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진료비 지원 중단되고 병상들도 줄줄이 축소
코로나 환자보는 개원가에 "왜 갑자기 돈받나" 항의
재원 문제로 축소한 중환자 병상 회복도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자 의료현장은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환자는 늘고 있지만 현장 대응 여력을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266명을 기록하며 두 달만에 다시 4만명 선을 돌파했다. 일주일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에서 최대 20만명에 이르리란 전망도 나온다.

방역당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과 의료체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 20만명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무장해제 시켜 놓은 상태에서 선제적 대응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사도 몰랐던 본인부담금 지원 종료…'의료법 위반' 위험까지

코로나19 일반환자 외래 본인부담금 지원 종료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증가해 개원가가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일반환자 외래 본인부담금 지원 종료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증가해 개원가가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지난 8일 코로나19 환자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와 외래 환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지원 종료를 발표했다. 11일부터 면역저하자를 제외한 60세 미만 확진자는 외래진료시 본인부담금으로 약 5,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달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논의한 '코로나19 격리 관련 재정지원 제도 개편방안'에 따른 조치다.

문제는 환자는 물론 일선 의료기관에도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본인부담금 지원 종료를 발표 3일만에 시행했다. 주말까지 끼면서 각 의사회 차원에서 회원 기관에 변경된 정책을 전달하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대국민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본인부담금 청구에 "왜 갑자기 돈을 받느냐"는 환자들 항의는 고스란히 의료기관 몫이 됐다.

변경 사항을 몰라서 이전처럼 본인부담금을 안 받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의료법 제27조 3항에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았다고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1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환자는 물론이고 의사조차 정책을 숙지하고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환자가 증가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며 "개원가는 감염 관리에 행정 부담은 물론 혹시나 법적 시비가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 방역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감수하고 그대로 밀고나갈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현장도 그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지난 11일 질병관리청과 회의를 갖고 감염관리료 부활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 확대를 건의했다. 하지만 수용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했다.

"줄이라고 해서 줄였는데…" 병상 부족에 중환자 치료 '빨간불'

중환자·준중환자 등 입원 환자 진료도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6월부터 정부가 재원 상황과 일반 의료체계 개편을 근거로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전담병상 감축을 요구해 상당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코로나19 환자 병상을 줄였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미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못 받는 병원이 나오고 있다. (원내 감염으로) 병동 전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들도 생기고 있다"면서 "지원도 없어지고 (정부가)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다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병원들도 혼란스럽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아직 중증 환자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분만이나 감염취약계층, 수술 환자들이 생겨날 텐데 원내 감염 관리부터 입원·전원까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전에 겪은 혼란을 다시 거치게 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도 병상 감축을 요구했던 정부 정책이 근시안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중환자 병상을 가지고 있던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이 병상을 거의 줄였다. 다시 준비하려면 최소 4주는 걸린다"며 "지금 병상도 (정부에서) 줄이라는 것을 병원들이 버텨서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재유행 가능성은 이전부터 계속 나온 이야기다. 그 사이 (정부가) 무엇을 준비했나.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보건복지부 장관도 임명되지 않았고 지난 두 달간 (준비가) 아무것도 안 됐다.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청년의사 창간 30주년 특집 좌담회에서 "상황을 델타 바이러스 유행 전으로 돌려놨다. 중환자 진료체계는 그 시계가 2020년 10월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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