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한국여자의사회 공동 설문조사③…“출산·육아 환경, 왜곡된 성문화 개선해야”

남초 현상이 강한 전문직종 중 하나가 의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비율이 늘면서 2000년 전체 의사의 17.6%였던 여성은 2017년 25.4%까지 증가했다(통계청,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여성이 늘면서 의사 사회에도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의료계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지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청년의사는 한국여자의사회와 함께 의료계 양성평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의사들은 의료계 내 성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으로 출산·육아 문제와 남성 기득권이 대물림되는 문화를 꼽았다.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육아 환경과 성희롱 등 왜곡된 성문화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의사와 한국여자의사회가 의료계 양성평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의료계 내 성차별 이유로 꼽히는 사항들에 대한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출산·육아·가사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5점에 가까울수록 성차별과 관련성이 많다고 했을 때 응답자들은 출산·육아·가사 문제에 평균 3.88명을 줬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의사 1,174명이 참여했다. 설문참여자 중 남성은 425명, 여성은 749명이다.

출산·육아·가사 문제 다음으로 성차별과 관련성이 많다고 꼽힌 항목은 ‘남성의 기득권이 대물림되는 관행’이었다. 응답자들은 기득권 대물림 관행에 평균 3.34점을 줬다.

여성에게는 기회가 적고 멘토가 부족하다는 점도 성차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기회와 멘토가 부족한 문제에 평균 3.19점을 줬다.

응답자들은 학연 등 인맥 부족(2.89점)도 성차별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성차별과 관련성이 많다고 꼽은 항목에는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존재했다. 남성은 개인적인 문제가 성차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을 보인 반면 여성은 남성 중심 문화에 기인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녀 모두 출산·육아·가사 문제를 성차별 관련성이 가장 높은 항목(남 3.42점, 여 4.15점)으로 꼽았지만 2, 3위로 꼽은 성차별 원인 항목은 달랐다.

남성은 여성의 리더십 부재(2.48점)와 경쟁을 싫어하고 성공 지향적이지 않다(2.47점)는 점을 성차별과 관련성이 높은 항목으로 꼽았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의 기득권이 대물림되는 관행(3.91점)과 부족한 기회와 멘토(3.79점)를 성차별과 관련성이 높다고 봤다.

남녀 모두 “출산·육아 환경 개선 필요”

의료계 내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산·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답자는 성차별 해결을 위해 개선해야 하는 항목 중 출산·육아 문제에 가장 높은 점수인 4.36점을 줬다. 이어 성희롱 등 왜곡된 성문화 개선(4.03점), 남성 중심 문화 개선(3.92점), 의사결정직에 여성 참여 확대(3.77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차별 문재 해결을 위해 개선해야 할 항목에 대한 우선 순위도 남녀 간 차이는 있었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출산·육아 환경 개선(남3 .96점, 여 4.58점)과 왜곡된 성문화 개선(남 3.33점, 여 4.43점)을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은 실력과 성과 관리(3.07점)를 우선적으로 꼽았지만 여성은 남성 중심 문화(4.42점)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의사는 “출산휴가가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이고 동료에게는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출산·육아 문제로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배려하기보다는 ‘여자의 문제’라면서 약점으로 생각하고 공격해서 깎아내린다”며 “직업의식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고 했다.

“당직실이나 연구동 등 의사 전용 공간에 여자 화장실이 없거나 부족하고, 간호사 전용 공간에는 남성용 직원화장실이 없다”는 의사도 있었다.

여성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의사는 “근무나 당직 배정 시 여성을 배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사자는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힘들다고 하지 않아 놓고 그걸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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