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 180% 넘는 정형외과…올해도 미달無
정작 대학병원 정형외과는 수술할수록 적자보는 과
정형외과학회 정홍근 이사장 “수술 포기하는 의사 늘어”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대학병원에 남아 고난도 수술을 하려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줄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대학병원에 남아 고난도 수술을 하려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줄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사들이 전공하려고 줄을 서는 진료과 중 하나가 정형외과다. 그 인기는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확인됐다. 정형외과 전공의를 모집한 수련병원 중 미달된 곳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는 수술할수록 적자인, ‘탐탁지 않은’ 과다. ‘돈 잘 버는 과’라는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이번 전공의 모집 결과를 마음 편하게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청년의사가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지난 7일 전국 수련병원 68곳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정형외과 지원율은 153.4%였다. 전공의 189명 모집에 290명이나 지원했다. 68곳 중 정형외과 전공의를 모집한 수련병원은 65곳이었으며 이들 중 미달은 없었다. 이대목동병원은 2명 모집에 8명이 지원해 경쟁률 4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짝 인기’도 아니다. 최근 5년간 정형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평균 177%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게 제출한 ‘2018~2022년도 전공의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형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상승세다. 2018년도 163.3%에서 2019년도 173.7%, 2020년도 187.8%까지 올랐으며 2021년도 186.9%, 2022년도 182.4%로 18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홍근 이사장(건국대병원)은 전공의 지원율이 높은 ‘인기과’라는 그늘에 정형외과의 실상이 가려져 있다고 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수술 기피 현상이심화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위험부담은 크지만 원가 이하로 책정된 수가로 인해 대학병원에서는 ‘적자 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형외과학회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정형외과 의료현황 분석 및 수가방안 제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0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전체 수술 건수에서 정형외과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9.4%였다. 하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 53%였다. 수술할수록 손해라는 의미다. 전체 수술실 수익률은 7%로 흑자였다. 다른 외과계가 수익성이 높아 그나마 전체 수술실 수익률은 적자를 면한 셈이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이유는 원가의 60%대로 낮게 책정된 수가 때문으로 분석됐다. 의사 행위료를 별도 보상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병원 비용과 행위료를 분리하지 않아 수가에 ‘인건비’ 자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학회 측 지적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홍근 이사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정형외과 저수가 문제를 지적하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홍근 이사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정형외과 저수가 문제를 지적하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빅5병원도 정형외과는 적자…비급여 진료해야 수익 나는 구조

정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저평가된 정형외과 수가의 확실한 개선”을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청년의사와 만난 정 이사장은 “빅5병원도 정형외과는 적자다.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많이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정형외과가 수술할수록 적자인 이유는 너무 낮게 책정된 수술 수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가 수익성이 좋다’는 인식은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병원급이나 의원급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대학병원은 상대적으로 비급여 진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급여 진료 내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어서 현재 정장적인 절차로 수술을 시행하면 적자일 수밖에 없다”며 “정형외과 수술은 기본적으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고가의 수술장비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비용은 ‘산정불가’로 수가에 반영돼 있지도 않다”고 했다.

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공슬관절 치환술 진료비는 평균 9,222달러로 중국(1만2,378달러)보다 낮다. 미국은 4만4,048달러로 우리나라의 5배 정도 된다. 미국의 경우 재료비와 입원료를 제외한 시술료만 평균 1만4,946달러다.

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형외과 의료현황 분석 및 수가방안 제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
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형외과 의료현황 분석 및 수가방안 제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 정형외과 수준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낫다고 자부한다. 수술 장비도 일류로 수입해서 쓴다. 하지만 수가는 10분의 1이나 5분의 1 정도로 책정돼 있다”며 “그동안 수익은 생각하지 않고 환자만 열심히 진료한 결과”라고 씁쓸해 했다. “미국 같은 순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절대 수술하지 않을 것이다. 그 고생을 하고 수술했는데 적자라면 왜 수술하려고 하겠는가”라고도 했다.

수술 기피 현상은 개원가나 병원급도 마찬가지다. 정 이사장은 “요새는 정형외과의원이나 병원도 수술하지 않고 비수술적 치료나 시술, 도수치료, 약물 치료를 주로 한다. 수술은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하려면 장비나 수술실, 인력 등 투자해야 할 게 너무 많지만 수익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술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찾기 힘들어 진다

‘수술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도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밟으며 어렵게 익힌 술기를 수술실에서 사용하길 꺼리는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병원이나 의원에서 수술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 이사장은 “수술을 포기하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늘고 있다.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예전에는 교수로 대학병원에 남고 싶어 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남겠다는 의사가 많지 않다. 수술하지 않고 개원하거나 봉직의로 근무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고난도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대접을 받아야 수술실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야 의료가 발전하고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수술을 포기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이 되면 외국에서 의사들을 불러와서 수술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가면 한국 의료는 망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 이사장은 정형외과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형외과도 언제든 ‘기피과’가 될 수 있는 게 한국의료의 현실이라고 했다.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상대가치제도 하에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 틀을 깨야 한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정형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많은 이유는 일단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로 인해 관절염 환자 등이 늘었다. 그리고 스포츠의학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며 “문제는 고난도 수술을 하는 의사가 줄고 있다는 데 있다.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어 “수가 개선 없이 이대로 가면 정형외과도 기피과가 될 수도 있다”며 “상대가치제도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가치제도 하에서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방식으로는 서로 자기의 목소리만 낼 뿐 얻을 게 없다”며 “그 틀을 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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