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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에 이어 이번엔 SRT로 웃고 우는 병원들SRT 개통 이후 서울대·세브란스 줄고, 삼성서울·강남세브란스 늘어
KTX 개통으로 환자이탈 속앓이 했던 지방병원들 또 뺏길라 전전긍긍
  • 이민주 기자
  • 승인 2017.07.06 06:00
  • 최종 수정 2017.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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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까지 이동 시간을 2시간대로 단축시키면서 전국을 1일 생활권 시대로 만들어놓은 KTX. 지난 2004년 개통된 KTX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거리의 대전은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 됐고, 최소 1박 2일 코스였던 부산이나 광주까지의 여행도 당일 코스가 된 지 오래다.

KTX 개통이 일상생활만 바꿔놓은 건 아니다. 의료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먼 거리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환자들이 KTX 개통 이후 치료를 받으러 지역의 대형병원을 뒤로 한 채 서울로 발길을 돌렸던 것.

더욱이 그동안은 KTX 종착역인 서울역 부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혜택을 받았다면 지난해 12월 수서발 고속열차인 SRT가 개통하며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던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강남 지역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SRT는 지난해 12월 개통 이후 한달 만에 147만명이 이용하기 시작해 지난 5월에는 154만명이 찾는 등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KTX는 지난해 12월 510만명에서 2017년 1월 500만명, 2월 450만명, 3월 460만명으로 꾸준히 줄어들다가 4월에서야 간신히 500만명을 회복했다.

아직까지 SRT 하루 평균 이용객은 4만2,000명으로 16만명인 KTX와 비교하면 평일 기준으로 4분의 1수준이지만 개통 6개월 만에 괄목할만한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SRT 정차역과 멀지 않은 강남 인근 대학병원들은 타 지역 환자 유입을 체감하고 있었다.

환자증가율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은 SRT를 이용해 방문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차 시간에 맞춰 진료시간을 예약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A씨는 “환자들 중에 SRT를 타고 왔다는 분들이 꽤 있다. 환자들이 SRT를 타야하기 때문에 진료시간을 조정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 B씨는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SRT가 생겨서 병원에 오기가 편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문병객들도 SRT를 타고 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 “지방의 의사들이 우스갯소리로 SRT 때문에 환자 다 뺏겼다는 말을 할 정도다”라고 전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SRT 개통 이후 입원환자수가 늘었다.

이에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서울을 찾는 지방 환자들의 유입이 영향을 주지 않았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서역 경유토록 셔틀버스 노선 변경하는 병원들

병원들도 환자 맞이에 한창이다. 멀리 지방에서 SRT를 타고 찾아오는 병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 노선을 추가하는 한편, 새로이 신설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기존 지하철 3호선 수서역, 일원역, 병원 등으로 운영하던 셔틀버스 노선에 수서고속철도역을 추가했다. 버스 대수와 운영횟수도 늘렸다. 셔틀버스는 10분 간격(주말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하루 평균 800명 이상이 탑승할 정도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 C씨는 “열차 도착시간에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다가 이미 승객들로 꽉 차서 못 탄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정말 SRT를 타고 환자들이 병원에 많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일 오후 수서역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 정류장을 방문해보니 버스가 방금 떠났음에도 곧바로 대여섯 명이 줄을 설 정도로 이용객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환자 D씨는 “SRT 개통 이전에는 KTX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다시 택시만 1시간을 타고 병원에 가야해 불편했었다”며 “SRT를 탈 경우 셔틀버스를 내린 곳에서 바로 탈 수 있어 5분 만에 병원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환자 E씨도 “SRT를 이용한 이후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절약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다고 밝힌 환자 F씨는 “SRT가 생긴 직후부터 타고 있다”며 “특히 병원이 셔틀버스를 운행해 방문이 한결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아예 병원과 수서역 사이만 오가도록 단독 노선을 추가해 30분마다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1일 평균 수서역행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문객만 150~160명 정도”라며 “지방에서 오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RT역 내 ‘고객건강라운지’ 설치하고 상담·예약 도와

이외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은 SR(Supreme Railways)과 MOU를 체결하고 지난 1월 25일부터 수서역에 ‘고객건강라운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고객건강라운지에 병원 간호사를 상주시키고, 간단한 응급처치와 병원 상담 및 예약을 돕고 있다.

고객건강라운지에 상주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윤수 간호사는 “3차 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한 부분에 한해 병원 예약을 해드리고, SRT 시간 때문에 진료시간을 맞추는 것이 아슬아슬한 고객의 경우 병원에 연락해 진료시간을 조율해드리고 있다”며 “SRT 탑승객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객건강라운지 이용객도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평균 50명 정도가 고객건강라운지를 방문, 지난달에는 1,900명이 이용하는 기록을 세웠다”며 “라운지를 방문하는 많은 환자들이 SRT의 개통으로 병원 방문이 편해졌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줄었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불편한 기색의 서울대·세브란스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줄면서 SRT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는 데 대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들 병원의 환자 수가 줄면서, SRT 영향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고위 당직자는 “최근 환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SRT 때문일 수도 있고, 현재 병원 내 공사가 많아 그 영향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SRT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최근 신촌의 경우 환자가 줄고 강남의 경우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환자 쏠림 우려되지만 역량 강화로 극복할 것

이미 KTX의 개통으로 환자들을 서울의 대형병원에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지방 대학병원들은 새로울 일도 없다는 반응이다. KTX로 갈 환자들은 가고 있기 때문에 SRT 개통에 따른 뚜렷한 환자수 변화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이들 병원들은 대비하는 차원에서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역 내 45% 환자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전남·광주지역에 위치한 화순전남대병원은 서울의 대형병원과 동일한 암 치료 수준을 구축하고 이를 지역민에게 알리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가까운 곳의 훌륭한 암치료 기관을 두고 멀리 나가 고생하며 비용 부담을 떠안는 것이 답답하다”며 “병원의 암 치료 역량을 강화해 오히려 암치료를 받기 위해 본원으로 서울 환자들이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남대병원도 “심뇌혈관질환 치료에 특화된 병원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 병·의원과의 원활한 진료 의뢰 및 회송 체계를 구축해 서울로 가는 환자들을 전남대병원으로 오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이미 KTX의 개통으로 환자가 줄어들었다. 생길지 모르지만 SRT로 인한 환자 유출에 대비해 타 병원과의 경쟁에 집중하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도 “현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며 이와 더불어 우수 의료진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주 기자  minju9minju@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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