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비대위원장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멈춰달라”
“온건파와 강경파가 치열한 의견 교류할 뿐”
의사 아니라는 지적에 ‘일하는 전공의’ 페북 계정 삭제

‘온건파와 강경파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내에서 의견 대립이 있지만 ‘독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진행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긴급 비상대책회의에서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된 후 일부에서 제기된 ‘파업 중단을 원하는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박 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31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멈춰달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어떤 전공의들’이라는 익명으로 배포된 보도자료를 인용해 ‘비대위 다수가 파업 중단을 원했지만 묵살됐다’는 언론보도가 연이어 나오자 “허위·과장 보도”라며 유감을 표했다.

매일 SNS 라이브 방송으로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대전협 박지현 비대위원장(인스타 라이브 화면 캡쳐)
매일 SNS 라이브 방송으로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대전협 박지현 비대위원장(인스타 라이브 화면 캡쳐)

박 위원장은 “해당 내용은 행정부인 ‘비대위 집행부’와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발상”이라며 “지난 29일 개최된 회의의 정식 명칭은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긴급 비상대책회의로,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의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결을 통해 전체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구”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비대위 집행부 내부에 온건파와 강경파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치열하게 의견 교류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집행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비대위 집행부 총사퇴 등 일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집행부를 와해시키려는 공작 등에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악의적인 왜곡을 중단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주장을 할 것을 요구한다”며 “비대위 공식 입장은 없었다. 비대위 집행부 내부 중 대다수가 각 단위병원 전공의 대표로 구성돼 있으며, 이에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해 본인 병원의 의견과 대표 개인의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대위 집행부로 참석한 전공의 일부는 발언권 요청 및 의장의 허가 하에 개인의 생각을 밝힌 바 있고, 이는 비대위 공식 입장과 전혀 무관하다”며 “해당 발언은 의대생들과 오래전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대전협 집행부 이사 자격을 참고해 허락한 것으로, 의대생 보호를 위해 의대생들이 더 이상 단체행동을 원하지 않으면 같이 중단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런 과정들을 무시한 채, 매일 잠을 줄여가며 힘들게 일하고 있는 비대위 집행부를 매도하고 흔드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파업 중단 촉구한 '일하는 전공의'?

의사 아니라는 지적 나오자 페북 계정 삭제

‘일하는 전공의’라는 익명의 계정으로 페이스북에 올라온 파업 중단 촉구 글도 ‘의사 사칭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한 전공의가 동료들에게 파업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호소했다는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글 내용이 의사가 직접 썼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 일부 의사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일하는 전공의’와 대화를 시도했고 그 내용이 공유되면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전공의인 척 가장해 글을 올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일하는 전공의가 메신저에서 사용한 단어를 지적하며 ‘중국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 같지 않다는 지적에 “이 페이지가 정말 근무한 사람이 적었는지 ‘회의’하시는군요”라고 해명했는데 ‘회의하다’는 의심하다의 중국식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와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며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스스로 정형외과 전공의라고 밝혔으나 정작 수부(손)에 대한 기초적인 해부학적 지식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손바닥에 위치한 8개의 뼈는 의과대학에서 시험에 단골 주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영문 앞글자를 따 ‘호시탐탐’ 등의 약어로 암기하는데, 운영자는 이러한 것을 묻는 말에 동문서답을 했다”며 “혈압, 맥박수, 호흡수, 체온 등을 의미하는 생체활력징후(vital sign)를 의미하는 'v/s'에 대해서도 운영자는 ‘인성-생각-존중-마음’이라며 황당한 답을 했다”고 지적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제보 내용에 따르면 해당 운영자는 전공의도, 의사도, 한국인도 아닌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전공의를 사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주로 선거와 정치 관련해서 일어나는 여론조작 시도가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을 폄훼하기 위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31일 현재 ‘일하는 전공의’ 페이스북 계정은 삭제됐다. 페이지 운영자는 ‘나는 개인이오’라는 글과 함께 욕을 적은 뒤 당분간 쉬겠다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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