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의협·병협 참여한 협의체 첫 논의...넘어야할 과제 산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 시 새로운 비급여의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신포괄수가제(신DRG)의 확대 시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르면 3월 중 신DRG 시범사업에 참여할 민간의료기관 모집이 시작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신포괄수가제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했다.

신포괄수가제협의체는 기존의 공공병원과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신포괄수가추진협의체'와는 성격이 다른 기구로, 신DRG가 병원급 이상 민간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 시행될 예정인 만큼 민간형 모델로의 정착을 위해 모형개선 및 시범사업 평가 등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신DRG 확대 반대는 물론 총액계약제 수순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어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한 신DRG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政, 40개 병원 참여 기대...높은 관심 만큼 우려 목소리도 적지않아

신DRG 시범사업은 2009년 4월 공단 일산병원(20개 질병군)을 시작으로 현재는 국립중앙의료원 및 지역거점 공공병원(서울의료원 등) 등 총 42개 기관에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시범사업에 적용되는 질병군은 559개(연령 세분화 질병군 669개, 합병증 및 동반상병 세분화 질병군 1,765개에 해당)로, 해당 상병으로 입원한 건강보험 가입자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범기관은 반기별로 입·퇴원 현황을 보고하고, 시범사업 분석 및 평가와 관련한 자료를 심평원 등이 요구할 경우 지체없이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보건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 이상이면 어느 곳이든 신DRG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둔 상태다. 올해 안에 40개 민간병원을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하고, 이르면 연말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던 공공병원 대상 신DRG 시범사업을 통해 제출된 자료는 차수별 시범사업 평가연구나 입원적정성 관리방안 등 현황 연구에 사용될 뿐이어서 원가분석이나 조정계수, 가산제도 정립 등에 대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단의 공공병원 중심의 원가자료를 토대로 심평원이 ‘신포괄 민간병원 도입을 위한 수가개발연구’를 통해 신포괄모형 재설계, 수가수준 방향 결정 등 수가개발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또한 8월경에나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동굴, 일단 들어가야 하나?

하지만 신DRG 확대 시행을 둘러싼 병원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들이 정책가산 등의 영향으로 착한 적자를 메우고 경영 수익이 늘었다면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경영악화를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모든 비급여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진료비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것.

또한 현재 일선 병원들은 신DRG 사업지침을 토대로 참여여부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복잡한 절차 때문에 참여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재 시범사업 기관들이 정책가산 등으로 수익을 냈다고 해서 병원장이 관심을 갖고 참여여부를 검토하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들여다 보면 볼수록 공공병원 위주의 현행 신DRG는 민간에게는 다소 불리한 부분이 적지않을 뿐더러 자료제출에 소요되는 시간적, 인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단 일산병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일산병원은 의약품의 공개입찰로 일선 의료기관보다 약값이 30% 저렴하다는 것부터 원가의 차이를 보인다”면서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현재 의료질 평가를 위한 전담팀보다 더 강화된 팀이 구성돼야 할 판국”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B의료원도 현행 지표와 가중치 등을 유지할 경우 민간병원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며 예측 불가능한 현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비췄다.

B의료원장은 “제도에 참여하면 굉장히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모르니 병원들이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은 공공병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가산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것이고, 현재도 조정계수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수 없는 만큼 총량을 조정하기 위한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도 신DRG를 시행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책가산을 받기 위한 많은 지표를 충족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공공성 중심의 정책가산은 공공병원에서도 30%를 넘는 데가 없고 현 지표에도 모순점이 많아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민간병원이 들어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가산 규모 유지시 민간도 희망이 있다?

반면, 현행 신DRG 하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한 병원이 참여한다면 최소 3~7% 수준의 수익은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C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재의 모형은 상급종합병원처럼 대형병원은 참여하기 어렵다. 단가가 일산병원보다 비싸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현재 정책가산 지표값을 일정부분 충족할 수 있는 공공성이 높은 착한 병원이면 수익이 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비급여 규모가 크더라도 포괄화 하는 항목을 늘려가야 한다는 점과 총액불변의 원칙을 적용해 조정계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후 자발적 퇴출기전은 마련돼 있어야 한다”면서 “공공가산도 한계가 드러난 지표에 대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의료윤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신DRG의 민간확대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우선 가산제도를 바꿔야 한다. 공공성 지표는 민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하고, 기본적으로 가산비율을 줄이면서 기본수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사업참여를 위해 행위별로 받던 진료비와 거의 같도록 보전을 해주고 있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DRG별 평균 진료비로 수렴할 수 있도록 옮겨가야 한다. 조정계수와 정책가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간기관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간형 신DRG모형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별도 트랙으로 진행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政, 공공-민간-상급종병 별도 트랙으로도 운영 검토

이같은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의 신DRG 틀은 유지하되, 시범 참여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정책가산 비중을 조정하거나 공공과 민간을 분리해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민간병원의 인센티브가 공공병원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도 곤란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에 지표를 고정하거나 공공과 분리해서 시범사업을 할 수도 있다”면서 “모델을 정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두고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한 만큼 시범기관도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DRG 참여 대상에 대해서도 특별한 제한없이 열어둔 상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써 현재 신DRG 참여기준을 충족하면 상급종합병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통령 과장은 “현재 신포괄 대상 질환군이 559개로, 3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은 90% 이상 커버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70%만 커버가 될 것이라 상급으로 확대하려면 별도의 시범사업을 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상급종병 한두 곳에서 참여 가능한지 질의를 한 만큼 신청한다면 맞춰서 해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현재는 조정계수로 병원간의 변이는 조정해주고 있다”면서 “인센티브를 몇 퍼센트 가져가느냐가 병원의 수익이 되는데 의료급여나 공익성 등의 공개된 지표를 보고 평가를 해서 참여하면 된다”면서 “자율적 참여인 만큼 언제든지 하기 싫으면 나가도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책가산이라는 인센티브형식이 아닌 기본수가를 원가베이스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제도의 안정성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질병의 중증도나 재원일수를 고려해 진료패턴이 양호한 기관이 조정계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표 등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정 과장은 “의료기관에서 우려하는 바는 현재는 기존의 행위별수가의 합을 토대로 인센티브를 통해 원가 이상의 보전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향후에는 기본수가를 원가로 전환하고 전체 규모에 맞춰서 인센티브를 조정할 것”이라며 “원가로 기본수가를 조정하면 인센티브는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시범사업 참여 기관의 자료를 통해 공공병원과의 인센티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조정도 이뤄질 것이며, 협의체를 통해 장기적인 지표개발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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