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이미 공급 과잉" 지적
고도급성기 병상 비중 21%…축소하는 일본과 대조

주요 대학병원 분원 '러시'가 의료 붕괴를 부추기는 '폭주 기관차'란 비판이 나왔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병상 과잉 상황을 아랑곳 않는 수도권 분원 설립은 지역의료 붕괴와 지방 소멸을 가속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고려대의료원이 경기도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새 분원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 문제가 재점화했다. 아주대병원 역시 경기도 평택시와 파주시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내 설립 추진 중인 대학병원 분원만 10개소다. 이를 다 합하면 수도권 내 병상은 6,300병상 이상 증가한다. 정부는 병상 신·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13일 제39차 의협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건보 재정 위기 속에 수도권 대학병원이 잇따라 분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면서 "폭주 기관차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이날 '초고령사회를 위한 의료개혁'을 주제로 일차 의료기관 중심 의료체제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허가병상당 연간 매출(요양급여비용)은 2015년 2억1,000만원선에서 2019년 3억3,400만원으로 5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 매출도 8,910만원에서 1억3,600만원으로 52.6% 뛰어올랐다. 반면 병원급과 요양병원 병상 매출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2019년 병원 병상당 연간 매출은 4,680만원, 요양병원은 1,970만원을 기록했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13일 의협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병상 과잉 상황에서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수도권 분원 설립에 나선 점을 지적했다(자료 출처: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13일 의협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병상 과잉 상황에서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수도권 분원 설립에 나선 점을 지적했다(자료 출처: 대한의사협회).

대학병원이 가진 병상은 이미 '과포화' 상태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설치한 고도급성기 병상 비율은 2019년 전체 병상의 21.36%를 차지했다. 현재 대학병원들이 내놓은 분원 계획대로면 그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처럼 병상 과잉과 의료비 급증으로 고민하는 일본이 10년간 고도급성기 병상 6만1,000개를 폐지하고 비중 축소 작업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진료비 점유율도 문제다. 한국 고도급성기 총진료비 점유율은 43.6%로 일본 24.4%와 격차가 크다.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 고도급성기 병상 비중을 15.48%에서 10%까지 줄이고 진료비 점유율도 17%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우 소장은 "한국 고도급성기 병상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면서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계획은 지역의료 붕괴와 지방 소멸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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