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 카카오톡 채팅 익명 인터뷰①
인간답게 일하고 싶은 것까지 'MZ세대'?
사회에 관심 없다?…"해볼 건 다 해봤다"
갈등 넘어 의료계 동질감 회복법 찾아야

요즘 애들 대체 왜 이러냐는 기성세대 푸념이 어제오늘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애들'이 '왜 이러는지' 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이에 청년의사는 신년특집 기획에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카카오톡을 통한 공동 인터뷰를 기획했다. 지난 22일 전공의 대상 인터뷰는 4명이 참여했다. 먼저 섭외한 소아청소년과 3년차 A씨와 외과 3년차 B씨가 각각 성형외과 3년차 C씨와 응급의학과 2년차 D씨를 추천했다.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과와 연차를 제외한 신상은 기사에 밝히지 않았다.

요즘 애들은 옛날보다 더 편하게 수련하고 일하지 않나?

소아청소년과 A: 죄송하지만 더 편하면 안 되나요?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추진하는 연속근무 제한이나 주당 근무시간 축소를 두고 전공의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시간을 더 줄였을 때 "과연 수련 시간 확보나 질 보장이 가능한가(성형외과 C)"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수련을 담당하는 교수들도 공유한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여기에 더해 "MZ세대론 만능 렌즈를 끼고(소아청소년과 A)" 왜곡된 시선을 던진다. 근무시간 단축 추진이나 '전공의법' 준수 노력은 '요즘 애들'은 수술 도중에도 스케줄이 끝났다며 수술방을 나간다거나 환자 보기를 피한다는 'MZ세대스러움'으로 읽어낸다.

물론 "메스 잡고 있다가 '시간 됐으니까 퇴근하겠습니다' 하고 나가는 의사는 없다(외과 B)". 하지만 의사면 과로가 당연하고 "이 정도 힘든 건 버텨야 진짜 의사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젊은 의사도 이제 없다(응급의학과 D)".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전공의 2명 중 1명은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2배가 넘는 주 80시간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그사이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던 전공의가 숨지고 많은 전공의가 건강을 잃고 수련 포기를 고민하고 심지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더 편해지고 싶다고, 정말 더 편해질 수는 없는 거냐는 전공의들의 물음은 "그저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소아청소년과 A)"는 호소다.

그러나 이런 호소는 "전공의가 없어서 교수가 당직을 대신 해야" 하고 '기피과'는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전공의가 하나도 없는 수련병원 시대를 앞두고 'MZ세대는 편한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속만 편한 오해(성형외과 C)"를 받고 있다.

전공의가 셀프캠으로 직접 촬영하거나 의국 구성원이 모두 나와 인터뷰하는 영상 홍보물 '전공의 브이로그'는 요즘 애들을 이해하고 따라가려는 노력이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오해의 산물(외과 B)"이기도 하다. "진로는 제주도 여행이 아니고(성형외과 C)" 화사한 브이로그는 "정작 중요한 것은 나오지 않는다(응급의학과 D)".

전공의들은 전년도 지원율을 보고 윗년차가 몇 명인지 당직은 한 달에 몇 번꼴인지 동기가 있는지 확인하며 앞으로 병원 생활을 가늠한다. 전공의 혼자 병동 하나를 책임져야 하는 근무 환경에서 "편하다"거나 "복지가 좋다"는 특수 효과는 빛이 바랬다.

소아청소년과 A: 병원 시설 멋지고 전공의 휴게 공간 있고 밥 맛있고 산책로 예쁘고 스타벅스 있는데 병동을 나 혼자 봐야 돼. 그러면서 응급실 콜까지 받아. 그런데 복지가 좋다?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겠죠.
응급의학과 D: 지금 근무를 그렇게 하세요?
소아청소년과 A: 네. 근데 스타벅스는 없어요.

요즘 애들은 의료 현안에 관심도 없고 참여도 안 한다?

소아청소년과 A: 일이 너무 많아요. 변명이어도 어쩔 수 없어요. 너무 많아요. 진짜.

퇴근은 늦고 출근은 이르고 당직이 가까운 전공의는 "카카오톡 확인하기와 답하기"도 여유롭지 못하다. 평일 저녁 7시 예정이던 이번 인터뷰는 8시로, 다시 저녁 9시로 연기한 끝에 열렸다.

성형외과 C: 교수님이 '요즘 이런다며?' 하시는데 정작 저는 처음 듣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예전에는 부끄러웠어요. 내가 너무 병원 밖 일에 무지하구나 하고. 그런데 이제는 아 그런 일 있구나 하고 말아버리죠. 지금 내 일 처리하기도 급급하니까.
응급의학과 D: 오프가 확실한데 이젠 퇴근하는 순간 그냥 옷 갈아입듯 '의사'라는 옷은 병원에 두고 오고 싶어요. 지쳤고, 어차피 안 좋은 이야기뿐인데 머리 아프고.

기성세대는 젊은 의사에게 참여를 요구하는 동시에 "젊은 의사를 소외시킨다(외과 B)". 병원 밖으로 애써 눈을 돌려도 의료계 현안은 물론 "젊은 의사 현안을 논하는 자리에 불러주지도 않고 불러도 갈 시간이 없고 가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성형외과 C)" 현실을 목격하기 일쑤다.

외과 B: 심지어 우리 목소리 좀 들어달라고 시험 거부하고 병원 나오고 사직서 쓰고 가운 벗고 이 일을 전국에서 다 같이 했는데도 안 됐잖아요. 여기서 뭘 더 어떡해요.

전공의들은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을 젊은 의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모조리 다 해본" 참여의 나날로 기억했다. 그러나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젊은 의사 행렬은 단 3년 만에 "다 함께 망각하기로 약속한 것처럼(소아청소년과 A)" 지워졌다가 지난 간호법 논쟁이나 최근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란처럼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만" 잠깐 호명된다. 전공의들은 "젊은 애들이 단체행동 또 하냐 안 하냐 이슈 몰이만 하고 마는(성형외과 C)" 의료계와 언론, 더 나아가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마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 다가가기 힘들어 하듯 젊은 세대 역시 이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사회를 향해 어떤 자세를 취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응급의학과 D)" 상태에 빠져 있다. 젊은 의사들은 사회와 접점이 되는 또래 집단과 관계 맺기에도 어려움을 느꼈다.

응급의학과 D: 언론은 차라리 정제돼서 나오기라도 하죠. SNS만 보면 사람들이 의사를 상상 이상으로 싫어해요. 특히 젊은 의사들. 뭐만 터지면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니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느냐)'이니. 그런데 무슨 말을 더 해요. 스불재. 누칼협. 끝.

요즘 애들=MZ세대와 간극을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과 B: 요즘 애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모든 수식에 MZ를 붙이는 한 그렇죠.

MZ세대론은 실체가 없다는 무용론이 제기된 지 오래다. 그러나 무수한 비판에도 꿋꿋하게 쓰이고 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쉽고 간편하고 한꺼번에 퉁칠(외과 B)" 수 있으며 심지어 MZ세대론에 비판적인 편조차 "대충 무슨 의미로 쓰이고 어떤 느낌을 지향하는지 알기 때문(응급의학과 D)"이다.

기획부터 '요즘 애들'과 'MZ세대'라는 콘셉트로 진행한 이번 인터뷰도 비판 대상이었다. 개개인 성향과 생각이 너무 다르며 이제 "이를 굳이 억누르거나 평균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덜한" '요즘 애들'을 소수 몇 명 사례가 대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A: 마지막이라 솔직히 말하면 사실 이런 기획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전공의가 1만명이 넘는데 4명이 '젊은 애들 생각을 말한다'? MZ와 다를 게 뭡니까.
응급의학과 D: 저도 취재기획서 받고 '내가 전공의 대표야?'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소아청소년과 A: '전공의 대표'스러운 답변하기 싫어서 사전질의서 안 받은 거예요.
외과 B: 인터뷰 와서 문제 있다고 대놓고 말할 거라곤 보통 예상 안 하죠(웃음).

한편으로 "모든 걸 다 개인 의견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아무 의미 없는 일(성형외과 C)"이라고도 했다.

성형외과 C: 손에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걸 못처럼 다룬다는 말이 있잖아요. 차이점에만 주목하면 나하고 다른 점만 눈에 띄고 거리만 벌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점을 눈여겨보고 동질감을 찾을 때 아닐까요.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다(외과 B)". 젊은 의사들은 "똘똘 뭉치면 더 미움받고 흩어져봤자 별 수 없는" 상태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했다. 이들이 "더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조차 그만두기 전에(응급의학과 D)" 그리고 그렇게 "그냥 서로 갈 길 가기 전에(소아청소년과 A)"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인터뷰 참여자: 소아청소년과 3년차 A씨, 외과 3년차 B씨, 성형외과 3년차 C씨, 응급의학과 2년차 D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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