은 지난 28일 국회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관련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향후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재논의하는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이어 29일에는 국립대병원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과 만나 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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