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대생 단체 투비닥터 김경훈·고희윤·김태훈
'어떤 의사 될까' 답 찾고자 온·오프라인 활동 넓혀가
"필수의료 궁금한 의대생 많다"…목소리 경청하길

젊은 의사들은 궁금하다. 의과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인기과는 이미 인기과였고 기피과는 그저 기피과였다. 의대생 지망을 다룬 설문조사가 발표되거나 전공의 모집 결과가 나오면 선배 의사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만 했다. "필수의료는 망했고 MZ세대는 어쩔 수 없다."

궁금한 젊은 의사들은 진짜 답을 찾아나섰다. 지난 11월 18일 열린 제10회 젊은의사포럼 전공박람회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의대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나란히 배치한 '인기과'와 '필수의료과' 모두 북적였다. 이들은 "필수의료를 선택하면 정말 그렇게 힘든지" 궁금해 했다. 선배 의사에게 "그런데도 왜 필수의료를 하고 있는지" 묻기도 했다. 고민 속에서 "그래도 나도 해보고 싶다"는 답을 내리기도 했다.

이 현장 중심에는 의대생 단체 투비닥터가 있다. 투비닥터도 의대생의 물음에서 시작했다. 지난 2020년 7월 당시 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경훈 대표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가' 고민하며 친구와 개인 유튜브 채널 '투비닥터'를 만들었다. 지난해는 매거진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기획부터 취재와 편집·디자인·제작까지 모두 의대생이 직접 한다(관련 기사: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 고민 된다면 ‘투비닥터’ 해볼까).

1년이 지나 다시 만난 투비닥터는 이제 온라인과 지면을 넘어 현장을 향하고 있다.

젊은의사협의체가 주최한 젊은의사포럼에서 투비닥터는 전공박람회를 주관했다. 기획부터 실무와 당일 현장 업무까지 김 대표와 의대생 팀원들이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고민하며 만들어갔다".

'필수의료'부터 '인기과'까지 폭넓게 아우른 이번 전공박람회에 600명 넘는 의대생이 찾아왔다. 전공당 45명 정원을 채운 것도 모자라 현장 접수 요청이 속출했다. "300명만 와도 대성공"이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부분 참가자가 박람회 후 애프터파티까지 함께했다. 마음 맞는 이들끼리 즉석에서 '2차'를 가기도 했다.

"어떤 의사가 돼야 할지 실제 현장을 보고 함께 고민하고 싶다"는 의대생들의 열망을 목격한 투비닥터는 이제 다음 '현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월 필수의료 분야를 대상으로 진로 세미나를 주최할 예정이다.

청년의사는 투비닥터와 만나 전공박람회 성과와 의미를 되새겨봤다. 이번 인터뷰는 김 대표(서울아산병원)와 박람회 실무를 맡은 김태훈 기획팀장(충남의대), 부스와 공모전을 담당한 고희윤 팀원(중앙의대)이 함께했다.

(왼쪽부터)투비닥터 김태훈 기획팀장, 김경훈 대표, 고희윤 팀원. 투비닥터는 '어떤 의사가 될지' 고민하는 의대생들을 위한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청년의사).
(왼쪽부터)투비닥터 김태훈 기획팀장, 김경훈 대표, 고희윤 팀원. 투비닥터는 '어떤 의사가 될지' 고민하는 의대생들을 위한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청년의사).

- 의대생 팀원끼리 준비한 행사다. 학업과 병행하는데 안 힘들었나.

김태훈: 솔직히 말해서 진짜 힘들었다. 전공박람회를 하기로 결정하고 토의에 토의의 연속이었다. 이슈인 필수의료 관련 전공을 다룰지 아니면 꾸준히 관심 높은 '인기' 전공을 할지 온갖 의견이 쏟아졌다. 연자 섭외로도 고생했다. 행사 2주 남기고 겨우 섭외한 전공도 있다.

고희윤: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단체채팅방에서 의견을 나누니까 진행이 더뎠다. 각자 허공에 대고 떠는 느낌? 한 사람씩 담당 업무를 맡고 그 위주로 의견을 내면서 소통이 원활해졌다.

김경훈: 한동안 중단한 행사를 다시 시작하는 거였고 기존 주관 단체인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인수인계 없이 일을 시작해야 했다. 작은 디테일까지 우리가 다 고민하고 결정하고 정리했다. 수업 듣고 일하면서 행사 준비를 하니까 지치기도 쉬웠다. 서로서로 동기부여하고 행사 의미를 되새기며 준비해나갔다.

- 행사 당일은 실제 현장에 맞닥뜨리니 어땠나. 600명 넘는 사람이 찾아왔다.

김경훈: 아직 부스 준비도 안 됐는데 아침부터 사람들이 오더라. '큰일 났다'하고 허둥지둥 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수백 명이 행사장을 오가고 있었다. 의대생 때 포럼 왔던 기억이 많이 났다. 그때하고 겹쳐보니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잘했구나 싶었다.

김태훈: 전공박람회 현장 사회를 맡았는데 손에 땀이 비 오듯이 났다. 긴장도 엄청 했다. 그래도 청중이 질문하고 연자가 답변하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니 색달랐다. 보람찼다.

고희윤: 큰일 났다거나 긴장된다거나 딱히 그런 생각은 안 들었다. 워낙 오래 준비하다 보니 너무 익숙해진 거다. 팀원들하고도 끈끈해졌다. 눈 뜬 시간은 내내 연락하고 의견 나누고 대화하는 사이가 됐다. 아, 난 강연을 못 들으니까 그게 좀 아쉬웠다. 그래도 내가 컨택한 연사(강성지 웰트 대표)가 현장에서 알아봐 줘서 엄청 뿌듯했다.

- 이번 행사는 젊은의사협의체와 함께 준비했다. 먼저 제의가 들어왔나.

김경훈: 젊은의사협의체가 다시 젊은의사포럼을 시작한다며 연락이 왔다. 의대생들과 함께 행사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전에는 의대협이 하던 일이다. 투비닥터 역시 의대생이 의대생의 힘으로 일하는 단체고 여러 행사를 진행한 경험을 갖춘 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투비닥터에서 서연주·신정환 대표를 인터뷰해서 안면도 있었고 젊은의사협의체도 우리 정체성이나 목적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 처음부터 전공박람회를 개최하기로 결정이 돼 있었나.

김경훈: 아니다. 정해진 콘셉트는 없었다. 스케치부터 하나하나 쌓아올렸다. 사전조사에서 전공박람회를 원하는 의대생 수요가 굉장히 높았다. 우리 팀원들도 적극적이었다. 전공박람회를 개최하자고 투비닥터에서 강력하게 건의했고 실제로 반영됐다.

젊은의사협의체와 함께 준비한 젊은의사포럼 전공박람회 현장은 수많은 의대생이 찾아왔다(ⓒ청년의사).
젊은의사협의체와 함께 준비한 젊은의사포럼 전공박람회 현장은 수많은 의대생이 찾아왔다(ⓒ청년의사).

- 의대생들의 성원 속에 행사를 마무리했다. 소감은.

김경훈: 이번 전공박람회 현장에서 느낀 점이 필수의료에 해당하면서 '인기 없는' 전공에 대한 의대생들 관심이 그렇게 낮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의학과·외과는 의대생이 지망하지 않으니 기피과라고 부른다. 막상 의대생들은 왜 기피과인지 알고 싶어 한다. 얼마나 상황이 안 좋은지 실제 현장은 어떤지 정말 피하고 싶을 만큼 힘든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런데도 어떤 보람이 있기에 사람들이 이곳을 선택하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실제로 전공박람회를 개최해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의대생이 이런 이유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을 찾았다. 김태훈 팀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날 현장에서 다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의대생들 관심이 컸다. 그럼 투비닥터에서 필수의료 진로세미나를 열어보자 해서 준비하고 있다.

- 의대생 진로 탐구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

김태훈: 우리 학교(충남의대)가 지난해부터 진로박람회를 열고 있다. 학우들 만족도가 높다. 올해부터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공직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선배들, 해외에서 일하는 선배들하고 이야기하고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가 생겼다. 우리 학교를 넘어 전국 의대에 이런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

김경훈: 내가 전공을 선택할 때는 내 주변 사람과 선배 의견이 정보를 접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그 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나 언론 기사 정도였다. 대학생 때 이런 전공박람회가 열렸다면 정말 좋았을 거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이런 기회가 계속되길 바란다.

- 이번이 마지막 활동이다. 함께한 동료로서 투비닥터가 어떤 단체가 됐으면 좋겠나.

고희윤: 투비닥터가 의대생 진로 관련 정보와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대표 단체가 됐으면 좋겠다. 그만큼 역량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의대생 대상 학술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현재 열리는 학회 대부분 전공의와 전문의, 교수 대상이고 참가비도 비싸다. 의대생 대학 '세미 학회'를 투비닥터가 개최하면 좋을 것 같다.

- 젊은 의사 단체로서 선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태훈: 학회나 행사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의대 정원 문제만 해도 당사자인 학생 의견은 안 듣고 있다.

김경훈: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생각을 단순화하거나 'MZ세대'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한다. '요즘 젊은 애들은 이렇대'에서 끝나지 말고 정말 요즘 젊은 애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보면 좋겠다. 또 젊은 의학도의 도전이라면 무엇이든 응원해 주길 바란다.

- 2월에 투비닥터 진로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 투비닥터 활동 계획은.

김경훈: 어떤 행사를 개최한다기보다는 의대생과 젊은 의사가 정말 원하는 것을 우리가 준비하고 이룬다는 점에 더 집중하고 싶다. 의료 분야 각종 이슈를 다루는 행사는 지금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학회나 기업, 정부가 주도한다.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정말 의대생과 젊은 의사가 중심이 되는 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건 투비닥터라고 생각한다. 유일하다고 말해도 좋다. 이런 정체성을 지키면서 우리가 가진 걸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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