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국회토론회 개최
의협, 국가형벌권 발동 자제 등 특례법 제안
복지부 "형평성, 국민 법감정 등 고려해야” 부정적

의료인이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 그것이다.

특히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 시행 후 검찰의 업무상과실치사상 기소가 크게 증가하는 등 중재제도 시행 후 오히려 환자들이 형사처벌에 의존하려는 모습이 보여 특례법 제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특례법 도입 시 타 전문직과 형평성,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 특례법 도입 후 환자 보상을 담보할 수 있는 보완책 등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 의원은 “2022년 전공의 확보율을 보면 필수의료 중에서도 내과, 신경과는 정원을 웃돌지만 촌각을 다투는 위험에 종종처하는 흉부외과, 외과는 정원에 미달하고 있다”며 “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되는 전문직 종사자의 70%가 의사라는 점, 외국에 비해 의사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기소건 수가 지나치게 높은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 특례법을 통해) 의사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의사들은 안심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해 힘들더라도 보람으로 보상받는 과목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에 유리한 의료분쟁 형사 사건화 증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료과오의 형사처벌화가 응급‧중증환자 진료의 위험부담으로 이어져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환자가 비용‧시간‧입증책임 면에서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형사절차에 의존해 의료분쟁이 점차 형사사건화 ▲형사처벌의 필요성과 한계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꼽았으며, 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벌권 발동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최소한 필수의료 분야에서만큼은 의료과오에 대한 국가형벌권 발동을 자제해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에 나설 동기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이사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에 ▲환자의 생명 보호 ▲필수의료 제공 환경의 안정적 보장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 보호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사고처리 특례를 위한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서비스’로 정의했다.

적용 범위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처방‧투약‧외과적 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처방‧투약‧외과적 수술 ▲분만과정에서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기타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수의료행위 등으로 규정했다.

특히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우선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처벌 특례 내용은 ‘필수의료를 제공받은 환자에게 사상 의료사고 발생 시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한 공소권 없음’으로 구체화했으며 ▲환자 승낙 없는 필수의료행위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않은 필수의료행위 ▲진료기록 위조‧변조, 중대한 사실 은닉 ▲무면허 의료행위 등은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전 이사는 “필수의료 붕괴 방지를 위해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은 재정 투입이 필요없는 유일한 필수의료 붕괴 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 시행 후 형사 통한 해결 늘어

‘의료사고 형사처벌화 경향 사례’를 주제로 발제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검찰 범죄인 주요 처분 결과를 분석해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건수 중 전문직이 22.7%를 차지하는데, 전문직종 중 의사가 73.9%로 대다수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업무상과실치상 피해정도를 보면 전치 1개월 이하가 57.5%를 차지한다며 비교적 경상인 피해가 많았다고 했다.

특히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된 지난 2012년 이후 업무상과실치상 관련 처분이 3,557%, 업무상과실치사 관련 처분이 192.7% 증가했다가 의료분쟁 자동조정제도가 시행된 2017년을 기점으로 소폭 상승 후 정착된 시점인 2018년부터 감소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민사책임인 의료과오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의료분쟁조정제도이 실효성 및 관련 제도 지속성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부연구위원 역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당사자 합의 시 기소권 없음 ▲합의 불성립 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활용 ▲조정 불성립 시 민사재판과 조건부 기소유예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조계 "입법과정 쉽지 않을 것"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오상윤 총무이사는 “산부인과를 보면 분만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은 큰 사건이 있었다. 그런 사건들을 보면 현장에 의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사고가 나면 왜 (환자) 옆에 있지 않고 (상황을) 파악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의사가 24시간 산모 옆에서 분만을 케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분만사고 관련) 대부분 판례를 보면 항상 최선의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의사가 어떻게 24시간 환자 옆에 있나. 산모가 여러명 오면 어떻게 하나”라며 “이런 분쟁들을 보면 의사들이 생각하는 최선과 사회적 기대에 큰 격차가 있으며, 이런 것이 (산과의사 부족)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이사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 음주분만, 분만 하다 도망가는 의사들을 봐달라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분만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법우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는 “수술, 시술, 처치에 대한 개념 정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구분해 (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하는 것 보다는 의료행위 전반에 대해 적용하고 의료법 위반이나 미용 목적 의료행위 등은 배제하는 식으로 입법방식을 바꾸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의료법학회 장욱 총무이사 역시 “입법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입법을 통한 해결보다는) 신속하고 공정한 배상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며 “특례 예외규정도 지나치게 협소한 측면이 있는 등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전문가 업무상과실치사상) 기소 건수를 지적하는데 실제 유죄 건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의료인 입장에서) 재판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소 자체를 막자는 것은 이해하지만 최선의 진료행위 여부를 판단하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또한 (필수의료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이 발생했을 때) 형사처벌을 면책한다는 목표가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의문”이라며 “최근 (입법 상황을 보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오히려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처벌하는 법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 "형평성과 국민감정 등 고려해야" 부정적

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계 의견은 경청하겠지만 다른 직역과 형평성, 국민 법감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례법 제정에 다소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 과장은 “형사처발 특례 도입은 다른 전문 직역과 형평성,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 등을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순기능도 있겠지만 의료이용자들의 권리수단을 제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상책임 범위 조정 등 다른 보완책도 병행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법 조항 측면으로 봤을 때) 어느 범위까지 특례를 줘야 하는지, 특례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예외를 어디까지 줄 것인지 등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의료사고 시) 배상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 등 (환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보상이 충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특례제도 도입에 찬성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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