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16명이 직접 만드는 ‘투비닥터’…진로 선택 ‘길라잡이’
김경훈 대표 “의대생들 의대 밖 넓은 사회로 관심 영역 넓혀야”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미래 의사인 의대생들의 고민도 다름 아닌 ‘진로 선택’이다. 수많은 진료 과들 중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어떤 의사’가 돼야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의대생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투비닥터’(To Be Doctor)가 의대생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투비닥터는 의대생들의 진로 고민은 물론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선배 의사들의 경험과 조언을 생생하게 얻을 수 있는 ‘의대생들만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당시 의과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경훈 대표가 스스로 갖고 있던 진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친구와 함께 만든 개인 유튜브 채널이 투비닥터의 시작이 됐다. 김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공의 1년차다.

'투비닥터'를 제작하는 주인공들이다. 왼쪽부터 가톨릭관동의대 본과 3학년 강유진 학생, 고려의대 본과 3학년 이승은 학생,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공의 1년차인 김경훈 대표다. 
'투비닥터'를 제작하는 주인공들이다. 왼쪽부터 가톨릭관동의대 본과 3학년 강유진 학생, 고려의대 본과 3학년 이승은 학생,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공의 1년차인 김경훈 대표다.

현재는 ▲유튜브팀 ▲매거진팀 ▲카메라팀 ▲디자인팀 ▲SNS관리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모인 의대생들과 김 대표까지 16명이 투비닥터의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본과 시절은 의대라는 좁은 환경에서 의학 공부에만 전념해 왔다. 의대생으로서 봤던 의사의 모습은 병원의 교수님이 전부였기 때문에 시야가 좁다고 느꼈고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식견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관심 있던 분야의 의사 선생님들을 시작으로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게 투비닥터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투비닥터라는 이름도 의사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나는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의대생들은 의사 사회가 다소 폐쇄적이고 의대 밖의 넓은 사회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하는 게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병원 밖 사회에서 의사가 필요한 다양한 영역이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과를 고를 때도 성적에 따라 결정하게 되기도 한다. 투비닥터가 이런 문제점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투비닥터는 ▲투비닥터 세미나 ▲해외로 간 의사들 ▲병원 밖 의사들 ▲의사 이야기 ▲의대생 이야기 ▲과 by 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신경과는 물론 정형외과, 흉부외과, 정신과, 응급의학과, 내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가정의학과, 두경부외과, 작업환경의학과, 재활의학과, 비뇨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 대해 탐구하는 콘텐츠가 제작됐다.

더불어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을 비롯 의사 출신 변호사와 스타트 기업 대표가 된 의사 등 진료실 밖 의사들의 이야기도 담아냈다. 물론 주인공인 의대생 이야기도 영상 콘텐츠로 제작했다.

투비닥터 홈페이지 캡처

추천 콘텐츠는 진료과별 집중 해부하는 ‘과 by 과'

투비닥터 팀원들은 수많은 콘텐츠 중 진료과별 집중적으로 탐색이 가능한 ‘과 by 과’를 추천 콘텐츠를 꼽았다. 진로 고민은 많아지지만 병원 경험이 없어 마땅한 해소책을 찾지 못한 본과 학생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관동의대 본과 3학년 강유진 학생은 “어떤 과에 관심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그 과는 이렇다는데 괜찮겠어?’라는 질문을 꼭 듣게 된다”며 “진로를 선택했을 때 어떨지 아는 부분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고민만 계속 했을 땐 답답함을 많이 느꼈지만 투비닥터 활동을 하며 그간 답답한 고민들이 해소되는 경험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서브인턴 등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고려의대 본과 3학년 이승은 학생 “최근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이수현 교수님을 인터뷰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통 과 by 과로 인터뷰를 하면 그 과에 대해 초점을 맞춰 하는데 진로 선택의 순간을 어떻게 결정했는지, 임상실습(PK) 생활을 어떻게 돌아야 할지, 의대생들이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과 1, 2학년 때 공부는 많이 하는데 병원 경험은 없기 때문에 진로고민에 대한 마땅한 해소책이 없어 답답했다. 공부하기 싫은 본과 1, 2학년 의대생들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특히 투비닥터는 올해 영상에서 보여주지 못한 밀도 높은 정보들을 매거진에 담아 ‘투비닥터 매거진’을 창간했다. 이에 더해 1~2년 내 의대생 봉사활동 프로그램과 도서출판, 의대생 네트워킹 등 활동영역을 다양하게 넓혀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단순한 유튜브 채널이 아닌 의대생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종합적인 콘텐츠제작팀이 되고 싶다”며 “이 계획의 시작이 의대생 매거진 창간이었고 의대생 세미나, 의료봉사활동, 의대생 네트워킹, 책 제작 등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돈이 되지도 않고 고생만 하는 활동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투비닥터를 통해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투비닥터를 운영하며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투비닥터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의대생을 위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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