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대법원 무죄 확정
분주나 다른 감염 가능성 대한 2심 판단 결정적
소청과 직격타…"의료진 좌절하는 일 다신 없어야"

"이 사건 공소 사실은 기본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가능성은 배제하고 불리한 가능성만 채택하고 조합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아 4명이 몇 분 사이 연달아 사망했다. 여론은 격앙됐고 담당 주치의는 구속됐다. 검찰은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하며 과실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와 상고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같았다. 전원 무죄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가 '추론'에 근거했고 의료진에게 불리한 부분만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누군가 책임지게 할 이유'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환아 4명이 같은 날 사망하면서 시작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5년 만에 마무리됐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4명과 간호사 3명 모두 최종 '무죄' 판결받았다.

이들은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기소됐고 3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피고인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고 2022년 1월 서울고등법원 역시 원심(1심) 판결을 유지하며 무죄 판결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15일 대법원은 의료진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료진 전원 '무죄' 판결받았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료진 전원 '무죄' 판결받았다.

분주 지연 투여로 감염 일어났다?…"외부 오염 가능성 배제 못해"

이번 사건 쟁점은 피해자들에게 투여한 스모프리피드의 외부 오염 가능성이다.

검찰은 스모프리피드 주사제가 분주 과정에서 스트로박터 프륜디균에 감염돼 피해자들이 패혈증을 일으켰다고 봤다. 피해자 중 한 명에게 쓴 주사기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분주로 투여가 지연됐고 스모프리피드가 감염될 빌미를 줬으므로 의료진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도 주사기가 외부 환경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에 분주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퍼졌다. 1심 재판부가 분주를 허용하지 않고 일부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었다. 의료계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코로나19 백신조차 분주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분주 지연 투여로 오염이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 분주 과정에서만 오염이 발생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감염관리가 적절히 이뤄졌다면 분주 행위 자체를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오랫동안 분주가 이뤄졌다. 이전과 어떤 점이 달라 이번 사건 분주 과정에서 주사제 오염이 발생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어떤 피고인의 행위로 오염이 발생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문제 되는 행위가 약병 천공인지 개별 주사기 소분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모프리피드가 분주 지연 투여 외 다른 원인으로 오염됐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 보고서만으로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제조·운송·보관·투여 등에서 오염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스모프리피드에 투입된 세균 증식 속도와 양을 감안하면 지연 투여로 감염됐거나 감염 위험까지 갔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번 사건 담당 변호사인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대표변호사는 "분주에 대한 판단이 바뀌면서 재판 흐름도 달라졌다. 2심이 분주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분주 지연 행위로 감염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외 다른 감염 원인 존재할 수도"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외 다른 감염·오염 원인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오염된 스모프리피드가 중심정맥관에 직접 주입돼 감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중심정맥관 팁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건 한 명뿐이다. 애초부터 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된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

2심 재판부 역시 다른 감염·오염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모든 피해자 장조직이나 분변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유전자형이 혈액에서 확인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유전자형과 일치했다. 피해자들 장에 집락했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장 점막을 뚫고 혈류로 들어가 패혈증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피해자와 함께 치료받던 쌍둥이 형제가 생존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재판부는 “검사는 생존한 환아가 피해자보다 면역력이 강해서 스스로 이겨냈고 주사기에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적게 들어가 비균질 오염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존한 환아는 다른 피해자보다 어린 생후 8일 차였다. 피해자보다 면역력이 더 강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수액세트나 쓰리웨이, 캡 등 의료기기가 처음부터 오염됐거나 불량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다른 감염이나 오염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한 스모프리피드 주사기가 유일한 감염원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후유증은 남아…의사 구속기소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 입은 소청과

이대목동사건 여파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이대목동사건 여파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재판은 끝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전문의들이 임상 현장을 떠났고 신생아중환자실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다.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2018년 이후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했다. 2018년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구속기소 된 해다. 그리고 올해(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소청과 지원율은 에서 16.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장성환 변호사는 상고심 종료 후 "소아청소년과 지원 전공의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과 의료진이 구속되고 재판까지 받은 이번 사건이 무관하지만은 않다"면서 "누구보다도 아이를 좋아하고 보람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키는 의료진이 좌절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4명의 환아가 사망한 일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나 환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의료진 역시 비통하고 슬플 것"이라면서 "이제 의료진에게 희망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용기를 북돋아 줄 때다. 이번 사건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굳건한 신뢰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의료진이 구속까지 된 이번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는 직격타를 맞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었지만 의료진이 의도했던 일이 아니었다. 초반에 의사를 구속할 필요가 있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당시 소청과 교수가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의사가 소청과를 떠났다. 신생아중환자실 근무를 꺼리는 전공의들도 많았다”며 “유족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불가피한 일이 발생한다. 그런 일을 모두 형사처벌한다면 이 분야에 남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의협은 형사처벌특례 조항이 담긴 ‘의료분쟁특례법(가칭)’을 제정하거나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환자를 살리고 100% 완벽하게 치료할 수 없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형사처벌특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누구든지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의사들이 위험부담이 큰 진료과나 의료현장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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