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분원만 10곳 추진, 지역도 분원 경쟁
분원 설립 지역 중소병원 폐업률 증가 지적도
“대학병원 확장 경쟁, 중소병원·의원 몰락 의미”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병원이 늘자 중소병원과 의원은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청년의사).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병원이 늘자 중소병원과 의원은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청년의사).

대학병원들이 앞 다퉈 분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의료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학병원 분원이 그 지역 환자들을 흡수해 중소형 병원과 의원이 경영에 직격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병원과 의원이 늘면 의료전달체계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 경쟁이 치열한 곳은 수도권이다. 현재 8개 대학병원이 분원 총 10개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분원 10곳이 모두 설립되면 수도권 내 병상은 최소 6,300병상 이상 증가한다(관련 기사: 고대도 합류한 대학병원 분원 설립 러시…수도권만 10곳).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군산시에 500병상 규모로 분원을 설립하며 전남대병원은 현재 위치한 광주 동구 학동 부지에 1,500병상 규모로 새 병원을 건립한다. 충북대병원도 충주에 분원 설립을 추진한다.

서울시가 개정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병상을 증설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감염병 전담병상 등 공공의료시설을 넣는 조건으로 종합병원 증축 시 용적률을 현행 대비 120%까지 완화했다. 이에 따라 건국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이 증축을 신청했다.

대학병원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자 지역 중소형 병원과 개원가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의료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된 지역은 중소병원 폐업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최근 5년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을 분석한 결과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경남 지역의 경우 부산대병원 분원인 양산부산대병원이 설립된 이후 병원 폐업률이 상승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 2008년 10월 개원했으며 현재 상급종합병원으로 1,204병상 규모다. 양산부산대병원 개원 이듬해인 2009년 경남 지역 병원 폐업률은 9.9%로 전국 병원 평균 폐업률인 8.1%보다 높았다. 이어 2010년에는 14.1%까지 상승했으며 2011년 12.7%, 2012년 9.7%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9.1%)보다 높았다.

양산부산대병원 설립 전후 전국과 경남 지역 병원 폐업률 비교(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양산부산대병원 설립 전후 전국과 경남 지역 병원 폐업률 비교(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010년 해운대백병원이 추가 신설되면서 경남 지역 병원 폐업률은 더 가속화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산침례병원이 대표적인 폐업 사례”라며 “이런 과거 사례를 앞 다퉈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추진되는 수도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지역 의료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억제하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병원장협의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대학병원 확장은 의료를 황폐화시키는 원인이 될 게 분명하므로 철회돼야 한다”며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장협의회는 중소형 병원 중심 단체다.

병원장협의회는 “대학병원 확장 경쟁은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을 의미하며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보건의료시스템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며 “플랑크톤과 미생물이 없는 생태계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이라는 먹이 사슬이 끊어진 대학병원은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장협의회는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은 각각 역할이 있는데 대학병원 증설 경쟁이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목숨을 끊어 의료라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수도권 중심 대형병원 분원 설립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악화시킬 것이다. 의료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을 가속화 시킨다는 불편한 진실이 분원 설립의 정당성을 무색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병원장협의회는 이어 “대학병원 분원 경쟁은 의료라는 생태계 피라미드를 뒤집어 최상층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 의료라는 시장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기대와 현실의 불일치를 제거하기 위해 정책을 조율하지 않는다면 의료비 앙등과 의료 생태계 파괴는 필연적이고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대학병원 분원은 지역 의료 생태계를 황폐화한다”면서 지역별로 대학병원 병상 수를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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