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청과 지원자 57명뿐, 전공의 지원율 28%
연간 출생아 수 20만명대로 떨어지자 지원율도 감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소청과 지원에 악영향”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0%대까지 떨어지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 환자를 볼 의사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사진: 청년의사DB).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줄고 있다. 지난해 소청과를 지원한 의사는 57명뿐이다. 정원은 203명이지만 28%만 충원된 것이다. 유독 지난해(2022년도 전공의 모집)만 지원율이 낮았던 것도 아니다. 2019년도 전공의 모집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기 시작하더니 2021년도 모집에서는 정원 204명 중 78명(38.2%)만 충원됐다.

소청과 전공의가 줄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 진료를 제한하는 대학병원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소아 환자 진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청과 의사 부족으로 기존 인력의 업무량은 증가하고 이 때문에 지원자가 더 주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왜 소청과를 외면할까.

가장 큰 원인으로 저출산이 꼽힌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도 같이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16년까지 40만명대를 기록했지만 2017년 3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꾸준히 줄어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30만명대 선도 무너졌다.

이 시기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출생아 수 30만명대를 유지하던 2018년까지는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그 이후에는 지원자가 급격히 줄었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 이하로 떨어지자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도 38.2%로 전년도에 비해 반토막 났다.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 근무하는 소청과 전문의 A씨는 “출산율 저하가 소청과 전공의 지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떨어지자 소청과를 전공하겠다는 의사가 급격히 줄었고 20만명대로 떨어지니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더 떨어졌다”며 “쉽게 회복되기 힘들어 보인다. 소청과 환자는 0세에서 만18세까지 연령대다. 출생아 수가 급감한 시기의 영향은 그 연령대가 성장하면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도 소청과 지원에 영향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했고 그 원인으로 분주 과정에서 오염된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 주사제가 지목됐다. 이 사건으로 이듬해인 2018년 4월 당시 주치의였던 소청과 교수 등 의료인 3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소청과 교수는 유방암 3기로 투병 생활을 하던 중이었고 결국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다.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는 연루된 의료인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9년 2월 1심에 이어 올해 2월 16일 2심에서도 재판부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인들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 사실은 기본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불리한 가능성만 채택·조합했다”면서 “스모프리피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 외에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설령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더라도 반드시 분주 지연 투여가 오염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이 사건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장 의료진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관련 의료인이 구속된 해인 2018년 이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한 전공의는 “선배 의사가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본 의대생이나 새내기 의사들이 소청과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며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아 환자보다 보호자와의 관계 때문에 소청과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한 소청과 전문의는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보호자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소청과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이 다른 과에 비해 높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20년 전국의사조사(KPS)’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소청과 감정노동수준은 72.26점으로 정신건강의학과(75.77점)와 재활의학과(73.31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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