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진단시약 검출 유전자 개수 기준 삭제에 우려
“코로나 진단 역량에 악영향, 기준 변경 결정 재고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검출 유전자 개수 권고 기준을 삭제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과 ‘고위험성 감염체의 성능 평가 가이드라인’을 지난 12일 공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검출 유전자 개수 권고 기준을 삭제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과 ‘고위험성 감염체의 성능 평가 가이드라인’을 지난 12일 공포했다.

PCR 진단시약 제품이 검출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유전자 개수와 정확도는 상관없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입장에 대해 진단검사의학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대한진단검사의학회까지 나서 코로나19 검출 유전자 개수 권고 기준을 삭제한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유전자를 2개 이상 검출하도록 권고했던 기준을 삭제해 논란이 되자 지난 26일 “현재의 코로나19 진단체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식약처 정호상 체외진단기기과장은 “기존 가이드라인에 검출 유전자 개수 제한이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당시 진단제품 개발을 앞당기기 위함이었다”며 “검출 유전자가 1개든, 2개 이상이든 임상 성능과 변이 바이러스 검출 성능에 대한 허가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정확도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유전자 1개만 검사하는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은 “말도 안되는, 신박한 주장”이라며 어이없어했다. 한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시험 과목을 2개에서 1개로 줄여준 다음 ‘사실 한 과목을 공부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격”이라며 실소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취소하라고 했다. 코로나19 검출 유전자 개수 권고 기준을 삭제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과 ‘고위험성 감염체의 성능 평가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가이드라인 내 검출 유전자 개수 권고 기준은 진단검사의학회와 질병관리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코로나19 진단검사지침’을 기반으로 도입됐지만 정작 기준을 삭제하면서는 학회나 질병청과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검사의학회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우려를 표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이들이 일부 코로나19 진단시약에서 위음성을 일으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하나의 유전자 부위만 검출할 경우 위음성을 예방하는데 충분하지 못하며 여러 유전자 부위를 검출할 경우 변이로 인해 하나의 유전자를 검출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유전자 부위는 검출할 수 있어 위음성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 개정 근거로 제시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대해서도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WHO가 코로나19 유병률이 높으면 한 개의 유전자 표적만 사용하는 진단시약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한 시기는 지난 2020년 3월이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오히려 변이주가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점을 고려해 2022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러 개의 표적을 검출하는 코로나19 PCR 진단시약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요 변이에 대한 성능을 검증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약처 입장에는 “이런 방식으로는 미래에 출현하는 변이를 검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 S 유전자를 포함해 복수 유전자를 검출하는 진단시약 때문에 영국에서 알파 변이를 조기에 검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이어 “진단시약 허가기준 변경으로 코로나19 진단 역량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식약처는 기준 도입, 변경 등에 있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변이로 인한 SARS-CoV-2 PCR 검사의 위음성 위험성을 고려해 식약처는 이번 기준 변경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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