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의료 정책 수립하려면 세대 간 소통 必"
의료 현장 곳곳 갈등…"의대부터 소통 가르치자"

'MZ세대' 대두로 '소통'도 함께 인기어 자리에 올랐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의과대학부터 병원 의국까지 곳곳에서 소통을 강조한다. 아예 의과대학 단계부터 '소통을 가르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의료 현장은 '불통'으로 고민하고 있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 용산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서울시의사회 서연주 정책이사(여의도성모병원)는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과정에서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간 소통 노력이 미흡했다며 앞으로 의료계가 세대 간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서 이사는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으로 전공의 단체행동을 주도했다. 현재 젊은의사협의체 공동대표다.

서 이사는 "갈등을 피하고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 올바른 의료 정책을 수립하려면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소통해야 한다"며 "의료계가 소통의 부재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로 의협 이명진 법제윤리위원(명이비인후과의원)은 수직적인 수련병원 의국 행태를 지적했다.

이 위원은 "한국 같은 의국 제도가 없다. 집단주의적 문화 속에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도록 강요받는다. 이 때문에 수많은 갈등과 착취가 벌어진 게 사실이다. 반대로 의국 문화를 들며 잘못을 덮어주고 감싸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의료 교육 특징은 도제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러니 윗사람을 무조건 따라 배워야 한다는 관념이 자연스럽다. 롤모델을 반드시 연장자나 윗사람이 맡는 게 아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롤모델이 될 수 있고 가르침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사회 세대 간 불통만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의사와 의사 동료, 의사와 환자, 의사와 다른 의료계 관련 직종 관계에서 늘 어느 한쪽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다른 사람은 거기 맞춰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의료 현장에서 적당한 역할과 권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예 의과대학 교육과정부터 '소통'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 의대 교육부터 의사가 윤리나 소통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부분 의대생이 공부와 성적 위주의 자기중심적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학교를 나와 실제 의료 현장에 나와서도 다른 동료들과 자주 부딪힌다"고 했다.

이 참석자는 "현장에서 보면 젊은 의사들이 동료 의사나 다른 직군 사람이 의견을 내거나 지적하는 걸 굉장히 불쾌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가 낯설기 때문"이라면서 "교육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 의대가 지식 습득에 치중하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소통의 태도나 방식을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