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무 연속성 등 안정감 내세워 71% 득표 당선
의사결정체계 고도화로 내부 의견 아우를 것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에 고려의대 강민구 전공의가 당선됐다. 25기 집행부에서 부회장을 맡아온 강 당선자는 회무 연속성과 안정감을 내세워 승리했다. 협회 운영에 내실을 기하고 전공의 처우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에 전공의들이 화답했다.

지난 12일 용산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당선증을 받은 강 당선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연한 대전협'과 '열린 집행부'를 기본으로 현안을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료지원인력(PA) 문제나 전공의 사회 내부 미흡한 의사소통 문제에서도 전공의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간호법 등 보건의료 분야 현안에서는 의료계 일원으로서 큰 흐름을 따르면서도 전공의만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협회의 의사결정체계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에 당선된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2년차 강민구 전공의.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에 당선된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2년차 강민구 전공의.

- 압도적인 차로 당선됐다. 그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전공의 현안과 이슈에 대한 두 후보자 간 온도 차가 전공의 사회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상대 후보가 진행한 여러 시위에서 (후보 간 입장 차가) 두드러진 점도 전공의들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저를 선택하지 않은 30%도 결국 의사소통이나 회무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는 유권자의 뜻으로 알고 노력하겠다.

- 임기 시작 후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제1 공약이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였다. 또 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급여와 당직 수당 체계를 개선하고자 한다. 전공의 사회에서 근로기준법이 얼마나 준수되는지 조사하는 것이 그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급여나 당직 수당 현황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법률 검토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찾겠다. 특히 36시간 연속 근무 추가 수당을 집중 논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대국회, 대정부와 소통하겠다.

- 필수의료 위기가 강조되면서 의사 정원 확대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 단계를 밟으면서 의정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관련 논의는 보류해야 한다. 관련 법안 발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효성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도 대전협 차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전문의 수는 OECD 기준으로도 많은 편이다. 필수중증의료체계 논의에 의대 정원은 논점을 벗어났다. 향후 의정협의체가 열리면 의협이 대표로 참여하는 만큼 대전협은 그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전공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간호법 저지 투쟁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강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 앞으로 의료계가 다시 투쟁에 돌입하면 전공의 사회는 어떻게 움직일 생각인가.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서는 비단 간호법이 아니어도 대한의사협회 산하 단체인 만큼 그 노선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틀이 설정되면 거기서 전공의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의견을 낸다는 게 기본이다. 앞으로 (대전협) 대의원 총회에서 이런 부분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거라고 본다.

- PA 문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공의 사회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전협은 전공의 전체를 대변하는 단체인데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지난번 대의원총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서울과 다른 지역 간 상황이 다르기도 하고 논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전협처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견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진행하는 시범사업 내용 가운데 진료나 처방 외에 일부 드레싱 등 간호와 관련된 부분은 다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의원 총회에서 절충할 수 있는 부분은 절충하겠다. 우선은 하반기 시범사업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

- 차기 회장으로서 25기 집행부를 평가한다면.

23기에서 24기로 넘어가면서 끊겼던 회무 연속성을 25기가 회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한솔 회장의 회무 능력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복지사업을 되살렸고 대국회나 대정부 소통 채널도 다시 구축됐다.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대전협 역할을 복원하고 계승한 집행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집행부 구성이 늦은 점은 아쉽다. 임기 시작 이후에도 집행부가 완벽히 꾸려지지 못했다. 26기 집행부는 오는 9월 1일 임기 시작 전에 구성을 마치고자 한다. 비단 25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의사결정체계가 미진했던 점도 아쉽다. 대전협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다. 지난 2020년 파업 당시 그 점이 극명히 드러났다. 대의원 총회에서 회칙 개정 등을 거쳐 의사결정체계를 발전시키겠다.

- 회원 참여 등 의사결정체계 발전 방안은.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건도 사전에 공지해서 회원 의견을 수렴하겠다. 회원이 먼저 이사회 안건을 제안하는 회원 참여 정책 제안 제도도 구축하겠다. 회의체 신설 논의도 시작하겠다. 지금 대전협 회의체가 이사회와 대의원회 밖에 없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의원회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사회 밖에 없는 셈이다. 대의원회 산하에 좀 더 간략한 형태의 회의체를 구축하면 의견 수렴이 더 수월할 것으로 본다. 회칙 개정이 필요한 만큼 다음 대의원 총회 때 논의하겠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네트워크도 마련하겠다. 집행부 참여는 어려워도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을 내고 회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만들겠다.

- 집행부 구성에서 중점 사항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 중이다. 10~15명 정도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 과마다 입장이 있고 현안이 있다. 최대한 다양한 과에서 집행부에 참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과 현안이 대전협 회무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만큼 집행부 구성에서 이 부분도 신경 쓰고 있다. 열린 집행부를 목표로 회무에 관심이 있는 분은 언제든 편하게 지원해주길 바란다. 특히 대전협이 전국 단위 조직인 만큼 여러 지역에서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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