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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격리병동 투입후 집·병원외 아무데도 못가…시간 지나며 불안감 줄어"[코로나19 전사들②] 명지병원 성유민 내과 전공의…확진자 검체채취 등 맡아
“지역사회 확산 시 전공의 지원 불가피…막연함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0.02.21 06:00
  • 최종 수정 2020.02.21 06:00
  • 댓글 3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환자로 판정된 후 시작된 신종 감염병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첫 번째 환자는 그 사이 완치 돼 퇴원했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31번째 환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검역 중심에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 차단에 방점을 둔 방역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들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일선 의료현장에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된 상황이라면 한 순간의 방심이 구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맞써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도도 만만치 않다. 장기전에 대비한 의료진들에 대한 대비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을 직접 만나 신종 감염병이라는 공포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들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를 치료한 의료기관 중 유일한 민간병원이다. 지난달 20일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직후 ‘코로나19 박멸’을 외치고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6일 중국 우한에 거주하다 입국한 3번째 환자 치료를 시작으로 지난 5일에는 17번째 환자를, 11일에는 28번째 환자 치료에 나섰고 모두 완치시켰다. 확진환자로 입원했던 환자 3명은 현재 모두 퇴원한 상태다.

명지병원은 감염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확진환자 치료에 들어갔다. 그 중 한 명이 내과 전공의 3년차 성유민 선생이다. 그는 외래환자 진료를 해야 하는 주치의를 대신해 격리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검체채취와 심전도 등 검사, 상태확인 등을 담당했다.

의료진들이 역할을 분담한 덕분에 전공의법 기준에 맞춰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고 체력적인 고갈도 없었지만 성 선생은 오히려 정신적인 부담이 더 컸다고 이야기한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한 몫 했지만 격리병동에 투입되면서 본인의 업무를 다른 동료 전공의들이 나눠 맡고 있다는 미안함 때문이다. 본격적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발생할 수 있는 인력 부족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명의 확진환자가 모두 퇴원한 이후 성 선생은 현재 명지병원 ‘안심외래 진료센터’로 온 환자들의 검체채취를 맡고 있다(‘코로나19’ 병원 유입 미리 막는 ‘안심외래’는 어떤 곳?).

- 전공의가 격리병동에 들어가는 일이 흔치 않은 일 같다. 어떻게 투입됐나.
스텝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수님들이 외래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전공의 1명이 투입돼야 했다. 원래는 소화기내과를 돌고 있었는데 확진환자가 계속 입원하면 전담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국 전공의들과 상의했다. 특별히 내켜하는 사람도 없고 1명이 투입돼야 한다니 의국장인 내가 참여하기로 했다. 동료 전공의들이 내가 맡던 소화기내과 업무를 나눠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 격리병동에서는 어떤 일을 맡아 했나. 처음 격리병동에 들어갈 때 두려움은 없었나.
매일 아침 환자 상태를 확인해 교수님께 말씀 드리고 심전도 등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검체채취를 맡아 했다. 처음에는 많이 두려웠다. 1년에 2번씩 진담검사의학과 교수들 지도하에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지만 실전은 처음이지 않나.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벗는 교육 등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면서 불안감도 줄어들었다.

- 음압시설이 갖춰진 격리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사실 체력적인 부담은 안됐다. 격리병동에 투입됐지만 전공의법 80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근무하진 않았다. 오히려 심적으로 부담이 되더라. 지난달 31일 격리병동에 투입된 이후로 집과 병원 이외에 다른 곳은 가지 않았다. 지금은 환자들이 모두 퇴원하고 격리병동에서 일을 하지는 않지만 다른 의료진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어서 마스크도 늘 착용하고 있다.

- 확진환자들이 대거 늘어났고 정부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아직까지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장 오늘이라도 입원환자가 2~3명 정도 들어온다면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공의가 격리병동에 투입될 경우 병동 업무를 남은 전공의들이 맡아 해야만 한다. 업무량은 정해져 있는데 일 할 수 있는 전공의 수도 한정돼 있으니 이에 대한 지원은 필요할 것 같다. 병원도 인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 줘야겠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 확진환자 3명을 진료하며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매일 환자들과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28번째 환자는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했지만. 특히 3번째 환자를 원망하는 댓글 등을 보며 정신과 진료를 요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위로를 많이 해드렸다. 17번째 환자도 동네 친한 형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던 기억이 있다.

-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언젠가는 종식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신종 감염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플루엔자처럼 유행성 질환이 되지 않을까. 지금 의료진들이 인플루엔자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19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넓게 펴지게 됐을 때, 격리병동으로 전공의들이 지원 나가야 한다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은영 기자  key@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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