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구인난에 시각차
“은퇴자 생겨야 구인” 대학병원 인력 구조 지적
“상상초월할 정도로 비용 줘야 1명 채용되는 상황”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소아 진료를 축소하는 대학병원이 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소아 진료를 축소하는 대학병원이 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인건비를 많이 주면 소아응급 분야에 근무할 의사는 있다.”
“대학병원들도 4~5년 전부터 월급 상한 경쟁을 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용을 줘야 간신히 1명 채용하는 실정이다.”

소아의료체계 곳곳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소아 환자를 볼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데 있다. 하지만 구인난의 원인을 두고는 의료계 내에서도 시각차가 있다. 지난 1월 28일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가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 겸 워크숍에서는 이같은 시각차가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인천시의사회 조병욱 총무이사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체가 부족하기보다 대학병원 응급실 등으로 유인할 기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조 이사는 현재 칠곡경북대병원 어린이병원 외래센터에서 소아응급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조 이사는 “현재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비를 인건비로 받으며 일하고 있다. 돈을 주면 소아응급 분야에서 일할 의사는 있다. 적정 보상인지 아닌지가 문제”라며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병원들도 소아응급실을 운영하기 위해 구인하고 있지만 제시한 연봉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했다.

조 이사는 “주 40시간 근무라고는 하지만 근무 시간대가 주말이나 야간이다. 그런데 주간 근무자와 동일하게 생각해서 급여를 책정하고 구인하니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야간과 주말에 일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추가 보상이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이어 “교수 아니면 전공의로 이뤄진 대학병원 인력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교수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추가로 인력을 고용하지 않다 은퇴하면 뽑으려고 하니 의사 인력이 더 늘 수가 없다. 그 밑에서 누가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선순환 고용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오르지 않는 수가다. 결국 규모의 경제로 유지하려다보니 추가 고용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에게 돈을 더 준다고 지원율이 오르지 않는다. 그들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입장은 달랐다. 이미 병원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 연봉을 제시해서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에 특정과만 무작정 올려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인 신응진 순천향대부천병원장은 “시장 논리에 맞춰서 급여를 많이 주면 지원자도 늘겠지만 우리나라 의료체제가 건강보험 수가로 묶여 있다.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제한되다보니 왜곡되고 있다”며 “그래서 젊은 의사들이 비급여 분야 쪽으로 지원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대학병원들도 4~5년 전부터 월급 상한 경쟁을 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용을 줘야 간신히 1명 채용하는 실정”이라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건비를 따지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피과의 인건비가 오르면 다른 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신 원장은 “기존에 그 과에서 20~30년 동안 고생했던 전임 의사들은 어떻겠느냐. 소아청소년과 당직 의사가 병원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 문제가 복잡하다”며 “단순히 의사 급여를 올려서 채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