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임금·인력 강제화부터 간호전용 연구예산 신설 요구도

환자안전과 간호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새 정부가 보다 강도 높은 간호인력 수급 및 지원 정책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특히 간호배치기준을 강화하고 간호사 임금을 정부가 제시해 적정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간호과학연구소는 지난 12일 서울대 간호대학 강당에서 ‘새 정부에 바란다: 국민건강향상을 위한 간호정책 제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요 이슈는 간호인력 수급을 위한 간호인력 배치, 임금 등 처우개선 문제였지만, 해결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서울대 간호대학 조성현 교수와 김진현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간호사 배치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수가인상만이 아닌 환자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간호인력의 최소 배치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현 교수는 “간호사 배치수준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환자 위해사건이 발생하고 환자경험도 부적정하게 나오는 만큼, 환자경험을 평가해 간호사 배치수준의 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면서 “최소 배치기준을 의료법 내 간호사 정원으로 명시하고 신고를 의무화해 미신고 기관이 없도록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간호관리료(입원료)를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현 교수는 정부가 간호사 고용과 처우개선을 위해 수가를 인상한다고 해도 실제 간호사 고용 확대나 근무여건 개선이 아닌, 병원 수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하며 배치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현 교수는 “간호사 임금은 병원비용의 한 구성요소로, 간호사 노동시장의 조건에 의해서 결정된다”며 “병원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비용최소화를 추구하게 되는 등 간호수가와 간호인력 고용은 별개 기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간호배치 기준을 세분화해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대로 안된다, 병원단위 제도 개선 필요

정부가 확대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현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중증도 높은 환자/의료기관과 국·공립 의료기관 부터 단계적이며 점진적으로 추진해, 간호인력 수급의 불균형과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면서 “고용과 통합입원료의 연계기능을 강화하고 신규간호사와 경력간호사의 비율등도 입원료에 연계해 간호인력의 고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병동 보다 병원 단위 확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의 균형적인 설계를 통해 하위 등급의 의료기관의 질 개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서울대 김윤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영 단장, 가천대 간호대 김희걸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개선을 위해선 배치기준의 법제화보다는 병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는 “간호사의 최소인력을 법제화하면 중소병원의 반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법적 최소기준을 정함과 동시에 병원의 간호인력 비용에 대한 보상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지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이 1개 병동을 정해서 신규 간호사로 다 배치하고 간호요구도가 낮은 환자를 입원시키고 있다”면서 “전체 병원의 간호사 임금은 여전히 낮은 상태에서 병동단위 서비스를 하며, 병원은 정부의 높은 수가와 낮은 임금과의 차액을 떼어 먹고 있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이 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동제가 아닌 병원제로 제도를 바꿔 전체 병원의 간호에 대한 임금 등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또 간호계 내부에서 권위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자성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 변화를 통해 새 정부에게 인력과 처우개선을 위한 보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영 간호·간병통합서비스확대추진단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인력을 적정수준으로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종합병원과 병원의 인력기준은 낮다. 배치수준을 높이고 싶어도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병동별, 병원별, 병원 내 특수 상황에 적합한 안전한 배치기준이 이뤄지도록 간호필요도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치기준과 적정한 보상을 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간병비를 줄여주는 제도라고 국민이 인식할 경우 사적 서비스 등 불필요한 요구가 높아질 수 있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병원이 좋은 근무 환경과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성실히 보고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간호를 위한 연구 예산과 기구를 만들어 달라

간호계에서는 선진국의 간호서비스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정부의 강도 높은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간호과학회 이인숙 회장은 “복지부가 간호연구에 배정하는 예산을 만들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내 간호연구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며 “실습병원이 없는 간호대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간호사들의 현장 업무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 유문숙 회장은 “정부의 요구에 의해 전문간호사 1만5,000명이 만들어졌지만 이들의 법적 역할이나 활동 근거는 없는 상태”라면서 “간호의 전문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각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신규간호사의 현장 훈련을 제도화 해 이직률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간호사회 최경옥 부회장은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편해 의료기관이 간호사 고용을 하는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간호수가체계도 세분화해 적정수가를 보장하고 공중보건장학제도의 활성화, 남자간호사 병역대체근무제도 도입 등을 통해 간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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