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지켜본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채 논쟁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걱정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환자실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기보다 주사제 분주 등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중환자 치료 기피와 방어적인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은 진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감염관리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박재영: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의료진 3명 구속 결정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무작정 의료진을 편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주사제를 분주해서 써 놓고 환아 1인당 1병을 쓴 거로 청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홍빈: 의료인이 잘못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를 구속해서 수사해야 하는 사안이냐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드러난 내용이다. 이런 식이면 환자안전법 등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개선점을 찾으려는 전체적인 흐름에 역행해서 결국 퇴보될 수 있다. 잘못한 것은 찾고 책임 물을 건 묻되, 개인 잘못이 아니라 의료체계와 조직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주저하는 사이 환자 보호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먼저 개입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위해 들어갔을 때는 경찰이 이미 압수수색을 끝낸 상태였다. 의학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개선할 기회를 놓쳤다. 경찰이 개입하면서 누군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형태로 흘러가 버렸다.

신명진: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병원은 병원이 손실을 부담하면서도 분주를 억제하는 정책 쓰지만 실제로는 분주하지 않고 쓸 만한 약이 없다. 아이한테 쓸 다양한 용량의 약이 없다. 또 아이의 상태를 최선으로 맞춰주기 위해 의사가 처방을 내면 간호부나 약제부 입장에서는 그걸 다 맞출 수 있는 약이 없다. 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꼭 얘기했으면 한다.

은병욱: 신생아마다 전해질이나 포도당 농도를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용량 등이 다양한 약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는 약을 일부 분주하고 농도를 다양하게 조제한다. 그런 작업을 약제실에서 무균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하기 어려운 게 우리 의료 현실이다. 그래서 NICU에서 급하게 조제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분주가 일상화된 측면이 있다.

이재갑: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벌어진 일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분주까지는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분주한 주사제를 오랜 시간 보관했다는 데 있다. 모든 교과서에 스모프리피드 같은 영양주사제는 분주한 후 1시간 이상 보관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은 분주한 영양제를 최대 8시간까지 보관했다.

박재영: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병원들도 NICU를 점검해 봤을텐데.

김성란: 스모프리피드는 분주를 하더라도 투여하기 직전에 하고, 멸균포를 깔고 무균 상태로 세팅한 다음 신생아에게 투여한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은 오후 3시, 오후 1시, 오전 11시에 미리 분주를 해 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NICU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재갑: 분주를 하더라도 신생아에게 바로 투여하지 오랜 시간 보관하지는 않는다.

홍기호: 투약까지 시간을 끈 게 문제다. 균이 들어간 영양제를 보관하면서 온도와 영양분이 갖춰져 농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은병욱: 무균 상태에서 조제하고 바로 투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에서 보관하는 시간이 왜 길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조제한 간호사가 투약까지 바로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조제한 간호사와 투약한 간호사가 달랐다. 서로 업무가 과중하고 바쁘다 보니 업무를 분담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의료진이 방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애도하는 마음 먼저 보여줬다면…”

박재영: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한 의료계와 국민의 온도 차가 크다.

이혁민: 이 사건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말도 못 하는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했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이 좋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도 그렇고 의료 관련 단체 그 어느 곳에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수가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의료체계와 수가에서 비롯된 문제이지만 애도하는 마음을 먼저 보여줬다면 사태는 다르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대목동병원부터 이런 면에 소홀했다.

이재갑: 이대목동병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문을 9일에야 발표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병원이 유족들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수습하려 애썼다면 의료진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왔을까 싶다.

은병욱: 신현호 변호사가 ‘의사와 간호사는 불신의 의무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급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중환자실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면 진료를 할 수 없다. 간호사가 손을 씻었는지 안 씻었는지 확인하러 화장실까지 쫓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진료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의료진끼리 책임 미루는 일도”

박재영: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의료 현장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신명진: 의료 현장에서는 감염관리와 여러 상황이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PR 때 손 위생을 하지 않았다고 CPR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 NICU 의료진이 구속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는 모든 일을 감염관리실에 확인받고 하겠다고 한다. 감염관리실이 책임지지 못하면 하지 않겠다고도 한다. 결국 피해는 환자가 입게 된다.

은병욱: 병원장이 아닌 일선 의료진이 구속된 현 상황은 봉직의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의료소송이 생겼을 때 병원장은 나를 지켜주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생각은 진료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재갑: 경찰이 이대목동병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직위체계 관련 규정들을 다 가져갔다고 하더라. 주사 관련해서는 누가 보고를 받고 관리를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JCI를 받아서 의료진마다 맡아서 하는 업무를 자세히 기록해 놨다. 이번에 의료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의료기관인증 규정집과 JCI 규정집이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김홍빈: 의료기관인증평가 시 진료 권한을 쓰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는 의료인들 사이에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는 네 책임이니까 네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여기까지만 내 책임이니 그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신명진: 현장에서는 이미 그렇게 돼 가고 있다.

김홍빈: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경우 NICU에서 약조제를 해서 문제가 됐는데 간호사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약제부의 권한을 간호사에게 위임한 거고 결국 병원장이 정한 거다. NICU 간호사가 1인당 담당하는 환자가 적어 여유가 있다면 뭐하러 주사제를 5~6시간 전에 미리 만들어놓겠는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잘못을 물으면서 병원장과 국가는 뒤로 숨어 버렸다.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료체계를 만들어놓고 국가는 책임이 없다면서 뒤로 빠져 있다. 또한 병원 내에서 총괄적인 책임은 병원장에게 있지만 지금은 다 빠지고 의료진끼리 해결해보라고 하고 있다.

“중환자 보는 의료진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박재영: 대한의학회도 이례적으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을 비판하는 성명을 빨리 냈다. 그동안 의료계 내에서도 사안별로 이견을 보였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병욱: 특히 중환자를 보는 과의 충격이 큰 것 같다. 사법부의 결정을 최대한 선의로 생각한다면, 의사가 무리하게 잠도 적게 자고 밥도 못 먹어가면서 진료하지 말고 병원장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거부하라는 것 아닌가 싶다. 적정 인력을 달라고 하고 감염관리를 위해 적정한 장비를 요구하라는 것 아닌가. 국민은 선진국 수준에 맞는 감염관리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판단을 내린 것 아닌가 생각한다.

김홍빈: 열심히 진료했는데도 중환자실에서 패혈증이 생기는 환자가 열흘에 두세 명은 될 것이다. 의료진이 중증 환자를 보려면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고소하거나 형사적으로 책임을 물으라고 하면 전부 구속되거나 기소돼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구속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경증환자만 보면 그런 위험 부담이 덜 하겠지만 중증 환자를 보는 의료진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어두운 부분 들춰야 하는 감염관리, 이젠 아무도 들추려 하지 않을 것”

박재영: 감염관리 원칙을 제대로 지키면서 진료했는데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이대목동병원 사건처럼 의료진이 구속되는 일도 없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홍빈: 병원 내 감염은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한 수사당국의 논리대로면 모든 감염을 다 책임져야 한다. 지금은 주사제 분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수술 부위 감염이 생겼으니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 경찰이 개입하거나 형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신명진: 감염관리라는 게 매뉴얼이 있지만 그 매뉴얼이 모든 의료환경과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절대적인 가치가 일부 있고 의료환경과 사회에 맞춰서 적용해야 하는데, 지침대로만 하라고 몰아가면 원칙이 깨지고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현장에서 생기고 있다.

이혁민: 이번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이 적어도 감염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감염관리라는 행위 자체가 어두운 곳을 들춰내서 개선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어두운 부분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면 이제는 아무도 들춰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법적인 처벌이 이뤄진다면 당연히 숨는다.

은병욱: 전공의들은 최근 주 80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지만 간호사와 펠로우, 교수들, 특히 중환자를 진료하는 과에서는 주 120시간 근무가 비일비재하다. 이번 일로 그렇게 무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게 자랑거리가 아닌, 환자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의사들은 주 80시간, 적정 시간만 근무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김성란: 이번 사건 이후 응급실에서 시술하면 보호자가 사진에 동영상까지 찍는다고 하더라. 녹음은 당연해졌다. 의료진이 진료 현장에서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김홍빈: 앞으로 의료감염과 관련해서 법적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알리는 순간 범법자가 되거나 주위 사람을 고발하는 꼴이 된다. 미국이나 유럽은 public reporting 시스템이 잘 구현돼 있어 감염률 등을 다 공개한다. 그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보고하라고 하면 숨기려고 할 것이다.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