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만나 설득해도 큰 소득 없었다…교육 질 하락 우려”
政 “학교서 요청하지 않으면 배정 없어” 입장 단호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교육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의학교육 현장에서는 부실 교육 우려가 커지고 있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교육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의학교육 현장에서는 부실 교육 우려가 커지고 있다(ⓒ청년의사).

정부가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의대 정원 조정 신청 수요조사가 4일 자정 마감을 앞둔 가운데, 이를 두고 일부 대학에서 총장과 의대 교수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 늘어난 의대 정원을 배정하려면 늦어도 4월까지는 배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신청 기한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이 의대 정원을 늘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대학 총장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대학 총장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대 교수들의 반대에 막판까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현실적인 교육역량을 벗어난 증원이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홍원화 총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을 110명에서 250~3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부딪쳤다.

아주의대도 110~15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대학 총장을 설득하기 위해 의대 교수들이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아주대는 정부의 1차 수요조사에서 현재 40명 정원을 110~150명까지 늘리는 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의대 교수들은 110~150명까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교수회 대의원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 사태 근거가 된 증원 수요조사 자료를 의대 교수들의 의견 수렴 없이 4일 다시 제출하는 것을 연기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장이 (1차 수요조사에서) 교육부에 제출한 증원 규모는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과장된 자료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런 자료를 의대 증원의 근거인 듯 주장하는 정부 행태는 매우 잘못됐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의대 교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사과하라”고 했다.

순천향의대교수협의회는 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4일 제출하게 될 의대 정원 규모는 몇 명이고 그 근거와 의대생들의 휴학 사태가 장기화 됐을 때 대책, 현재도 열악한 의대 교육여건을 증원 규모에 맞춰 개선할 준비는 돼 있는지 등 답변을 요구한다”며 의대 증원 규모를 제출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충북의대 교수들도 총장을 만나 설득을 거듭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고 했다.

충북의대 관계자는 “의대에서는 원천적으로 (증원 규모를) 제출하지 말아 달라고 총장에게 요구했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총장이기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써낼 것 같은 분위기”라며 “총장은 나름대로 지금 증원을 하지 못한다면 언제 다시 증원이 될 지도 모르고 총장들 간 경쟁 분위기도 있어 (의대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의대 정원을 늘리면 내년부터 정말 학생들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강의실 등 물리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현 정원의 60% 늘어나는 상황에 교육을 어떻게 시키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 마감 기한 내 제출된 내용에 한해 정원을 배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학교마다 사정들이 개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증원할 건지 오늘 마감을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학교에서 요청하지 않으면 배정은 없다”고 했다.

박 차관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도 의학교육 질 하락은 없다고 자신했다. 박 차관은 “2,000명 규모는 수용이 가능하다는 게 지난해 의대별 수요조사와 현장점검을 통해 정부가 확인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신설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차관은 “2025학년도 증원 규모 2,000명은 기존 학교에 대한 증원”이라며 “추가 (의대) 신설 여부는 조금 더 검토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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