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한국여자의사회 공동 설문조사②…여의사 94% “간호사나 아가씨로 불려”

남초 현상이 강한 전문직종 중 하나가 의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비율이 늘면서 2000년 전체 의사의 17.6%였던 여성은 2017년 25.4%까지 증가했다(통계청,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여성이 늘면서 의사 사회에도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의료계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지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청년의사는 한국여자의사회와 함께 의료계 양성평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의사’는 의사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겪고 있었다. 여의사의 절반 이상은 병원 취업 시 성차별을 겪었으며 취업 이후에도 전문적인 직무에서도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여의사 대부분은 ‘아가씨’나 ‘간호사’로 불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사와 한국여자의사회가 의료계 양성평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8.2%(449명)는 병원 취업 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다고 답했다(매우 그렇다 10.0%, 그렇다 28.3%).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의사 1,174명이 참여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지 않다는 응답은 39.9%(468명)였다(별로 그렇지 않다 22.7%, 전혀 그렇지 않다 17.2%). 보통이라는 응답은 19.0%(223명)였으며 해당 없음 2.9%(34명)였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은 온도차가 컸다.

남성 응답자 425명 중 16.9%인 72명만 병원 취업 시 여성이 불리하다고 했지만 여성은 절반 이상이 남성보다 취업에서 불리하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 749명 중 377명인 50.3%가 병원 취업 시 남성보다 여성이 불리하다고 했다.

전문적인 직무나 보직에 남성 선호하는 병원들

이같은 온도차는 병원 내 전문적인 직무나 고위 행정업무(보직) 수행과 관련된 질문에서도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0.7%인 595명은 병원 측이 전문적인 직무에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1.3%(368명)였으며 보통이다는 14.8%(174명)였다(해당 없음 3.2%).

병원 측이 전문적인 직무에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여성 응답자의 64.1%(480명)는 전문 직무에 남성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의 경우 그 응답률이 27.1%(115명)였다.

병원 측이 보직자로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전문 직무 수행보다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55.2%인 648명은 병원 측이 보직 등 고위 행정업무에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3.9%(281명)였으며 보통이다는 13.8%(162명)였다(해당없음 7.1%).

보직자로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남성보다 여성에서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여성 응답자의 70.4%(527명)는 보직자로 남성을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남성은 28.5%(121명)만 그런 경향이 있다고 했다.

병원 내 의사결정구조에 남성을 우선적으로 참여시킨다는 응답도 남성보다 여성에서 4배 정도 높았다.

의사결정구조에 남성을 우선적으로 참여시킨다고 응답한 남성은 9.9%(42명)뿐이었지만 여성은 39.7%(297명)가 남성에 우선권이 있다고 했다.

여의사 48.5% “승진에서 남성보다 불리”

여성들은 승진에서도 차별을 느꼈다.

전체 응답자 중 병원 내 승진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불리하다는 응답은 35.3%(415명), 불리하지 않다는 응답은 35.2%(413명)로 비슷했다(보통이다 20.2%, 해당없음 9.3%).

하지만 여성 응답자의 경우 48.5%(363명)가 승진에서 남성보다 불리하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12.2%(52명)만 여성이 불리하다고 했다.

병원 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성과 평가를 낮게 받고 있다는 응답도 남성보다 여성에서 4배 이상 높게 나왔다.

전체 응답자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성과 평가를 받는다는 응답은 27.7%(325명)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 43.7%(513명)보다 적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성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응답이 38.9%(291명)로 남성(8.0%, 34명)보다 많았다. 남성은 70.4%가 성과 평가에서 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급여에서 성차별이 있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에서 낮게 나왔다. 여성이 남성보다 급여를 적게 받는다고 답한 남성 응답자는 3.3%(14명)였으며 여성은 11.3%(85명)였다.

의사인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간호사’나 ‘아가씨’로 불리는 경우도 많았다.

여성 응답자의 93.6%(692명)는 간호사나 아가씨로 불린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렇게 불린 적이 없다는 응답은 5.1%(38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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