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 등 간호사 수요 급증...대형병원 시행후 간호사 이직률 두배 증가
중소병원 "'신규간호사 씨가 말랐다"...서비스 병상 줄이거나 잠정 중단 검토도

지난 2013년 단 10개소에서 시작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의 수가 매년 증가하더니 지난 1월 18일 기준으로 300개소를 넘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143개소가 새로이 지정되는 등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1일까지 16개소가 추가로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앞으로 7월까지 상급종합병원 7개소를 포함한 전국의 29개 의료기관이 시행을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병원보다 먼저 지정을 받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문조차 열지 못한 병원도 3곳이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시설 등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지난해 5월 1일자로 지정됐지만, 정작 환자를 돌볼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병원은 모두 지방에 위치해 있다. 29개 병상에서 47개 병상 수준으로 병동을 운영하려 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커녕 일반병동에 근무할 간호사조차 구하기 힘들어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부산지역 A병원 관계자는 “처음 서비스를 준비할 때 간호사 한 두명만 추가로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시행 시점이 되니까 구인이 안돼서 할 수가 없었다”면서 “매주 구인광고를 내고 급여도 인상했지만 지원자가 많지도 않고, 출근하기로 했던 간호사가 갑자기 출근을 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B병원 관계자는 “시설이나 장비 등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다 구비해놨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했다. 30개 병상을 운영하는데 간호사 6명과 간호조무사 3명이 있으면 되는데 시골이라서 그런지 간호사를 구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C병원 관계자 역시 “추가로 간호사 20명이 더 필요하지만 대형병원으로 간호사들이 이동하다 보니 구하지 못했다. 신규는 물론 유휴간호사도 채용하려고 했지만 지원자가 없다. 공고도 하고 대학도 찾아다니지만, 인력이 없어서 애써 투자한 시설과 장비는 그대로 두고 일반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병원은 하나같이 제도에 참여해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간호사를 많이 구해서 기존 간호사의 업무 과중도 덜어주고 싶었지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간호·간병, 감염병 관리 등 간호사 수요 급증

간호인력난은 한 두해에 걸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지난해를 기점으로 ‘간호사 씨가 말랐다’는 게 중소병원장들의 하소연이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조기에 확대시키려는 정부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감염예방·관리료 신설, 환자안전법 시행, 의료질 평가 등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제도들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간호사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제도들은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이나 상급종합병원 등 규모가 큰 의료기관으로의 간호사 이동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들 내에서도 간호사의 이동이 빈번히 발생해 중소병원의 경우 서비스 병동수를 줄여야하는 것 아니냐고 고심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D병원은 제도 도입 초반부터 이 서비스를 시행해 현재 200여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D병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퇴사하는 간호사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면서 “숙련된 간호사들이 중증도가 덜하고 규모가 큰 병원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위치한 E병원도 “JCI 인증을 받고 수도권에 있어서 나름 간호사들의 트레이닝도 잘돼 있는 편이었다. 매년 100여명의 신규 간호사가 지원해 20여명이 웨이팅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원자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다른 중소병원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인데도 이 정도라면 다른 병원은 아예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 아닐까 걱정된다”면서 “이제는 간호사의 출신학교는 물론 나이도 안따진다. 온다고만 하면 누구든 뽑아주겠지만 감염관리니 응급실이니 다른 업무를 하겠다고 대형병원으로 가는 간호사들이 많다. 병상수도 곧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늘어날수록 그 일대 중소병원은 그나마 있던 웨이팅 간호사까지 씨가 마른다.

실제 F지역 간호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특정 지역에서만 상급종합병원 4곳이 잇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으로 지정됐다. 당시 한 상급종병은 이례적으로 하반기 간호사 구인도 했다. 통상 연초에 400여명의 간호사를 구인하지만 웨이팅 인력으로도 수요가 부족해 추가 구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를 채용하면 그중 상당수가 평균 2여년 간 웨이팅을 하기 때문에 그 인력들이 중소병원에서 근무한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웨이팅 기간이 1년도 채 안 된다. 결국 작은 병원에서 근무할 신규 간호사수가 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공급막고 수요만 늘리냐...제도 시행 속도 늦춰야

이에 의료현장에서는 지금이라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적으로 간호인력 수요를 감안한 적정 공급안을 마련하고 양적인 확대가 아닌 순차적인 서비스 대상군을 늘려가는 등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의견이다.

D병원 관계자는 “최근 각종 수가들이 생기면서 간호사의 급여가 20%가량 인상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동안 적자였던 병실료가 수가인상으로 정상이 된 것일 뿐”이라며 “처음 제도 시행때 간호수가가 너무 적었다가 이제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가를 더 올린다고 간호사가 채용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에서 단 하나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했을 때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두명이 가질 수는 없다. 결국 한명만 소장할 수 있다. 간호사라는 자원도 한정돼 있는데 수가를 아무리 올린다고 한들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고 확대하기에 앞서 필요한 간호인력 수를 추정하고 적정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장기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간호대학 정원 확대나 간호보조인력의 확대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도는 점차 간호사를 더 많이 필요하도록 만들어 놓고서는 간호대학 정원은 간협의 반대로 여전히 막혀있다”면서 “간호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그 진입 문턱이 높다.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수요가 높은 학군에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간차를 두고 제도를 시행하고 간호인력 정원도 늘려야 한다”면서 “무작정 현장을 떠난 50대 간호사들을 다시 현장으로 끌여들이려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 확충 방안으로 활용하는 유휴인력 활용에도 제한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F지역 간호사회 관계자는 “간호인력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유휴간호사들이 교육을 받고 상당수가 취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을 받는 간호사들의 나이는 적게는 40대부터 많게는 60세 이상도 있다. 이들은 교육을 받아도 급성기 병원에 재취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의료현장에는 중간 허리역할을 할 수 있는 경력간호사들이 부족하다. 신규간호사들은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있고 일선 현장에는 일할 간호사가 없다”면서 “가장 필요한 30~40대 간호사들은 육아와 결혼 등의 문제로 일선을 떠나고, 다시 복귀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 개선해주지 않고서는 유휴인력을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환자군을 재정립해 전국적으로 필요한 환자군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를 확대하려고만 하지, 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공단이 서면으로만 서비스 시행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지금 이 상태로 서비스를 확대하면 이미 질이 어느 정도 좋은 대형병원의 간호 질은 더 올라가고 지방의 중소병원은 간호등급이 더 떨어져 너 나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 수급이 되기 이전에는 병원 내 대체인력들이 일정 부분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배치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병원 자체적으로 질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와상 중이거나 노인의 경우 배변활동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어느 정도 간병인이 필요한 군을 정의해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 지역별·환자별 차별 안돼...확대 주력

하지만 이에 대해 공단은 간호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인정하면서도 제도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확대추진팀 관계자는 “병원 내에서 간호영역을 다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고 간호사가 단기에 배출될 수 없어서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올해 지방공공병원들이 이 제도에 더 많이 참여할 예정으로 지역의 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환자든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환자를 선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특정지역은 안된다고 막을 수 없다”면서 “서비스 제공 대상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환자 상태나 질환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병동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병원급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올해도 제도 확대가 중요하다”면서 “이 제도는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닌데 변화를 두려워 하는 병원들이 있다. 많은 병원들이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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